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③] “하나님께서 쓰실 만큼 낫게 해주실 것”

입력:2016-09-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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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에이퍼트 증후군 앓는 5세 가연이

[기적을 품은 아이들 ③] “하나님께서 쓰실 만큼 낫게 해주실 것” 기사의 사진
엄마 이영미 집사와 딸 황가연양이 활짝 웃고 있다. 이 집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가연이가 담대하게 인내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기적을 품은 아이들 ③] “하나님께서 쓰실 만큼 낫게 해주실 것” 기사의 사진
엄마 이영미 집사와 딸 황가연양이 활짝 웃고 있다. 이 집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가연이가 담대하게 인내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기적을 품은 아이들 ③] “하나님께서 쓰실 만큼 낫게 해주실 것” 기사의 사진
엄마 이영미 집사와 딸 황가연양이 활짝 웃고 있다. 이 집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가연이가 담대하게 인내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활짝 웃는 딸 황가연(5)의 얼굴을 바라보는 엄마 이영미(43·수원 보배로운교회) 집사의 얼굴엔 옅은 미소와 함께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연이는 한 달 전 양악 수술을 받으며 잇몸에 고정 장치와 나사들을 박아놓았다. 제대로 말할 수도, 먹을 수도 없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13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자택에서 만난 가연이는 6만5000명 중 한 명 꼴로 발병한다는 ‘에이퍼트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뇌가 다 성장하기 전에 두개골의 봉합선이 닫혀 머리와 얼굴이 일그러지고 심각한 기형을 유발시키는 희귀병이다.

5년 전 인도네시아의 한 산부인과에서 가연이를 출산한 이 집사는 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태어난 순간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한 가연이는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중환자실로 직행했다. 태어난 지 3일만에 겨우 마주한 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손·발가락은 하나로 붙어 있었고, 넓은 미간에 튀어나올 듯한 두 눈, 구멍난 듯 열려있는 입천장. 이 집사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전부 다 제 잘못 같았어요. 셋째 아이라서 첫째 둘째 때만큼 감사기도를 하지 못한 것, 임신한 줄 모르고 내 몸 힘들다고 영양제 맞은 일 등 더 조심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맴돌아 며칠 밤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정밀 검진을 위해 한국으로 갈 날만 기다렸다. 비자 문제로 출국이 지연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2개월여 만에 입국해 받아든 검진 결과는 에이퍼트 증후군이었다.

평범했던 가정에 큰 시련이 닥쳤다.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장기파견자로 자리를 잡아가던 아빠는 현지 근무를 접고 두 아들과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 ‘아이 고치려다 신용불량자 되고 가정이 파탄날 거다’ ‘수술시키지 말고 시설 같은 데 맡겨라’ 등 모진 소리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 집사는 가연이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도움과 지혜를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수술실 문이 닫힐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 문이 열리고 가연이와 다시 만날 때마다 ‘하나님께서 고쳐서 사용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큰 수술을 마치고도 칭얼대지 않고 잘 견뎌주는 가연이 모습에 제가 더 힘을 냅니다.”

가연이는 생후 3개월 만에 10시간 넘는 두개골신연기수술(머리뼈를 늘리는 수술)을 시작으로 5년 동안 11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양악 수술, 손·발 분리수술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대지 않은 곳이 없다. 무호흡 증세 때문에 잘 때는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고,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해 체하기 일쑤다. 뇌의 성장이 멈출 때까지 수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공간을 늘려줘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도 없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만큼 무서운 게 수술비다. 적게는 200만원, 많을 때는 1200만원까지 들어가는 수술비는 가연이네 살림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유일한 수입원인 아버지의 월급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또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지원도 언제 끊길지 모른다.

이 집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슬아슬한 삶이지만 우리 가정은 가연이로 인해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며 “가연이를 통해 감사의 제목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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