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耐震보강 덕.. '경주 지진' 넘겼다
- ‘후쿠시마 原電 사고’ 반면교사 삼은 한국수력원자력
日 2011년 방사능 사고 이후 ‘극한의 자연재해 대책’ 마련
개선대책 87% 완료 힘입어 산업부 “地震 피해 없다” 결론
地震후 월성 1~ 4호 수동정지… “매뉴얼 따른 바른 조치” 평가
지난 12일 경북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월성 지역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시설에 피해가 없었던 것은 원전 당국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일찌감치 원전의 내진 보강 작업을 실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월성 1∼4호기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수동정지 조치는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역대 최고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만큼 국민이 자연재해에 따른 원전 사고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전 당국의 지속적인 안전 관리와 주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현에 위치한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극한의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 성능 보강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2011년 ‘극한 자연재해 대책’(후쿠시마 후속대책) 조치 이후 한수원은 국내 24개 원전의 6개 분야 총 56건의 개선 대책 중 49건(2016년 기준, 87.5%)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다. 나머지 7건도 당초 2020년까지 이행 완료 예정이었으나 개선 조치를 2018년 4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6개 분야는 △지진에 대한 구조물 안전성 △해일에 의한 구조물 안전성 △침수 시 전력·냉각 계통 안전성 △중대 사고 대응 △비상대응 및 비상진료체계 △장기가동 원전 안전성 강화 등이다. 안전정지유지계통 내진성능 개선이나 방화·방수문 설치와 같은 부분을 포함한 미조치 7개 건도 내년 4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게 지난 18일 주형환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지진 후속조치 점검회의’의 결론이다.
또 원전 시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2018년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2019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던 것을 1년을 앞당겼다. 지진 발생 지역 인근의 월성과 고리 지역 원전은 2017년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완료한다.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유럽연합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자연재해 등 외부의 영향에 대한 원전의 건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대책은 원전의 주요안전계통에 대한 내진보강작업이 핵심이다.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리히터 규모 6.5)을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작업인데, 대상계통은 원자로 반응도 제어, 원자로 냉각재 압력·재고량 제어, 잔열 제거 등이다. 기존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 중인 후쿠시마 대책도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또 다른 지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추진 중인 원전 성능 보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후쿠시마 대책으로 상당수의 원전에 내진보강이 이뤄져 이번 지진에도 시설 자체엔 어떤 피해도 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12일 지진 발생 후 월성 원전 1∼4호기에 대한 수동정지조치는 정해진 지진 행동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임의적이지 않고 안전 관리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성 1∼4호기는 지진 발생 후 수동정지기준인 0.1g(gravity)를 초과, 비정상 절차서에 따라 당일 오후 11시 56분부터 약 10∼15분 간격으로 순차적 수동정지했다. 월성 1∼4호기의 경우 대표지진계 초기 지시값이 0.083~0.098g여서 0.1g를 넘지 않았으나 평가기준에 따라 응답 스펙트럼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0.1g 이상으로 판정됐다. 이에 한수원 월성본부는 운전절차에 따라 설비 정밀안전점검을 위해 전력거래소와 협의한 후 차례대로 수동 정지를 했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절차에 따른 수동정지에 대해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절차에 따라 원전을 수동정지해 위기 발생 시 원전 시설이 매뉴얼에 따라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한수원은 가동 정지된 월성 원전의 주요 안전계통, 설비 및 구조물의 건전성을 상세 점검한 결과 시설 피해는 전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향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행정조치를 통해 월성 원전 1∼4호기를 재가동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원전 시설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크다. 12일 지진 이후 19일에도 규모 4.5의 지진이 인근에서 발생해 경주 일대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이 인식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원전 시설에 대한 불신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각종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 주민 불안을 가중시킬 경우 향후 원전 정책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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