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어?

2016. 9. 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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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고래토론]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경계는 뭘까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김윤겸, 이준혁, 최민창, 최유진 (모두 13살) 진행 <고래가 그랬어> 촬영 김중원 삼촌(바라 스튜디오)
초등학교 6학년 네 어린이가 ‘어른’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김윤겸, 최유진, 최민창, 이준혁.

동무들은 어른이 뭐라고 생각해? 누구나 나이를 먹고, 그러면 저절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동무도 많을 거야. 우리 주변에 있는 어른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우리 눈으로 본 어른, 충남 아산북수초등학교 6학년 동무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어른의 기준은 뭘까

준혁 만 19살 이상?

민창 개념 있는 사람.

윤겸 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 부모에게서 벗어난 사람.

민창 그럼 대학생은?

준혁 어른이지.

민창 윤겸이 기준으로 하면 대학생은 어른이 아니지. 부모랑 같이 살잖아.

윤겸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아빠 집에서 사는 사람이 많지.

유진 그럼 결혼해야 어른인가?

민창 글쎄.

윤겸 옛날에도 20살 넘어야 어른이었나?

유진 아닐걸. 더 어리지 않았나?

윤겸 나이만 다 찼다고 어른이 아니라, 음… 뭔가 나은 언행과 판단력, 이런 게 있어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민창 그럼 공통으로 ‘이때부터 어른’이라고는 못하겠네. 생각하는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니까.

준혁 그런가. 아무튼 어른은 하는 일이 있어야 해. 직업!

윤겸 맞아. 나도 어른이라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해. 독립심도 없고 부모나 다른 사람이 제공해주는 거로 사는 사람은 애야.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지만, 어른이 돼서도 그러면 그건 어른이 아니지.

민창 요즘엔 정말 어른 되기 어렵겠다. 20살 넘어서도 부모님 집에서 용돈 받으며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꽤 있으니까.

유진 나도 혼자서 직업을 찾고 돈을 벌 수 있어야 어른이라고 생각해.

민창 미래에 대한 계획을 더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짤 수 있어야지. 아직 이루지는 못했더라도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어른인 거 같아.

준혁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어른이지, 뭐. 법적으로 그렇지 않아? 으~ 주민등록증 받으면 되게 기분 이상하겠지? ‘군대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 거 같아.

민창 술 마실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거 같은데. 크크.

윤겸 그런데 왜 어른의 기준을 20살로 잡았을까?

민창 그때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다 크니까?

윤겸 초등학생 때 키 크는 게 멈추는 사람도 있어.

민창 아, 그래? 미안해.

준혁 군대 가서 키 크는 사람 있어.

민창 그래, 알았어.

유진 키 크는 거 때문은 아닌 것 같아.

윤겸 그렇다고 정신적인 것도 아니지 않아?

준혁 맞아. 10살인데 성숙한 사람도 있고.

윤겸 그냥 사람들이 ‘이때쯤이면 알 거 알 테지’라고 생각하면서 정했나봐.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윤겸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준혁 나는 되고 싶어. 일단 어른이 되면 독립을 하잖아. 부모님이랑 살 때 느끼지 못했던 생활비나 이런 게 필요할 테고, 그러면 알바나 일을 구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진로를 찾게 될 거고. 아무튼 어릴 때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살게 될 거야.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면

윤겸 나는 어른이 되는 게 자신 없어. 예전에는 빨리 크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영원히 초등학교 6학년생이고 싶어.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하는 것도 많고, 진로도 결정해야 하고, 지금보다 판단할 것도 많아지고…. 솔직히 누군가의 보호 아래에서 사는 게 더 편하고 좋잖아. 걱정 안 해도 되고.

준혁 그러다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해?

윤겸 그러겠냐? 나도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겠지.

민창 지금은 부모한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른이 되면 그런 것도 많이 줄 테고…. 엄청 방황하고 힘들 거야. 난 그런 걸 잘 못 버틸 거 같거든.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준혁 너희도 몇 년 전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윤겸 응. 그랬지. 자유롭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처럼 보이니까.

유진 나도 전에는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엄마한테 혼나고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우리 엄마가 어른이 되면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서 어른보다 어린이가 낫다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니까 어린이는 건강하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잖아. 어른 되면 세금 문제, 밥하기, 직업 같은 걸 모두 자기가 해야 해. 어른보다 어린이가 더 자유로운 거 같아.

준혁 어린이가 편하긴 하지. 하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미안하고. 난 어린이보다 더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어.

윤겸 뭐, 좀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내 이익만 생각한다면 어린이가 더 낫지 않아?

