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부산에도 강릉에도..멧돼지들 도심 휘젓고 다닌다
전국 30만 마리 서식…도심·농촌 안 가리고 활보
멧돼지 만나면 등 보이지 않고 뒷걸음질로 시야에서 벗어나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 멧돼지가 도심과 농촌을 활보하며 피해를 주고 있다.
호랑이 등 천적이 사라진 데다 번식력을 바탕으로 멧돼지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막을 방법은 쉽지 않은 상태다.
부산 도심에서 최근 2주간 멧돼지가 3차례나 나타났지만 모두 잡지 못했다.
24일 오전 3시께 부산 연제구 반송로에서 무게가 30∼40㎏ 정도로 추정되는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나 시민 성모(65·여)씨와 부딪힌 뒤 달아났다.
경찰이 주변을 수색했으나 멧돼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오전 3시 56분에도 부산진구의 아파트 뒤편 산복도로에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났다.
경찰은 순찰차로 뒤쫓다가 멧돼지를 몇 차례 들이받았지만, 멧돼지는 이에 아랑곳없이 순식간에 진로를 바꿔 사라졌다.
앞서 10일 새벽에도 부산 사하구 동주대 후문 인근에 멧돼지 1마리가 서성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실탄 2발을 쏘면서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강원 강릉 도심 한복판에도 연이틀 멧돼지가 나타났다.
지난 19일 오후 9시 48분께 강릉시 포남동의 한 주유소 인근에서 길이 1m, 몸무게 40∼50㎏가량의 멧돼지 1마리가 출몰했다.
도심을 활보하던 이들 멧돼지는 오후 10시 2분께 차로에 뛰어들었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앞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8일에도 강릉 도심에 멧돼지 3마리가 1시간 동안 도심을 휘젓고 다니다 1마리가 사살되고 2마리는 인근 야산으로 도주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를 맞닥뜨리면 일단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거리가 떨어진 상태라면 신속하게 피하거나 바위 뒤로 숨어야 한다. 멧돼지를 쫓거나 돌을 던지는 위협행위는 금물이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도심까지 활동반경을 넓히는 멧돼지의 '습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전국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2013년 100㏊당 4.2마리에서 지난해 5마리로 늘었다.
야생 멧돼지의 적정 개체 수인 100㏊당 1.1마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국 야생 멧돼지 개체 수는 30만 마리로 추산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멧돼지가 출몰한 횟수는 155차례였다.
올해 6월까지 서울 도심의 멧돼지가 나타난 횟수는 총 80건으로 이틀에 한 번꼴이었다.
특히 도심과 달리 농가는 멧돼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멧돼지가 수확을 앞둔 고구마, 옥수수 등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멧돼지 피해에 대비하려고 유해조수포획단을 출범한 부산시와 기동포획단을 꾸린 서울시를 비롯해 농작물 수확기에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확대 운영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야생동물 포획수당을 늘려 멧돼지 사살을 유도하고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 간사는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서식지와 밀도 조사가 선행된 뒤 인간과 공생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름철에 포획허가를 얻거나 민가에 피해신고가 있으면 제한적으로 멧돼지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활동이 뜸해지는 겨울철 번식기(11∼1월)에도 적극적인 포획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정호 박병기 박영서 우영식 이승형 김동규 김선호)
wink@yna.co.kr
- ☞ '여친 몰카' 혐의 정준영 출연 '1박2일' 오늘 그대로 방송
- ☞ "지진과 연관?" 부산·울산 잇따른 악취에 '우려'
- ☞ "계단 뛰어오르다 초등생 심정지 사망…유족급여 주라"
- ☞ 구리 한강 변 축제장서 말 난동…관람객 1명 경상
- ☞ 31년간 억울한 옥살이 한 美남성…배상금 규모는 얼마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친구 같은 부모? 그건 직무 유기죠" | 연합뉴스
- '승부조작 논란' 中마라톤 케냐 선수 "中선수 위해 고용돼" 실토 | 연합뉴스
- 5년 만에 경영 복귀한 이서현, 첫 해외 출장으로 밀라노行 | 연합뉴스
- 연천 전곡읍 하천서 여성 숨진 채 발견 | 연합뉴스
- 가상화폐 회삿돈 29억원 빼돌린 산업기능요원 징역 4년 | 연합뉴스
- 뮤지컬 분장실 몰카 범인은 WM엔터 매니저…"해고 조치" | 연합뉴스
- 배우 김새론, 2년 만에 연기 복귀…연극 '동치미' 출연 | 연합뉴스
- '마약류 투약' 前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 구속기소 | 연합뉴스
- 무슬림 유튜버 "인천에 이슬람 사원 건립"…실현 가능성은 | 연합뉴스
- 결혼할 여친 191회 찔러 잔혹살해한 20대에 '징역 17년→23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