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의시사전망대] "훔쳐보기 무죄, 이제 공중화장실만 가라고?"

2016. 9.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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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상융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박진호/사회자:

지난 5월이었죠.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각종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를 무색하게 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건을 요약해 보면요. 지난 2014년 7월 밤 9시쯤 전주시의 한 음식점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외 화장실로 들어간 것을 보고 성적인 욕망에 이끌려 따라 들어간 30대 남성이 옆 칸의 여성을 엿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게 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외식이나 술자리를 하게 되면 상가 건물인 경우에 실외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이래가지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겠느냐. 제 2, 제 3의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 박상융 변호사와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유와 법적인 이유와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인지 짚어보고요. 이어서 여성 화장실 안전 대책과 관련한 실효성에 대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님과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상융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상융 변호사: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음식점과 술집이 있는 상가에 위치한 남녀공용 실외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변을 엿본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어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온 겁니까?

▶ 박상융 변호사:

법원은 성폭력특례법상의 공중화장실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이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음식점 주인이 관리하는,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화장실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이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 정하고 있는 공중화장실이 아니다. 그래서 무죄다. 이런 말씀이신 것인데요. 그러면 현 공중화장실법이 어떻게 돼있는 겁니까?

▶ 박상융 변호사:

공중화장실은 일반 대중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인데요. 이 공중화장실 뿐만이 아니라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 여기에 해당이 돼야 처벌이 된다는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이 법 범위에 포함이 안 되는 건가요?

▶ 박상융 변호사:

법원의 판단은 이 물리적인 해석에 치중한 것 같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 입법자의 입법 취지는 꼭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 자기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 침입한 경우에는 처벌해야 한다. 이런 것이었는데. 너무 물리적인 해석에 치중한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이 남성이 화장실을 따라 들어간 이유가 성범죄, 성적인 범죄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그것으로도 처벌이 되는 게 아닌가요?

▶ 박상융 변호사:

그래서 꼭 이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하지 말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형법상의 건조물 침입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화장실은 건조물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불법적인 목적으로 꼭 성폭력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도 보다시피 남녀 공용 화장실에 살인을 목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이것은 형법상의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고 또 처벌 형량도 지금 성폭력특례법상의 1년 이하 징역, 3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더 높습니다.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조물침입죄로 적용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 식으로 처벌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법원의 해석 자체가 성범죄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외면하고 공중 화장실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요. 제가 봐도 좀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상융 변호사:

법원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이 화장실에서 침입한 행위도 당연히 처벌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이것을 너무 넓게 해석하면 자칫하면 죄형법정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이것은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이 법을 만든 법무부라든가 여성가족부라든가. 또 이 법을 심의한 국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왜 법을 이렇게 협소하게 만들었는가. 이 부분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박상융 변호사님 말씀을 들어보면요.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은 것이. 이번 판결을 보면 지금의 법대로라면 상가공용, 또 남녀공용인 실외화장실에서는 결국 피해 여성이나 타인이 원치 않는 성적인 행동을 해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건가요?

▶ 박상융 변호사: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렇게 되면 이 성폭력특례법상의 적용을 받지 않은 화장실에 가면 처벌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꼭 성폭력특례법 12조를 적용하지 말고. 형법상의 건조물침입죄에 적용하면 오히려 형량이 높아질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검찰이나 경찰도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 기회에 국회에서 성폭력특례법상의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행위에 꼭 화장실을 갖다가 공중화장실에만 적용하지 말고, 공공장소. 너무 예시만 하지 말고 넓혀서 공공장소에서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들어가면 처벌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법의 큰 허점인 것 같은 느낌인 것 같은데요.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박상융 변호사:

예. 고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평택경찰서장 출신의 박상융 변호사님과 말씀 나눴고요. 이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님 전화 연결 돼있습니다. 이미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앞서서 박상융 변호사 얘기 들으셨겠지만 당장 성범죄특별법의 공중화장실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저도 이번 판결을 보면서. 사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화장실에서 훔쳐보기를 한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인지, 또는 개인화장실인지. 그 장소 자체가 법적 규율을 받는 곳인지 아닌지 초점이 된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저희들은 화장실 갈 때 그 화장실이 소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공중화장실인지 아닌지. 이런 것을 살펴야 된다는 것이네요?

▷ 박진호/사회자:

그러네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그리고 저는 이것을 기소를 한 검찰도 법조인이잖아요. 그리고 수사를 한 경찰은 다 이것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법원에 기소를 한 것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인지. 아까 박 변호사님이 죄형법정주의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성폭력상담소에서, 이 현장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보면요. 사실 법 하나하나에 너무 천착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거든요. 현실은 사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법 적용이 좀 실효성 있게 되어야 한다. 이런 말씀 같은데요. 지난 5월의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 대책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호신용 비상벨, 안심 거울. 이런 것도 설치가 됐고. 화장실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해서 여성 안심 보안관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이게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저는 이렇게 화장실 관련한 대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과연 성범죄 근절의 해결책이 될까. 굉장히 우려하는 점이 오히려 많습니다. 그리고 설사 이런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요. 아까 우리가 살펴본 사례만 보더라도 현행법에서는 이것이 공중화장실이냐 아니냐. 이 훔쳐보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어떤 화장실에 갔을 때 거기서 일어난 훔쳐보기나 이런 부분은 속수무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 정부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저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단순히 공중화장실의 범위에 대한 정의 같은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범죄에 대한 법 내용 자체가 달라져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네. 그렇죠.

▷ 박진호/사회자:

많이 여성들 상담을 하셨을 텐데. 이런 봉변을, 범죄 행위를 당했을 때 여성이 느끼는 공포감이나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실제로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사실 저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또 트렌스젠더고. 이런 것을 다 떠나서요. 화장실 자기가 갔을 때 이렇게 훔쳐보기, 또는 아까 말씀하신 몰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몰카라기 보다는 도둑촬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런 것이 사실 실제로 많이 일어나거든요. 그러면 정말 불쾌하고 또 불안하죠. 그래서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화장실이라는 것은 굉장히 사적인 공간이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안전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는데. 이 화장실 내에서 불법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만도 굉장히 공분을 금치 못하겠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것이 공중화장실이냐 아니냐. 법적으로 맞느냐 아니냐. 이런 것을 따진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화장실을 마음 놓고 갈 수 있겠느냐고요.

▷ 박진호/사회자:

예. 정부는 일단 양형 기준 범위 안에서 최고형을 구형하고, 또 낮은 형이 선고될 경우에 적극 항소한다는 대책을 내놓기는 했는데. 미국처럼 성범죄형에 가중치를 둔다는 것인데. 좀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일단 아까 지금 말씀하신 정부 정책은 사실 기소가 된 사건에 한해서거든요. 그런데 저희 상담 현장에서 보면 용기를 내서 고소를 하신 분들 중의 반절, 50%만 기소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문제는 고소하신 분의 50%는 법정에 서보지도 못하는, 불기소되는 현실을 봐야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가 이 처벌 강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 이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성폭력이냐 아니냐라고 하는 판단 기준이 굉장히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보는 식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국내에서 유독 성범죄, 성폭력 범죄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미경 소장님 보시기에 범죄 예방이나 처벌 위해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어떤 것이라고 보세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이게 좀 너무 추상적이지 않느냐고 말씀들을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성폭력이 사실 상대 인권을 침해하는 굉장히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아직도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왜 소리 지르지 않았느냐,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 이런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신고율 자체가 10% 자체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 성범죄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요. 또 평소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아주 어릴 적부터 몸에 배일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박진호/사회자:

예.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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