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작아지는 소비자 권익보호

2016. 9. 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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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해결 기업 인증제/도입 9년간 정착못하고 겉돌아/권익증진 기금 설립도 지지부진/국회서 과징금 용처 합의 못해

소비자권익보호 제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도입한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제도는 겉돌고,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립은 지지부진하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밀려드는 사건이 쌓이면서 신음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정기국회 통과를 장담키 어렵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CCM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 절반은 인증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4월 기준으로 CCM 인증기업은 대기업 99개사, 중소기업 62개사로 모두 161개사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인증유지율은 54.9%에 불과했다. 2곳 중 1곳은 인증을 받았지만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적으로도 인증 유지율이 72.2%로 낮은 편이다. 특히 도입된 지 9년이 흘렀지만 161개에 불과해 인증기업 확산 속도가 턱없이 느리다.

2007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기업이 1506개, 2008년에 도입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이 1363개다. CCM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평가해 기업이 지적받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인증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CCM 인증 기업과 분쟁이 생기면 빠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기업은 상품을 계속 개선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무위는 “법령에 근거한 다른 인증제도에 비해 추진근거가 미약해 기업들이 인증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립은 더디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조성을 위한 법률안은 19대 국회에서 수차례 논의됐으나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과징금을 기금의 재원으로 포함할 것인지와 피해구제 지원에 기금을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다.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사건 적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1년 소비자기본법 개정으로 조정부제도를 신설해 조정부회의 개최를 2012년 69회에서 2015년 85회로 늘렸으나 역부족이다. 조정신청 사건이 2012년 1841건에서 2015년 3771건으로 급증해서다. 평균 처리기간은 2012년 103일에서 2015년 116일로 늘었다. 소비자기본법상 분쟁조정 처리기간인 30일을 훌쩍 넘긴 것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회의는 전원회의 성격의 ‘분쟁조정회의’와 피해 규모가 경미한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소회의 성격의 ‘조정부’로 구분된다. 정무위는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라는 소송 대체적분쟁해결(ADR)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면 조정부 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사건처리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수 확대와 지역별 조정부 상설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급증하는 해외여행과 국제전자상거래(해외 직접구매) 등으로 소비자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거래 소비자 피해구제시스템은 어설프다. 2012년 1206건에 불과하던 국제소비자 피해는 2015년 8952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대세로 떠오른 해외직구 소비자 불만이 대부분 소액사건인 데서 보듯 해외사업자와의 분쟁해결은 고비용·저효율이기 일쑤다.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있어야 하는 대목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국제 소비자 피해구제 전문성을 갖춘 인력도 부족하고 통일적인 해외소비자 분쟁해결 기준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CCM 인증근거를 마련하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처리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6월에 발의했다. 올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관 주도의 소비자정책으로 민간과의 협치정신을 찾을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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