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내던 집이 43만원 '현실된 전기료 폭탄'

이효상 기자 2016. 9. 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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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300만가구 전기료 2배 급등…24만가구는 5배 이상 증가
ㆍ누진 구간 완화 효과도 적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하모씨(36)는 지난달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전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하씨에게 “8월에 800kwh 이상의 전기를 써 43만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5만~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던 하씨는 너무 많은 요금에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침기에 적힌 숫자를 확인해 직접 계산해 보니 43만원을 내야 하는 게 맞았다.

다세대 주택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하씨는 봄에 5만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 6~7월에는 10만원 상당의 전기요금을 냈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켜는 일이 잦아졌다. 하씨는 “갓난아이가 있어 에어컨을 끌 수 없었다”며 “검침 기간이 하필 가장 무더운 7월16일부터 8월15일 사이라 누진제 최고 구간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됐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된 지난 8월 전기요금으로 약 300만가구가 폭염 이전보다 2배 이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철우 의원(새누리당)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올해 6월과 8월 전기요금 비교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전기요금이 6월보다 2배 이상 뛴 가구는 298만1000가구다. 6월 대비 8월 전기요금이 5배 이상 증가한 가구도 24만3000가구나 됐다. 6월에 전기요금을 10만원 냈다면, 8월에는 50만원 이상을 낸 셈이다.

전기요금 증가폭으로 나눠보면 2배 이상~3배 미만 증가한 가구가 제일 많았다. 총 191만8000가구가 이에 해당했다. 3배 이상 증가한 가구는 58만4000가구, 4배 이상 증가한 가구는 23만6000가구였다.

이철우 의원은 “정부가 올여름에 한해 모든 누진 구간의 전력 사용량 상한선을 50kwh씩 높이는 할인 혜택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월과 비교해도 8월의 전기요금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전의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이 누진제 5~6단계에 해당하는 가구가 7월 114만가구에서 8월 603만4000가구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2267만가구로 넓혀보면, 4가구 중 1가구는 8월에 누진제 5~6단계의 전기요금이 적용된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매년 8월은 6~7월에 비해 냉방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대부분의 가구에서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된다”며 “올해 유독 더워 예년보다 증가폭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에도 7월에 비해 8월에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수가 1684만가구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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