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규제도 없고 실내 흡연까지..우후죽순 '후카(Hooka·물담배)바'

이창수 기자 입력 2016. 9. 23. 16:31 수정 2016. 9. 2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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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에 우후죽순 '후카바'.."적절한 규제 고민해야"

“괜찮은데요? 흐읍, 켁켁…”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후카(Hooka·물담배)바’를 찾은 대학생 박모(25·여)씨는 심호흡을 한 뒤 물담배를 한 번 빨아들였다가 눈물이 쏙 빠졌다. 비흡연자인 박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속 오르는 ‘물담배를 했다’는 글을 보고서 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았다. 물담배의 고장 아랍에 온 듯한 인테리어의 가게에 들어서자 진한 향이 코를 찔렀다. 물담배를 주문하자, 직원은 한쪽 구석에서 숯을 태워 만든 물담배와 플라스틱 흡입기를 함께 내어 왔다.

서울 강남구의 한 후카바에서 손님들이 술과 함께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
박씨가 흡입기를 꽂고 호스를 빨아들이자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처음 연기를 삼키고서 한참을 켁켁대던 박씨는 “사람들이 벽에 기댄 채 술과 물담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도 “생각보다 독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 이태원이나 홍대, 강남 등에서 물담배가 새로운 유흥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후카바와 관련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담배보다 훨씬 해롭지만 업소에서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데다 현행법상 불법인 실내흡연이 버젓하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22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서울 전역의 후카바 5곳을 살핀 결과, 모든 업소에서 음주와 흡연이 가능했다. 테이블 당 1만∼3만원 상당의 물담배를 주문한 뒤 돌아가며 피우는 식이었다. 최근엔 꼭 후카바가 아니더라도 이름 있는 대부분 클럽에서 물담배를 접할 수 있는 등 확산 추세다.

‘너구리굴’처럼 연기가 자욱한 후카바는 최근 금연 기조가 강화된 사회 분위기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거의 매주 한 번은 후카바를 찾는다는 대학생 김모(24)씨는 “요즘 맘 편히 담배 한 대 피울 곳이 있느냐”며 “쾌적한 곳에서 음주와 흡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
‘후카’ 또는 ‘시샤’로 불리는 물담배는 술을 엄격히 금지한 아랍권의 전통 담배로, 물을 필터 삼아 숯을 태워 연기를 낸다.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법률상 엄연한 담배다. 때문에 실내 흡연 장소로 활용되는 후카바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인 셈이다. 또 어느 업소에서도 흡연 경고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 역시 법 위반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후카바에서 직원이 물담배를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대부분 업체는 “니코틴이 없는 물담배라서 문제가 없다.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반박했지만 소비자가 이를 검증할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니코틴이 없다'는 주장의 신빙성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복지부 전자담배 액상 성분검사에서는 ‘니코틴이 없다’던 몇몇 제품에서 니코틴이 검출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후카바들의 영업과 관련해 법률 위반 여부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물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더 해롭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물담배 1회 흡입(10모금)은 담배 한 갑을 피우는 것과 같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물담배의 본고장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에서도 수년전부터 대부분 장소에서 물담배를 금지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후카바에서 직원이 가스토치를 이용해 물담배용 숯에 불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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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니코틴이 없더라도 물담배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후카바에서는 보통 3∼4개의 숯으로 만든 수증기를 오랜 시간 흡입하는데, 이 연기에 타르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호흡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연구진은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숯에 불을 붙이는 작업 간 상당량의 발암물질을 들이마시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니코틴이 없는 물담배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를 ‘전자식 흡연 욕구 저하제’로 따로 분류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정성을 검토하는 식을 뜻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연구위원은 “후카바처럼 하나의 파이프를 돌려쓸 경우 질병이 전염될 위험도 있다”면서 “(니코틴이 없어도) 유사 흡연행위는 흡연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담배뿐만 아니라 무연 담배 등이 등장하면서 일반음식점, 카페 등에서 새로운 형태의 흡연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 적절한 규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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