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아파트화재 '더 큰 참사' 막은 의인 있었다

황순민,양연호 2016. 9. 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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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방송 없는 새벽 이웃집 문 두드리며 깨워각자도생 불구 우리사회 인정·희생정신 여전

최근 서울 서교동 화재 현장에서 이웃들의 목숨을 구한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화제가 된 데 이어 24일 쌍문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한 주민이 대피하면서 문을 두드려 이웃을 깨운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4일 새벽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나 일가족 3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쌍문동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1시간10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난 집에 사는 일가족 5명 중 부친 이 모씨와 10대 딸 2명 등 3명이 숨졌다.

화재가 발생했던 시간이 주민들이 깊이 잠들어 있던 주말 새벽 시간이었고 화재 당시 대피방송 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참사로 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지난 9일 5층 규모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인종'을 눌러 이웃들을 대피시키고 숨진 '서교동 화재 의인' 고(故) 안치범 씨처럼 이웃을 대피시킨 의인이 이를 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집 바로 아랫집에 사는 김경태 씨가 그 주인공이다. 경찰과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쌍문동 아파트 13층 집 바로 아랫집에 거주하는 김씨는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불에 타는 냄새를 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김씨는 윗집 큰아들 이 모씨(21·입원)가 12층에서 소방호스를 끌어다가 현관문 안쪽으로 물을 쏴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씨에게 "빨리 피신하자. 목숨이 위험하다. 나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씨는 부친과 어린 두 여동생이 아직 갇혀 있는 집 안쪽으로 계속 물을 쏘기만 했다고 한다.

김씨는 우선 가족들에게 불이 났음을 알린 다음 침착하게 수건에 물을 적셔 건네주고 아내와 자녀를 1층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줄곧 1층까지 뛰어 내려가면서 다른 집 현관문을 모두 두들기면서 "불이야, 불!"이라고 외치며 이웃들을 깨운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심야 시간이라 자고 있을 이웃들에게 알려야겠다 싶어 문들을 두들기며 소리 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8층에 거주하는 전 모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김씨 외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피신하지 않은 집들 대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김씨가 깨운 사람들이 이웃 주민을 또다시 깨우고 그 주민들이 다시 피신하면서 다른 집에 위험을 알렸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김씨가 이웃들에게 누군가는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말했고 병원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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