준혁 어린이라 못하는 것도 많아.

민창 어른이라 못하는 것도 있지.

준혁 어린이는 마음대로 돈을 쓸 수도 없어. 어른이 되면 돈을 버니까 자기가 쓰고 싶은 데 쓸 수 있지. 그런데 어린이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만 쓸 수 있어. 좀 비싼 걸 사려면 용돈을 오래 모아야 해.

윤겸 어른이 어린이보다 더 많은 걸 하긴 하지. 그런데 나는 꼭 뭔가 많이 한다고 해서 자유를 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대로 술 마시고 놀러 다닌다고 해서 그게 진정한 자유인가? 아니지 않아? 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준혁 어린이 출입 금지인 곳에 가고 싶지 않아? 학교 안 가고 싶은 날 있잖아. 구속받는 느낌 없어?

민창 드라마 같은 거 보면 회사에서 구박받는 어른들 나오잖아. 그런 거 볼 때마다 ‘어른보다 지금 내가 낫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솔직히 학교는 처음에는 가기 싫지만 나중에는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재밌거든.

윤겸 아이들만 학교 가냐? 어른도 취업하면 맨날 회사에 가야 해. 그리고 취업을 못하면, 우리가 학교 가기 싫은 거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심란할걸. 어른이 되어도 자기 맘대로 사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어린이가 더 낫다고 생각해.

어른은 누구한테 혼나?

준혁 어린이라서 억울한 게 얼마나 많은데…. 전에 엄마한테 혼날 때 내 의견을 말했거든. 그랬더니 엄마가 ‘시끄러워 조용히 해’ 이러면서 말을 잘라버렸다고.

윤겸 나도. 가족의 일을 정하거나 할 때 날 끼워주지 않은 적 있어.

준혁 분명히 내가 의견을 밝혔는데 어리다고 내 판단을 믿어주지 않아.

유진 백화점에서 물건 고를 때 안내하시는 분이 어른이랑 같이 가면 잘 설명해주시는데 어린이들끼리 가면 약간 무시해. 어리다고 거스름돈 잘못 줄 때도 가끔 있고.

준혁 나한테는 안 그러던데. 하하.

민창 아이들은 뭘 잘 모른다고 생각하나봐.

윤겸 우리는 카드가 없잖아, 카드가.

준혁 어린이라는 말은 어른이 만들었겠지?

민창 응. 어린이가 스스로 어린이라고 하진 않았겠지.

윤겸 옛날에는 어린이라는 말도 없었다면서?

유진 그럼 아이는 뭐라고 불렀어?

윤겸 작은 사람?

준혁 아이인데 일도 하고 그랬다며, 어른이랑 다를 게 없이.

윤겸 음, 유교의 영향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예절을 지키고 존댓말 쓰면서 어른과 어린이라는 구분이 생긴 건가? 어른은 누구한테 혼나?

민창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으면 혼나잖아. 그런데 어른들은 어른스럽지 않으면 누구한테 혼나? 취직 못해도 안 혼나잖아.

윤겸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래. 대학 다니고 졸업하고 나서도 20대는 내내 엄마·아빠랑 같이 살고 30살쯤에 결혼하면서 독립하고.

유진 다른 사람도 대부분 그러니까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거지.

준혁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면 혼나잖아. 어른들은 일을 안 해도 안 혼나.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아?

민창 어른을 혼낼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준혁 어릴 때는 혼나면 기죽어 있는데, 커서 혼나면 욱해서 주먹질할 수도 있고. 그게 겁나서 아무도 안 혼내는 게 아닐까?

윤겸 다 큰 자식을 어떻게 혼내겠어.

준혁 무조건 어른이 싫은 애들도 있을까?

윤겸 어른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우리도 언젠가 어른이 될 텐데 그러면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런 마음은 치료 같은 걸 통해서 극복하는 게 필요해.

민창 남 탓하는 거야. ‘무조건 다 어른들 탓이다’ 이러면서. 좀 힘들면 친구나 부모님께 고민 상담하면 괜찮아질 텐데, 무조건 어른들이 문제라고 단정하는 건 좀 그래.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것

윤겸 어른은 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못하는 게 있지.

준혁 술, 담배, 나이트!

모두 하하하하.

유진 전에 머드축제 갔을 때 어린이 출입 금지 구역이 있었어. 근데 거기가 더 재미있어 보였거든. 가고 싶었어.

민창 위험하면 하지 말래. 그게 더 재밌는데.

준혁 영화.

민창 혼자 가서 영화 보는 거? 지금도 할 수 있잖아.

윤겸 그게 아니라, 19금 영화 말하는 거 아니야?

