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의 언어] '혹(惑)하면 훅간다' 유혹에 든 리더의 생존비법

김성회 리더십스토리텔러 2016. 9. 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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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운이지만 실패는 윤리… 잘 나갈수록 실패보다 성공에 대비해야한번 문 유혹의 미끼, 그 안의 갈고리는 뱉어내기 힘들어추락하는 리더는 날개가 없다

김현중 부장 검사/사진=연합뉴스

본립도생’(本立道生).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이 말이 새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의 검사에서 스폰서 검사로 급전직하한 김형준 부장 검사가 3년 전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고 해서이다. 본립도생.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이 말은 거꾸로도 성립한다. 기본이 무너지면 생겼던 길도 도로 막힌다.

기본이란 일상의 사소한 행동이다. 일생의 길은 일상의 점을 잇지 않고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될성부른 리더와 될 리없는 리더는 ‘위대한 신의 한수’에서 갈리지 않는다. 사소한 한 끗에서 갈린다. 어떻게 보면 참 절묘한 사자성어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속담에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큰 산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다“란 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 동창회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졸업 5년후 동창회자리, 조직생활과 결혼에서 성공한 흔적이 역력하고, 행복하고 활기찬 대화가 넘친다. 10년후 드문드문 안보이는 얼굴이 등장하고 자신의 사생활과 사회생활의 괴리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이 역력한 동창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과 가정의 불만과 불안, 피로가 눈에 띈다. 30년후, 부도, 조작, 성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문제로 교도소행 친구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정상에 올라갈수록 교도소 담장이 가까워진다

바다건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생들 이야기지만 인재(人材)가 인재(人災)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은 왠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정상에 올라갈수록 교도소 담장이 가까워진다”는 역설은 유혹이 그만큼 많아지고, 초심을 지키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가 아는 H사장은 인쇄업을 해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으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본업 밖으로 눈길을 돌려 과도한 부동산투자를 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경우다. 창업할 당시의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그는 “실패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고, 경계는 했다. 그런데 성공에 대비할 생각은 하지 못한 게 오늘날 인생유전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대개의 사람들이 실패를 대비한다. 나 역시 그러면서 정작 성공을 준비하지는 못했다. 성공은 운이지만, 실패는 윤리성이더라”고 자신의 패인을 나름 진단했다.

눈 앞에 보이는 생선 한마리의 이득과 일생의 이득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사진=조선DB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소문이 나자 온갖 유혹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국회에 나가보라, 어쩌라’고 여기저기서 부추기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등장하는 저명인사들과 어울리며 허파에 헛바람이 들기 시작했고 점차 본업에 불충실한 채 떼지어 몰려다니며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했다는 것.

이같은 날개 없는 추락을 막는 비법은 무엇일까. 크리스텐슨교수가 제시하는 비책은 간단하다. “이번 한번만의 유혹에서 밀리지 말라”이다. 말하자면 now & here이다. 지금 이번에 지키지 못하면 계속 밀리게 돼있다. 마치 다이어트 결심과도 같다. ‘이번만 먹고 내일부터’란 결심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같은 것,많이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뇌물을 경계하라...이 정도쯤이야, 한번의 유혹에 밀리면 끝

몰락은 ‘이 정도쯤이야, 이번만, 남은 모를 거야’라고 한발 밀리는 데서 가속도가 붙는다. 한번 문 유혹의 미끼 속 숨겨진 갈고리를 뱉어내긴 힘들다. 거짓말은 거짓말로 덮어지고 눈덩이처럼 커진다. 일상으로 일생을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당장은 모자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기본 사수’야말로 장기복리의 안전투자다. 이는 동서고금 다르지 않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의 재상 공의휴 이야기다. 그는 생선을 즐겨먹는 미식가였다. 한 손님이 이런 취향을 저격해 귀한 생선을 상납했다. 공의휴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재상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생선을 살 수 있는 형편이오. 그런데 그대가 주는 생선을 받고 내가 이 자리에서 쫓겨난다면, 그때는 누가 내게 생선을 보내 주겠소? 그래서 받지 않는 것이니 어서 가져가시오.”

그깟 생선 한 마리의 선물과 재상 자리를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이다. 눈앞의 이득 vs 일생이득의 총비용, 무엇이 더 큰가? 지금 당신의 귀에 살랑거리는 바람은 일생의 뿌리를 흔드는 것을 허용할 정도로 중요한가?

당신의 본심은 안녕합니까?

뿌리 본(本)은 나무 목(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콕 찍어 분명히 가리킨다. 한마디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 우선시하는 것이다. 혹(惑)하면 한방에 훅갈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뿌리가 서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외부의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사장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초심은 바랠 수도,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심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라고. 당신의 본심은 안녕한가? 다음의 질문을 해보라.
나의 뿌리가 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마지노선은 무엇인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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