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독 데뷔 조재현 "주인공 하려 했으나 박혁권에게 밀렸다"

신영은 2016. 9. 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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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미화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영화,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30여년의 연기 내공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배우 조재현이 연기자가 아닌 감독으로 충무로에 등장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나홀로 휴가’가 그의 첫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는 10년을 하루같이 옛사랑을 쫓아온 한 남자의 지긋지긋한 사랑 혹은 지고지순한 집착에 관한 스토킹 멜로다. 어찌 보면 관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는 불륜 스토리와 결혼관에 대한 재해석을 담고 있다. 감독 조재현은 자신의 첫 작품인 ‘나홀로 휴가’에 대해 “작가주의 상업영화”라고 평했다.

“제 만족이라는 부분 보다는 제가 공감하고, 하고 싶은 얘기를 제 방식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방식대로 전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반감을 가지시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일부 공감하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작가주의 상업영화’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나홀로 휴가’는 드라마 ‘피아노’, ‘줄리엣의 남자’를 함께 한 오종록 PD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40대 남자의 고독과 행복의 순간을 조재현만의 방식으로 그려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이별의 아픔도 다시 생각해보면 행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엔 절친한 김기덕 감독과 전규환 감독에게 조언을 받았다. 조재현은 “전규한 감독은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런데 김기덕 감독은 ‘지금 얘기는 15분밖에 안 된다. 시나리오를 더 써라고 말하더라. 막상 시나리오를 써보니 김기덕 감독의 말이 맞았다”고 밝혔다.

사실 조재현은 자신의 첫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하려고 했다. 그러나 SBS 드라마 ‘펀치’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혁권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조재현은 “제가 박혁권에게 캐스팅에서 밀렸다. 감독으로서 ‘미안하지만 재현아. 이 역할은 박혁권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재치 있게 주연배우 박혁권을 칭찬했다.

“제가 ‘펀치’에서 박혁권을 때리는 장면이 몇 번 있었어요. 수갑을 찬 채로 뺨을 때리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박수가 나올 정도로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왔어요. 그런데 박혁권을 보니 닭똥보다 더 큰 눈물을 후두둑 떨구더라고요. 정말 그 눈물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출연 제안을 했어요.”

감독 조재현은 본인이 의도했던 데로 박혁권의 눈물을 영화에 담아냈다. 영화 속 박혁권이 연기한 강재는 불륜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는 흐르는 눈물을 가만히 두지 않고 연신 닦아낸다. 그는 “실생활에서도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 당연히 닦고 싶겠지. 너무 잘했다”며 박혁권의 눈물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재현은 강재(박혁권 분)와 시연(윤주 분)의 불륜을 미화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불륜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위해 영화 속 의도된 장면들을 삽입했다. 바로 영화 속 제 3자가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사실 두 사람이 나쁜 짓을 한건 맞잖아요. 영화를 보는 관객 중에도 분명히 (불륜을 저지른) 그런 분이 계실 거고. 모두 자기 합리화를 했겠죠. 그런 분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싶었어요. 출연한 캐릭터, 배우들, 관객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넌 지금 행복하냐고 묻고 싶었어요.”

이렇듯 영화의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조재현 감독에게 완성된 ‘나홀로 휴가’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을까. 그는 “내 고집으로 영화에 변화를 많이 주지 못했다”며 관객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여건상 동시에 현재와 과거 회상신을 찍어야 했는데 변화를 많이 못줬어요. 흑백이나 세피아는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안했고요. 페이드아웃이나 다른 영화적인 기교를 부리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음향도 넣기 싫었고. 결국 제 결정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아야죠. 제가 하고 싶은 데로 했고, 관객들이 원하는 걸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죄송스러워요.”

후반 편집 작업 역시 쉽진 않았다. 수십 년간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카메라 뒤에 앉아 영화를 완성하는 작업을 처음 경험해봤다며 “내 체질이 아니더라”라고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제가 좋은 감독님들과 좋은 작품을 많이 해왔고, 현장 경험도 굉장히 많잖아요. 촬영하는 법이나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오랜 기간 봐왔기 때문에 쉽게 해냈어요. 그런데 편집은 안 해본 거죠.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편집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편집이 힘들었어요.”

감독 조재현은 힘들었던 편집의 기억을 훌훌 떨쳐버리고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해놨다.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주연 배우가 결정되면 시나리오는 순식간에 작업할 수 있다”고 연출 의욕을 불태웠다.

“다음 영화도 작가주의 상업영화를 표방할거예요. 꼭 해내겠습니다. 작가주의와 상업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씩만 잡아보겠습니다.”

shinye@mk.co.kr/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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