[세계는 지금] 일, 꿈의 원자로 '몬주' 폐로 수순.. '핵연료 사이클 정책' 기로

입력 2016. 9. 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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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정책 근본적 재검토 불가피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 1조엔이 투입됐지만 잇따른 사고로 거의 가동하지 못한 채 멈춰서 있는 몬주에 대해 일본 정부는 폐로 여부를 올해 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꿈의 원자로’로 기대를 모으던 ‘몬주’가 폐로되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원자력 정책의 근간인 ‘핵연료 사이클(주기)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싸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라는 경제적 측면이 강조됐지만,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보유함으로써 얻은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 유지라는 군사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몬주 원자로 폐로 방침 굳힌 일본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원자력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몬주 폐로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회의 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몬주에 대해 올해 안에 폐로를 포함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것”이라며 폐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는 ‘고속로’ 개발의 일시 중단 또는 포기를 의미한다. 고속로 연구는 실험로→원형로→실증로→실용로 4단계로 이뤄지며 일본은 이바라키현 오아라이마치에 있는 실험로 ‘조요’와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설치한 원형로 몬주를 통해 고속로 연구를 진행했다.

일본이 실증로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관련 연구를 중단키로 한 것은 몬주가 잇따른 중대 사고를 일으켜 제 구실을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몬주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투입해 발전시키면 투입량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배출되는 ‘꿈의 원자로’로 기대를 모았다. 이론상 영구 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1994년 핵분열이 안정되는 ‘임계점’에 도달했으나 이듬해 사고로 가동이 중단됐고, 이후 15년 만인 2010년 재가동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사고로 정지됐다. 실제 가동일은 250일 정도에 그친 채 정지 상태가 이어졌지만 매년 유지비로 200억엔(약 2187억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1조엔 정도가 투입됐다.

◆기로에 선 일본 원자력 정책

일본 원자력 정책의 근간인 핵연료 사이클은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고 고안된 시스템이다. 핵심 시설은 원전의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공장과 그곳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연료로 가공하는 MOX연료공장, 그리고 고속증식로(몬주)다. 하나라도 결여되면 본래의 ‘사이클’은 완성되지 않는다. 몬주가 장기간 가동되지 못했어도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개발 지속을 고집한 이유다.

그러나 몬주의 폐로가 공식 결정되면 원자력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몬주는 많은 원전을 가동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재가동한 원전은 제한적이고, 원전의 신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몬주가 폐로된다면 원전을 최대한 재가동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고속로 연구·개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몬주를 폐로하더라도 프랑스가 2030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계획 중인 실증로 ‘아스트리드’(ASTRID)의 연구·개발에 공동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언급은 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군사적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몬주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명목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서 만든 플루토늄 48t을 보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언제든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분류된다.

◆거센 지역 반발과 커지는 원전 탈피 요구

그동안 일본 정부의 핵연료 사이클 정책에 협조한 후쿠이현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있는 몬주가 폐로되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험로 ‘조요’가 있는 이바라키현 오아라이마치와 핵연료 사이클 시설이 집중적으로 설치된 아오모리현 등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니시카와 가즈미(西川一誠) 후쿠이현 지사는 “지역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폐로를 포함한 재검토 생각을 밝힌 것은 무책임한 대응”이라며 “문부과학성과 정부의 일종의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1985년 몬주 착공 이후 후쿠이현과 쓰루가시 등이 받은 정부 교부금 총액은 250억엔을 넘는다.

그러나 원전 탈피를 주장한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몬주 폐로 방침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몬주 설치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중인 변호단 등은 “원자력 관계 각료회의의 결론을 환영하며, 연내에는 확실하게 폐로를 결정하기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핵연료 사이클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몬주 폐로 방침과 관련해 “몬주뿐 아니라 핵연료 사이클 전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몬주와 더불어 핵연료 주기 정책의 또 다른 축으로 여기는 ‘플루서멀’ 방식의 원전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확실하다”며 일본 정부가 ‘몬주는 폐로하되 핵연료 사이클 정책은 유지’키로 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의 장남이며, ‘원전 제로 모임’의 공동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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