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분석] 루니 빠진 맨유는 어떻게 달랐나

홍의택 2016. 9. 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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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렇게나 시원한 팀이었다. 득점의 75%가 세트피스에 기인했으나, 그 근원에 훌륭한 인플레이가 따랐음을 짚어볼 만하다.

맨유는 24일(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EPL) 6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를 4-1로 완파했다. 웨인 루니를 빼고, 마커스 래쉬포드-후안 마타-제시 린가드로 꾸린 2선 공격진이 막강했다. 덩달아 폴 포그바의 3선까지 신이 났다.

템포 자체가 무척이나 빨랐다. 원정 팀 레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다소 웅크리며 간을 볼 수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올라설 때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그 시기를 경기 시작으로 잡았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줄기차게 나왔다. 쉴 새 없이 공격 태세를 취했고, 전방 압박을 벌였다.

이러한 부류의 경기는 스탯상으로도 확연히 다르다. 활동량이 늘 수밖에 없다. 상대 템포에 맞서려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뛴 거리'와 같은 몇몇 수치가 여느 경기와 비교해 가시적으로 증가한다.

상대의 격렬한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 그 이면엔 공략할 공간이 늘어난다는 메리트도 존재한다. 공격에 열 올리는 팀은 수비에 무게를 두는 때보다 전형을 가지런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최전방-최후방 간격이 벌어지며, 헐거운 틈을 노출한다. 더욱이 맨유처럼 상대보다 일대일 기량이 출중한 자원을 갖춘 팀이라면 얻을 게 더 많아진다.

상대 빽빽한 진영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갈 때와는 다르다. 패스 줄 곳이 더 많아진다. 패스 루트가 여기저기 보이는데, 굳이 개개인이 볼을 오래 소유할 이유가 없다(습관처럼 볼을 잡아두고 터치 수를 늘리는 유형도 있지만).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상대 페널티 박스로 진입해 슈팅까지 쏘는 장면도 잦아진다. 축구가 쉽고 빠르게 느껴진다.

루니가 빠진 것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 힘, 속도에 투쟁심을 주요 무기로 삼았던 루니는 나이가 들수록 그 색채가 많이 희미해졌다. 관록을 붙여 흐름을 읽고 장악하는 유형으로 변모해가던 중. 하지만 현재로썬 무엇 하나 뚜렷한 결과물이 안 나왔다. 신체적 능력치가 떨어지면서 특유의 강렬함을 잃었고, 치명타를 입힐 능력도 급감했다.

래쉬포드-마타-린가드 조합은 활기가 넘쳤다.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사이를 휘젓다가도 최후방 라인을 타는 등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수시로 자리를 바꾸는 등 좌우 스위칭도 병행했다. 상대 포백 주위를 요란하게 맴돌자, 오히려 즐라탄이 상대 견제로부터 자유롭게 침투하는 동선까지 가져갔다(상단 삽화 참고. 전반 26분, 포그바의 로빙 패스에 즐라탄의 발리 슈팅도 이러한 맥락).

포그바까지 매섭게 몰아쳤다. 루니가 2선에 섰을 때는 포그바의 동선이 다소 애매했다. 지공 시 아래로 내려와 볼을 갖고 올라가려는 루니(속공 시 전진 패스의 부정확성 역시 큰 문제였다)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이에 포그바가 주로 했던 플레이는 볼을 잠시 잡아둔 뒤 측면으로 크게 열어주는 일에 한정됐다.

하지만 앞선 공격진이 침투 및 간단한 패스 연결에 충실하자, 포그바 또한 더 전진해 여러 형태를 시도했다. 공격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비로소 수비진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등 기대했던 모습으로 올라섰다. 상대 중원 드링크워터-아마티는 정신을 못 차렸으며, 즐라탄 등 공격진의 빼어난 개인 기량이 빛을 발한 것도 이와 맞물린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루니에 대한 신뢰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단, 이런 양상의 경기가 계속된다면 루니도 점점 내몰릴 수밖에 없을 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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