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 주어진 '절대 권위', 성범죄는 계속된다

지유석 입력 2016. 9.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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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잇따른 목사 성범죄, 근본부터 뿌리 뽑으려면

[오마이뉴스지유석 기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성폭력 범죄 검거자 1258명, 그 가운데 종교인이 가장 많은 450명, 그 다음이 의사로 403명.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서 드러난 수치입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종교인과 의사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돌보는 직업군인데, 이 직업군 종사자들이 성폭력 범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전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종교인이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낍니다. 게다가 8월과 9월, 청소년 선교단체 '라이즈업 무브먼트'의 이동현 전 대표,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의 현직 경남 노회장 김아무개 목사, 그리고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 등 교계 거물급 인사들이 연달아 성추문에 휩싸이는 일까지 불거졌으니 정말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입니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고발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피해자들은 성직자들의 행위를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행위"

그렇습니다. 종교 지도자, 개신교의 경우 목회자의 성범죄는 피해자의 몸과 마음 모두를 유린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큽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이토록 심각한 범죄가 교회에 만연해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최근 기독교계에서 유명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잇따르자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을 단독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지난 19일 열린 '교회 성폭력, 이젠 교회가 응답할 때' 포럼을 통해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교회 내 뿌리깊은 성차별, 목회자들의 낮은 성평등 의식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목사를 '완전무결' 존재로 여기지 마세요

 두고두고 분하고 화났던 순간들.
ⓒ pixabay
전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을 더 지적하고자 합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인간을 죄성을 지닌 존재로 봅니다. 이른바 '원죄설'이라는 설명인데요, 구약성서 <창세기>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데서 원죄가 시작됐다고 적고 있습니다.

왜 그리스도교가 인간의 죄성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인간 존재가 원래 악하다고, 그래서 억압을 정당화 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실제 원죄설은 인간을 억압하는 데 자주 사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죄설이 주는 가르침은 인간이 부족하고 약한 존재임을, 그래서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창세기 기록에 따르면 하느님은 아담을 창조한 뒤, 하와를 창조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주리라' 하시고" - <창세기 2장 18절>

인간의 부족함은 지위고하를 막론합니다. 높은 지위에 있다고, 돈이 많다고, 똑똑하다고 해서 인간적 흠결이 없지 않습니다. 목사 역시 연약하고, 때론 나쁜 생각을 품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엔 목사들을 완전무결의 존재로 보는 시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교회의 크기가 클수록, 그리고 담임목사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천막에서 시작해 대형화에 성공한 교회일수록 담임목사는 하느님과 동급의 지위를 획득합니다. 이런 '목사 무오류'는 쌍방향으로 형성됩니다. 목사는 목사대로 자신의 지위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고, 신도들은 그들대로 목사를 신의 대리자로 여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목사가 절대 권위를 갖는다고 해서 인간의 죄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거느린' 신도수가 많을수록, 자신이 주무를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막대할수록 죄의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앞서 예로 든 이동현 전 대표, 김 아무개 목사, 김해성 목사 모두 나름 상당한 위치에 있던 이들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성추문으로 삼일교회를 떠난 전병욱 씨도 한때는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아왔습니다. 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추문에 휘말린 게 과연 우연일까요?

사실 목사는 과거와 달리 최근엔 평신도들의 종교 생활을 돕도록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 직업인일 뿐입니다. 비단 목사뿐만 아니라 사제, 승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이제 이들에 대한 과도한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범죄 가해자 목사, 가중처벌 이뤄져야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사회 법정에서 엄격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 pixabay
이제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 합니다. 제 주장은 간단합니다.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사회 법정이 그를 적절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때 성범죄가 친고죄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피해자는 고소 부담을 안아야 하는 반면, 가해자는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편으로 이용됐습니다. 그러나 2013년 6월부터 친고죄 조항은 폐지됐습니다. 그렇기에 꼭 피해자가 아니어도 성범죄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개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가 목사고 피해자는 여성도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피해 성도는 사회법정에 고발을 꺼립니다. 고소 부담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송사하지 말라'는 신약성서의 구절 때문에 더욱 망설여져서 입니다.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목사인 점을 감안해 회개를 먼저 바라기도 합니다.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가 피해자와 전화통화한 녹취록이 <뉴스타파 M>을 통해 공개 됐었는데, 여기서 피해자는 전 목사에게 처벌보다 그가 먼저 회개하기를 간곡히 호소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달라져야 합니다. 먼저, 성범죄는 형법에서도 강력히 다스리는 중범죄입니다. 신약성서에 적힌 '송사하지 말라'는 구절은 성도들끼리의 사소한 분쟁을 구태여 법정까지 가져가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성범죄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분명 사회법정에 처벌을 의뢰해야 하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성범죄를 사회법 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했습니다. 사회법에서는 음욕을 품었어도 실행하지만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법은 음욕 그 자체를 죄로 규정합니다.

"'간음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 - 마태오복음 5장 27~28절 

목사가 음욕을 품어 여성도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사회법과 예수 그리스도의 법을 동시에 위반한 셈이고, 따라서 가해자에겐 가중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법조계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목사 등 종교인의 성범죄는 피해자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더럽히는 중범죄입니다. 그러니 법정은 종교인들의 성범죄를 보다 엄중히 다스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항간에서는 '교회를 19금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일 목사들의 성범죄가 불거져 나오는 지금, 이런 우스갯소리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성범죄가 불거져 나오면 사람들은 일제히 '개독'이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사실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또 교회와 목사 모두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감정의 분출만으로는 사태가 바로잡히지 않습니다. 목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회가 성범죄 가해자 목사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체계가 새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범죄는 또 되풀이될 것입니다. 목사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바로 지금, 새로운 합의 체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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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미국 내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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