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둥의 사냥 무기는 '효과 빠른 인슐린'
미국·호주 등 국제연구진 "당뇨 치료제에 응용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바다에 사는 고둥(Conus geographus)이 가진 인슐린은 유독 효과가 빠른데, 최근 그 원인이 확인됐다.
26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 호주 모나쉬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고둥 인슐린의 경우 서로 엉겨 붙는 부분이 없어 빠른 활성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4일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에 발표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데, 고둥은 이를 '사냥 무기'로 쓴다.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에 인슐린을 뿜으면 물고기는 저혈당 쇼크로 잠시 '기절'하고, 이 틈에 물고기를 잡는다. 연구진은 지난해 이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에 연구진은 고둥 인슐린과 사람 인슐린의 구조를 비교한 결과, 고둥의 인슐린은 서로 붙지 않는다는 것을 찾았다.
인슐린은 'A', 'B'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B 부분은 인슐린끼리 엉겨 붙게 한다. 사람 인슐린의 경우 인슐린 분자 6개가 뭉쳐서 저장됐다가, 혈액으로 분비되면 차차 1개씩 떨어져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고둥은 애초에 'B'부분이 짧아 서로 붙지 않고, 분비되는 즉시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고둥의 인슐린이 기존 당뇨 치료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고둥의 인슐린에서 확인한 구조는 효과 빠른 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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