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전국 1위 해남군의 '씁쓸한 두 얼굴'

강경민 2016. 9.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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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800명 태어났는데 인구는 2100명 줄어 "아이 낳은 뒤 장려금 수백만원 받고 떠나버려"

[ 강경민 기자 ]

첫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 둘째는 350만원, 셋째는 6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난임부부에게는 시술비를, 임신부에겐 초음파 검사비를 지원한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최대 70% 깎아준다. ‘땅끝마을’로 잘 알려진 전남 해남군 얘기다. 

22일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해남군이 출산 지원책에 투입하는 예산은 매년 40억원이 넘는다. 연간 3억~4억원가량을 쓰는 다른 기초지방자치단체보다 열 배가량 많다. 해남군이 2012년부터 4년째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뽑힌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해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2.46명으로 전국 평균치(1.24명)를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다른 지자체에 ‘해남을 배우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하지만 ‘4년 연속 출산율 1위’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어두운 단면이 숨어있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 출산’과 ‘재정 악화’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해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3802명이다. 이 기간 해남군 인구는 7만8346명에서 7만6194명으로 오히려 2152명 줄었다. 전입한 주민보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9세 이하 연령대 인구가 2009년 6198명에서 2014년 5718명으로 감소한 게 눈에 띈다.

해남군은 다른 지자체와는 차원이 다른 ‘화끈한’ 지원책을 내세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최종 목표인 ‘인구 늘리기’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예산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 6.4%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하위권인 해남군의 ‘출산장려 실험’이 애초 취지와 달리 열악한 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남=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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