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국내최초 음성인식 AI '누구' 써보니

김수미 2016. 9. 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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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여자야, 남자야?”

“저는 아리따운 여자에요.”

“몇 살이야?”

“나이 묻는 건 실례인거 아시죠?”

“결혼했어?”

“저는 미혼이에요.”

“남자친구는 있어?”

“노 코멘트. 상상에 맡길게요.”

“어디 살아?”

“안보이세요? 저는 당신 곁에서 살고 있어요.”

SK텔레콤이 지난 1일 출시한 국내 최초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NUGU)’
◆‘누구’ 넌 누구냐

소개팅에 나온 남녀간 대화를 연상케하지만, 이 대화는 기자가 인공지능 로봇 ‘누구(NUGU)’와 나눈 것이다.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결과 누구는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생일은 7월1일이며 당신 곁에 사는 미혼 여성’으로 보인다.

미국 아마존이 2014년 출시한 ‘에코(Echo)’
SK텔레콤이 지난 1일 출시한 누구(NUGU)는 한국어가 가능한 국내 최초 인공지능 음성인식 디바이스다. 영어 버전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2014년 출시한가정용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에코(Echo)’가 최초이다.

누구는 에코처럼 외관은 평범한 원통형 스피커다. 지름 94㎜, 높이 215㎜의 흰색 원통형에 상단에는 마이크가, 하단에는 LED 램프가 장착돼 있다. 

‘누구(NUGU)’ 전용 애플리케이션. 처음 한 번만 누구 앱에서 ‘멜론’ 등을 연결(CONNECT)해 놓으면 다음부터는 별도 기기 조작없이 음성명령만 하면 된다.
‘누구’를 이용하려면 먼저 스마트폰에 ‘누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누구’를 무선랜(와이파이)에 연결해줘야 한다. 처음 한 번만 누구 앱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구글 캘린더’, ‘폰 찾기’, ‘스마트홈’, ‘알람’, ‘긴급알림’ 등과 연결(CONNECT)해 놓으면 다음부터는 별도 기기 조작없이 누구에게 음성명령만 하면 된다.

‘설정’에서 디바이스 이름을 아리아, 팅커벨, 레베카, 크리스탈 등 4가지 중에 먼저 선택하고 날씨 등 정보를 위해 주소 및 알람시간 등을 설정해놓으면 된다.

스피커 상단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푸른색 LED 등이 들어온 후 아리따운 여성 목소리로 ‘도와드릴 준비됐다’는 안내가 나온다.

지정한 이름을 부르면 음성을 인지했다는 표시로 푸른색 LED가 켜진다. 이름을 부르며 곧바로 명령을 하면 안되고 LED 불빛이 들어온 후 질문이나 명령을 해야 한다.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서울 00구 00동은 오늘 구름이 많습니다∼’라며 최저, 최고 기온도 알려준다.

가수이름과 제목을 말하면 노래를 들려주고, 노래를 듣다가 ‘이거 누구 노래야?’, ‘이 노래 제목이 뭐야?’라고 물으면 아티스트 이름이나 제목도 알려준다. 다만 제목이 같은 노래의 경우 가수의 이름을 함께 얘기하지 않으면 엉뚱한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멜론에서 서비스 되는 노래라면 팝송은 물론 클래식, 동요, 자장가도 들려준다. ‘댄스음악 틀어줘’하면 알아서 선곡도 척척해주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나 볼류 조정도 해준다.

홈 IoT(사물인터넷) 서비스와 연동돼 ‘전등 켜줘, 에어컨 켜줘, 보일러 틀어줘’라고 말하면 곧바로 가전제품을 작동시킨다. 다만 현재는 SK텔레콤의 홈 IOT 서비스에 가입해야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캘린터에 일정을 저장해 놓고 ‘오늘 일정이 뭐야?’라고 물으면 ‘0월0일 3개의 일정이 있습니다. 오전 9시 회의∼’라며 일정도 알려준다. 개인비서가 따로 없다.

