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 혹은 구조소홀..법정에 선 '피고 대한민국'

안대용 기자 2016. 9. 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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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대회 참가 농민 사망.. 경찰의 과잉진압 인정 용산참사·세월호참사 관련 국가 상대 손배제기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빈소가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의식불명에 빠졌던 백씨는 사고 317일만에 사망했다. 2016.9.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69)가 25일 끝내 숨졌다.

사고 발생 후 백씨의 가족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제4기동단장 등 7명을 살인미수(예비적으로 업무상과실치상)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발생 7개월 만인 지난 6월 제4기동단장을 불러 조사했을 뿐 강 전 청장과 구 전 청장은 소환하지 않았고,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책임자의 사과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백씨의 가족은 지난 3월 강 전 청장 등 당시 경찰관들과 국가를 상대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30일 1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소송을 통해 관련자들의 불법행위를 확인해 국가의 책임을 가려내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제기된다.

과잉진압과 구조 소홀이 문제됐던 용산참사, 세월호참사와 관련해서도 '피고 대한민국'이 법정에 섰다.

◇농민대회 참가했다 숨진 농민… 경찰의 과잉진압 인정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쌀 협상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숨진 농민 홍덕표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홍씨 유족에게 총 6000여만원의 배상을 인정했다.

홍씨는 2005년 11월 지역 농민회 일행, 마을 이장 등과 함께 농민대회에 참여했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마을 이장에게 발견됐다.

홍씨는 응급실로 옮겨진 뒤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2005년 12월 끝내 숨졌고, 홍씨 유족은 2009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홍씨 유족은 "경찰장비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하는데도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머리 내지 목덜미를 진압봉 혹은 방패로 가격해 다치게 했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을 맡은 전주지법 민사합의2부(당시 부장판사 정일연)는 "경찰의 진압과정과 무전기록, 증인 진술 등 증거를 종합할 때 홍씨는 경찰이 사용한 경찰장구에 의해 부상을 입은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씨가 입은 상해 정도와 경찰의 시위진압 필요성, 시위대에 의한 피해발생의 위험성 등에 비춰볼 때 직무집행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라며 홍씨 유족에 대해 6400여만원을 인정했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당시 부장판사 황병하) 역시 경찰의 진압에 대해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액은 1심보다 적은 6000여만원이 인정됐고 판결은 이대로 확정됐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용산참사 수사기록 미공개… 검찰의 거부행위 '위법'

2009년 1월 벌어진 '용산참사'와 관련해선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철거민들이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용산참사는 재개발 보상 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다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이 논란이 됐다.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등 4명은 2009년 1월19일 새벽 3시부터 20일 오전 7시10분경까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하면서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경찰특공대원 1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2월 기소됐다.

이씨 등은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이 수사기록 중 진압 당시 경찰 지휘부의 진술 등이 포함된 3000여쪽을 공개하지 않자 미공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고 재판이 그대로 진행돼 이씨 등은 2009년 10월 징역 5~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 등은 항소심에서 다시 미공개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청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재정신청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이 사건 기록에 편철돼 있던 수사서류에 대한 변호인들의 열람·등사를 허용했다.

이어 이씨 등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막은 검찰의 행위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2010년 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고연금 판사는 2010년 9월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한 이상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결정에 지체없이 따라야 한다"며 "당시 검찰의 열람·등사 거부행위는 이씨 등의 열람·등사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신속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거부행위로 이씨 등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국가는 이씨 등에게 1인당 3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진 2심도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역시 2012년 11월 "검찰의 열람·등사 거부 행위로 인해 이씨 등이 약 9개월이나 되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재판에 필요한 증거 등을 검토하는 데 곤란을 겪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지난 4월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6.4.1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도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진행중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 가족들도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 등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은 지난해 9월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생존 피해자와 가족들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시행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에 따른 배·보상을 받지 않고 소송을 택했다.

당시 4·16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한 방법으로 정식 소송을 택하게 됐다"며 "가족들이 국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법원에서 직접 하고,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중인 사건은 세 차례 변론준비기일이 열렸고 29일 1회 변론을 앞두고 있으며, 안산지원에서 진행중인 사건은 한 번의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상태다.

d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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