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아저씨의 동행] 다섯 번 파양됐던 초롱이 이야기①

라이프팀 2016. 9.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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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제 마음 속에는 아주 작은 별이 하나 있습니다. 4년 6개월 전 저와 인연을 맺었던 초롱이라는 요크셔테리어가 그 작은 별이랍니다.

초롱이와의 첫 만남은 이태원역에서 열리는 유기견 거리 입양 캠페인장에서 이루어졌어요. 초롱이를 만나기 2주 전, 저는 그곳에서 흰돌이와 흰순이라는 유기견 백구 두 마리를 입양했었지요.

당시 전 유기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할 때 현장에서 본 불쌍한 유기견들과 그 아이들을 입양보내기 위해 애쓰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떠올라 그곳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저도 뭔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초롱이를 만난 날, 그 날은 비가 유난히도 많이 내렸다. © News1

초롱이를 만난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쏟아지는 비에도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입양캠페인을 진행하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행사장을 둘러보던 전 다른 강아지들 틈에 있는 작은 강아지가 한 마리를 보게 됐습니다. 가냘픈 다리 한 쪽에 붕대를 맨, 체중이 불과 2kg인 아주 작은 요크셔테리어였어요.

'이렇게 작고 가냘픈 강아지가 어떻게 유기됐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유기견 입양캠페인에 나와 가족을 기다리던 초롱이(왼쪽). © News1

그런데 다행히도 그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정말 잘됐다 싶었습니다. 전 새 가족 품에 안긴 강아지를 한 번 쓰다듬어주며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입양캠페인을 무사히 마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입양캠페인을 주최하는 단체의 운영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뚱아저씨, 어제 입양 간 작은 요크셔테리어 아이가 파양됐어요. 지금 파양되면 또 병원의 작은 케이지에서 일주일을 지내야하는데 너무 가여우니 다음 주까지 뚱아저씨가 데리고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사실 그 때는 흰돌이, 흰순이를 돌보는 일도 버거웠던 터라 더 많은 강아지들을 입양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일주일 정도 데리고 있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요.

파양하기로 한 분을 만나 강아지를 건네받기로 한 날, 그 분이 제게 강아지를 넘겨주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아이 이름을 초롱이로 지었어요." 전 그 분에게 무슨 이유로 강아지를 파양하는 건지 묻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 떠난 사람에게 그런 걸 물어봐서 뭘 하겠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초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그 강아지를 계속 초롱이로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초롱이를 데리고 와보니 문제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뚱아저씨 집에 온 첫날, 잔뜩 웅크리고 자는 초롱이. © News1

초롱이는 분리불안이 무척 심했고, 사람을 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녀석이 무엇 때문에 버림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아요. 꼬박 하루를 함께 지내 보니 '아, 이 녀석 작고 예뻐서 입양은 금방 갈 것 같은데 또 파양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입양캠페인 운영진에게 듣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초롱이가 지금까지 다섯 번의 파양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일단 초롱이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시 하던 헬스 트레이너 일을 일주일간 쉬기로 결정했고, 전 그 시간을 초롱이에게 쏟기로 했습니다.

초롱이와 함께 간 시장. © News1

일주일 동안 초롱이와 전 어딜 가든 항상 붙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초롱이는 제가 화장실에 갈 때도 제 곁을 떠나지 않더군요.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초롱이가 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6일이 지나고, 초롱이가 다시 입양캠페인에 나가야 할 날이 됐습니다. 정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 작은 녀석을 보내기가 싫더군요. '또 파양이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작고 여린 요크셔테리어 초롱이를 죽을 때까지 돌봐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섯 번 파양됐던 초롱이 이야기'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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