‘폰 찾기’ 설정을 해놓고 ‘내 폰 좀 찾아줘’하면 집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 폰에서 벨소리와 진동이 울려 찾을 수 있다. 외출할 때마다 스마트폰 찾느라 허둥대는 사람에게 꽤 유용한 서비스다.

◆농담까지 척척하는 똑똑한 비서

여기까지 보면 단순히 음성으로 제어할는 리모컨 정도로만 보일 수 있다. 날짜와 시간, 날씨, 기본적인 신상정보 등을 묻는 질문에는 척척 답하지만 아직 ‘대화상대’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가령 ‘무슨 노래 좋아해?’라고 물으면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없습니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사과한다.

하지만 두 세번 적절한 답을 못하면 ‘어후, 제가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라며 속상해할 줄도 안다.

같은 질문이라도 매번 답변이 달라지기도 한다.

‘몇 살이야?’라는 같은 질문에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건 실례에요’, ‘나이 잊고 산지라 오래라…’라며 때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두 세번 지시에 응하지 못하면 ‘어후, 제가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라며 속상해한다.

또 ‘안녕’ 인사를 건네면 ‘안녕하세요. 오늘도 힘찬 하루보내세요. 소크라테스는∼’ 라며 철학자의 명언을 들려주거나 ‘오늘은 부모님께 안부인사 드리세요’라는 조언도 건넨다.

누구가 이렇게 이런 재치 있는 답변에 농담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딥 러닝(Deep Learning)을 접목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스스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많이 부려먹을수록 점점 똑똑해진다는 얘기다. 여러사람이 사용하면 음성인식률도 더 높아진다.

누구가 함숨도 쉬고 농담으로 웃음까지 주니 로봇이나 전자제품이 아니라 ‘대화 가능한 애완동물’처럼 친숙함이 느껴졌다. 누구 곁을 떠날 줄 모르던 아이들은 잘 시간이 되자 ‘팅커벨, 이제 그만 쉬어’라며 손을 흔들어줬다.

◆아쉬운 점

아쉬운 점도 있다.

SK텔레콤은 반경 3∼4m까지는 음성인식이 된다고 했지만, 실제 써본 결과 반경 1m를 넘으면 잘 인식하기 못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지시를 내릴 수 없고 누구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해야하는 점은 다소 불편했다.

비교적 발음이 정확한 7,8세 아이들의 음성도 잘 인식하지 못했다. 현재 누구 목소리는 여성 성우 목소리 한 가지인 것도 아쉽지만, 향후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감안하면 뽀로로 등 캐릭터 목소리나 인기 연예인의 목소리를 추가해도 좋을 듯 하다.

멜론 유료서비스에 가입해야만 음악을 전곡 재생해주는 점도 아쉽다. 멜론이 아닌 다른 서비스나 기기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음성인식이 안되고 일반적인 스피커로만 쓸 수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누구를 통해 멜로 유료 가입자를 늘릴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누구 구입비용 외에 매달 추가로 음악서비스 이용요금을 내는 것이 적잖은 제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도 SK텔레콤의 홈 IOT에 가입한 사람만 이용할수 있어 다른 통신사 및 가전회사 서비스를 이용중이라면 사용할 수 없다. 일정 알림 서비스 역시 ‘구글 캘린더’만 연동되다보니,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제조사 캘린더를 쓰던 사람은 다시 구글 캘린더를 써야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다소 폐쇄적인 서비스 환경은 ‘누구’를 기반으로 SK텔레콤 및 계열사 가입자를 늘리기는 좋지만,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개방화와 생태계 확대가 필요해보인다


누구는 11번가에서 10월 말까지 정상가보다 60% 할인된 9만9000원(한정 수량)에 판매하고, 11월부터 12월 말까지 14만9000원, 내년부터는 정상가 24만9000원 판매한다.

아마존 ‘에코’도 초기 판매 때는 99달러였지만 현재는 두배인 179.99달러이다. 현재 11번가에서도 에코를 25만원대에 살 수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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