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부양이냐 점유율 수성이냐"..진퇴양난의 OPEC

황윤정 기자 2016. 9. 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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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 ©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 =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현지시간)로 예정된 알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담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유시장에 긍정적인, 부정적인 뉴스 모두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주말 동안 긍정적인 기대감을 부추기는 뉴스가 이어졌다.

◇ 긍정적 뉴스도 경계하는 시장…"매번 반복되는 패턴"

지난 23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현 산유량 360만배럴을 유지할 경우 사우디는 1월 수준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뜻을 이란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5일 알제리의 석유장관인 누레딘 부타르파도 지난 4월 도하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란이 참석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하며 알제리 회의가 비공식 회담에서 의사 결정이 수반되는 특별회의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이 이끄는 원자재 팀은 “알제리 회의를 앞두고 산유량 동결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투기 베팅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번 OPEC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를 부양하려는 발언들이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유가를 의도적으로 부양시키려는 이러한 석유 관계자들의 발언들은 과거에도 결국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경제난 vs 점유율 전쟁' 깊어지는 고민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이번 주 알제리회의를 앞두고 알아야할 모든 것’ 제하의 기고를 통해 산유량 동결을 두고 상반된 두 가지 요소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I는 ∆저유가 장기화로 산유국들의 경제 상황이 열악해졌다는 점이 동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나 ∆산유국들 간의 정치적 긴장감과 점유율 경쟁이라는 요소가 장애물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유가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 동결이라는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산유국들이 재정 안정을 위해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BMI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긴장감이 석유 카르텔의 응집을 막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한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비OPEC 산유국들에 대항해 OPEC의 각 회원국들은 시장 점유율을 수성하고자 애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BMI는 이번 회담에서도 지난 도하 때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와 이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지난 5개월 간 이란과 사우디 간의 긴장감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고 이란은 계속해서 ‘향후 수개월간 증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BI는 이에 더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요시장인 중국을 둘러싼 사우디, 이란, 러시아의 알력 관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달 초 사우디와 러시아는 중국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담에 참여해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RBC캐피탈마켓의 원자재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트란은 “러시아가 이달 초에 밝힌 대로 OPEC과 협력하면 사우디는 이란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중국 시장 내에서 이란의 점유율은 10%에 근접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부과되던 중에는 5%수준에 불과했다. 연초 이후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대에서 15% 수준으로 위축됐다.

◇진퇴양난의 산유국…"OPEC, 협력하기 힘들 것"

BI는 현재 산유국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두고 “한 마디로 요약해 OPEC 회원국들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점유율 수성이라는 장기 시장 전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맥쿼리캐피탈의 비카스 드위베디 애널리스트도 “회담을 앞두고 오고가는 미사여구들은 산유국들 사이에 내재된 고민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유국들은 현재 유가 수준이 매우 낮은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으나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협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y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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