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에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오바마-부시 나란히 참석(종합)
오바마 "흑인만 아닌 모든 미국인의 얘기" 부시 "위대한 나라는 역사 감추지 않아"
오바마, 부시와 기념사진 원하는 흑인 가족 위해 기꺼이 사진사로 깜짝 변신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 있는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이 24일(현지시간) 문을 열었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이날 박물관 개관식을 하고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2012년 2월 첫 삽을 뜬 지 4년 7개월 만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건너와 민권운동을 거쳐 '시민'이 되기까지 미국 흑인 영욕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수도 한복판에 건립된 것은 미국사에 기념비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개관식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2003년 관련 법안에 처음 서명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흑인의 역사는 예전보다 더 많이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영광의 역사'"라면서 "이곳의 얘기는 단지 흑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 속하는 것이다. 이 박물관은 '우리가 미국이다'는 것을 웅변해 준다"고 말했다.
또 "이 박물관은 우리 미국사에서 주요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미국의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세운 거인들(건국의 아버지)의 얘기를 계속 후대에 전해 내려가고 있지만, 고의든 아니든 다른 수백만 명의 경험은 완전히 무시하거나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며 박물관 개관을 축하했다.
그는 "이 박물관은 지나간 시대의 일부 일들을 덮거나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기보다는 '미국이 역사 속에서 항상 진전해 왔다'는 애국적 인식을 포용하고 있다"면서 "각각의 세대들은 결점을 돌아보고, 집단의 힘을 통해 이 나라를 높은 건국의 이상에 맞춰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노예 아동을 속박하는 데 사용됐던 족쇄, 미국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가 신었던 운동화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단지 이번 주말뿐 아니라 앞으로, 그리고 세대를 거듭해서 계속 기념해야 할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이 박물관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로를 설정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펜을 들고 우리 시대, 우리의 역사를 기록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오른 부시 전 대통령은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결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 잡는다"며 박물관 개관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개관식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기념사진 촬영을 원하는 한 흑인 가족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기꺼이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사진을 찍어 줘 눈길을 끌었다.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은 국립자연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등 다수의 박물관이 밀집해 있는 내셔널 몰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워싱턴의 상징인 워싱턴기념탑 인근 2만여㎡ 부지에, 건물면적 3만7천㎡ 규모로 건립됐다.
박물관 외관은 3단 띠를 두른 형태로, 아프리카 원주민이 쓰는 왕관을 연상시킨다. 구릿빛의 3단 띠는 3천600개의 알루미늄 패널로 제작됐다.
박물관 측은 기도하는 사람의 손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 띠는 신념과 희망, 치유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테브먼이 사용한 숄, 로큰롤의 전설인 흑인 척 베리가 몰던 빨간색 캐딜락 승용차,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앉혔던 옛 철도 객차, 백인우월주의단체인 'KKK' 의상 등 3천500여 점이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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