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페이크 태그' 하퍼, "강정호에 주먹 날리고 싶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이른바 ‘페이크 태그’와 맞물려 부상을 당했던 브라이스 하퍼(24·워싱턴 내셔널스)가 강정호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강정호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2016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강정호는 7회말에 홈런을 때려내면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첫 2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오롯이 기쁜 마음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다. 바로 상대 선수의 부상을 유발했다는 오해를 사면서 벤치클리어링에 휘말렸기 때문.

상황은 이랬다. 3회초 워싱턴의 선두타자 브라이스 하퍼는 우측 외야에 떨어지는 3루타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중계 과정에서 3루수 강정호가 공을 잡지 못했음에도 몸을 살짝 숙이면서 태그 동작을 취하면서 발생했다.

아웃을 우려했던 하퍼는 급하게 슬라이딩을 시도했는데, 다소 미숙하게 넘어진 탓에 손가락 부상으로 이어졌다. 하퍼가 부상으로 교체되자 워싱턴 선수들은 강정호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결국 3회말 워싱턴 선발투수 A.J 콜은 강정호의 타석 때 그를 향해 위협구를 던졌다. 강정호는 다행히 공에 맞지 않았지만, 위협구 논란은 양 팀 선수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져 결국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부상을 당한 하퍼와 부상 유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정호, 두 명의 당사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 하퍼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왼쪽 엄지 손가락 염좌 부상을 당했기 때문. 이번에도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했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기 후 미국 매체 MASN과의 인터뷰에서 “부상 직후,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순간적으로 강정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부상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팔꿈치 인대 부상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퍼는 강정호의 이른바 ‘페이크 태그’가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강정호의 태그 동작은)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로써는 보고 싶지 않은 플레이였다”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러한 동작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워싱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 역시 “불필요한 수비 동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퍼를 거들었다.

이에 강정호는 하퍼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강정호 역시 MASN과의 인터뷰에서 “하퍼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며 “중계 과정에서 하퍼를 3루에 묶어두고자 취했던 수비동작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동작이었다”라고 밝혔다.

3회말 강정호에게 위협구가 날아오자 대기 타석에서 그라운드로 들어와 워싱턴의 포수 호세 로바턴과 언쟁을 벌였던 피츠버그의 션 로드리게스는 “(워싱턴이 위협구를 날렸던 것은)지저분한 플레이였다”라고 강정호를 변호했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sportshankook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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