준혁 응, 그거야. 하하.

윤겸 화장도 있어. 20살 넘은 사람이 화장하면 아무도 뭐라고 안 하잖아. 인터넷에 어떤 중학생이 ‘선생님은 염색도 하고 화장도 하면서 나는 왜 못하느냐’고 글 올리면 사람들이 엄청 까거든. 그런데 그 이유를 대라고 하면 솔직히 쉽게 답 못해.

준혁 ‘난 어른이고 넌 어리니까!’ 이러겠지.

민창 어른들이 우리처럼 어린이였을 때는 화장 안 했잖아. ‘나도 그때 안 했으니까 너도 하지 마.’ 이거 아닐까?

유진 그게 말이 되니.

준혁 어린이한테 유해하니까 하지 말라는 거 아니겠어?

윤겸 어른한텐 안 유해해?

준혁 어른은 억제 능력이 발달해 있지만 어린이는 그런 능력이 좀 부족해서 중독도 많이 되고 그러니까.

민창 어른도 술, 담배, 도박 중독 있다니까.

윤겸 하지 말라는 것들 다 인생에 별로 도움되지 않거나 인체에 유해하거나 자극적인 거잖아. 이 사회는, 어린이를 위험한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딱히 이게 정답은 아닌데.

준혁 돌직구.

우리도 어른들 정치에 관심 많다고!

민창 나이트클럽 뭐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술·담배는 아이한테나 어른한테 다 안 좋은 거잖아. 어른한테도 안 좋은데 지금 신체적으로 자라는 아이가 하면 더 안 좋겠지. 더 위험하고. 그래서 어릴 때는 금지하는 게 필요한 거 같아. 아이는 몸이 크는 중이니까.

윤겸 그런데 기준이 좀 애매하지 않아? 어른이 되어서도 키가 크는 사람도 있는데…. 예를 들면, 어른은 어린이보다 생각이 더 크고 바르다고 여기고 투표권을 어른한테만 주잖아. 하지만 어떤 어른은 어린이보다 생각을 얕게 해서 이상한 사람한테 투표할 수도 있어.

민창 투표권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아이는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이는 아예 관심 없잖아. 그냥 노는 거에만 관심 있고.

윤겸 아닌데, 나는 관심 많은데!

준혁 어른도 노는 데만 관심 있는 사람 많아. 어른 되는 공부, 언제부터 할까?

윤겸 공부를 딱히 하진 않지만, 그냥 책 읽고 기사 보고 그러면서 천천히 익히는 거 같아.

준혁 나도 가끔 대통령은 뭐하나 찾아보기도 하고, 욕도 하고.

민창 어른들 하는 거 옆에서 보고 배우는 거지.

유진 나는 정치나 사회 문제같이 어른들이 관심 있는 거는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따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아. 그냥 가끔 뉴스 보는 정도.

준혁 사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거 아니야? 자동적으로. 그러니까 어린이 때 벌써 사회문제를 아는 거보다 커서 아는 게 나은 거 같아. 어차피 어른 되면 알게 될 텐데 미리 알 필요는 없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컸을 때 딱 아는 게 좋을 거 같아.

민창 난 반대. 너무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맛보기처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비슷한 일이 터졌을 때 자기 생각을 더 깊고 높게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아. 미리 조금씩 훑어보는 정도는 필요해.

윤겸 맞아. 아무것도 모르다가 이제 막 어른이 되었다고 해봐. 그럼 그 순간 다 알게 되니? 아니잖아. 어린 시절에 먼저 배우고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좋은 거 같아.

유진 어릴 때 모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알아갈 수도 있긴 하겠지. 그런데 나중에 크면 모두 알게 되는 거야? 보장할 수 없어. 그러니까 어렸을 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준혁 자꾸만 3 대 1로 싸우게 되는군.

유진 준혁이처럼 생각하는 어른이 많은 거 같아. 어린이들은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건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

민창 좀 미리 알려줘도 될 거 같은데. 크크.

어른의 반대말은 뭐야?

준혁 어른의 반대말은, 어린이지.

윤겸 어른이랑 어린이가 완전 반대야? 어른도 어린이였던 적이 있고 어린이도 어른이 될 건데.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른의 반대말은 어린이가 아닐 거 같아.

준혁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반대말은 어린이잖아. 어른과 어린이는 구분된다고.

유진 어른의 조건이 꼭 나이는 아니라고 아까 이야기했잖아, 우리가.

민창 그럼 일단 나이를 빼고 생각해보자. 어른의 반대말은 뭐지?

윤겸 으으, 어렵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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