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콘서트는 관객과 함께 만듭니다"
최근 방한한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바탈리아. 안웅철 사진작가 제공 |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바탈리아(51)의 솔로 콘서트 때문이다. 공연 시작 직전인 8시 정각. 기획자인 김충남 플러스히치 대표가 간이 객석을 향해 말했다.
“소리가 날 수 있으니 의자는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설정하시거나 저희 쪽에 맡겨두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떨어뜨릴 수 있는 물건은 바닥에 내려놔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수는 크게 쳐주세요. 하지만 피아노의 여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참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날 공연 실황을 녹음하기로 했기에…. 안 그래도 재즈 피아노 솔로 콘서트란 고도의 집중력을 연주자와 관객에게 요한다. 피아니스트 입장에선 다른 악기와 화성 진행, 템포, 마디 수를 맞출 필요가 없으니 완벽한 자유를 얻지만 그 대가란 혹독하다.
더욱이 바탈리아는 콘서트 전체를 완전히 자유 즉흥 연주로 꾸몄다. 관객 33명은 바탈리아와 그랜드피아노를 불과 1∼3m 거리에서 포위하듯 둘러싼 채 완벽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 바탈리아의 연주는 실로 대단했다. 첫 세 곡은 좀 난해했다. 불협화음이 연쇄하는 그의 즉흥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아찔해서 나를 상상 속 나선계단 난간에 밀어붙였다. 바탈리아는 때로 왼쪽 다리를 들어 오른쪽 몸에 체중을 실은 채 미묘하게 변화하는 편집증적인 오른손 오스티나토를 3분 이상 계속하기도 했다. 긴 터널을 벗어나듯 넷째 곡에서 마침내 아름답고 감성적인 선율이 등장하자 맨 앞줄 여성은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2시간 가까이 고독한 사투를 끝낸 바탈리아는 박수의 물결 속에 마침내 객석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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