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필리핀, '마약과 유혈전쟁 3천명 사살' 인권 공방(종합)

2016. 9. 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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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법 경시..인권 실종" vs "저항 용의자 정당방위 사살" "두테르테 대통령, 시장시절 자경단 운영..범죄자 즉결처형·정적 제거 지시"

"국제인권법 경시…인권 실종" vs "저항 용의자 정당방위 사살"

"두테르테 대통령, 시장시절 자경단 운영…범죄자 즉결처형·정적 제거 지시"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이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놓고 이번에는 유엔과 인권 공방을 벌였다.

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과거 다바오시 시장 시절 비밀리에 자경단을 운영하며 범죄 용의자를 즉결 처형하고 정적 제거를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필리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제33차 회의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지목, 마약 용의자의 초법적 처형을 비판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국제 인권법을 비웃는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은 인권에 대한 인식 결핍을 보여준다"며 "경찰에 증거가 있든 없든 마약 용의자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정의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약 3천 명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다. 이중 절반가량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고 나머지는 주로 자경단의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용의자를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한다는 유엔의 비판에 대해 필리핀 정부는 발끈했다.

제네바 주재 세실리아 레봉 필리핀 유엔대표부 대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경찰이 마약 용의자의 격렬한 저항으로 생명이 위험에 처할 때 자기 방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당 방위를 주장했다.

레봉 대사는 "현재 마약 소탕전은 필리핀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법치와 정당한 법 절차, 인권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변호사이자 전직 검사로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법과 권한의 한계를 알고 있다"며 "그는 인권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기구들은 필리핀의 마약 전쟁과 관련,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필리핀 정부가 이를 허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인권 문제를 제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충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이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고 "'당신은 또 한 명의 바보일 뿐'이라고 혼잣말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유엔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반 총장의 회담 요청도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필리핀 상원이 15일 개최한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권을 잡기 전 22년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경찰과 전 공산반군으로 구성된 자경단을 운영하며 범죄 용의자를 재판도 없이 사살하고 정적 암살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지 언론과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다바오 자경단의 일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에드가르 마토바토(57)는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의 일은 마약 판매상, 강간범과 같은 범죄자를 죽이는 것이었다"며 "2007년 한 남성을 악어밥이 되도록 하는 등 50여 차례의 납치와 공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경단이 당시 두테르테 시장 명령에 따라 약 1천 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사례로 1993년 무슬림에 의한 성당 테러를 보복하기 위한 회교사원 공격, 자경단 임무를 방해한 법무부 직원 사살, 2009년 자경단 조사에 나선 레일라 데 리마 인권위원장 습격 시도, 2010년 두테르테 정적인 전 프로스페로 노그랄레스 하원의장의 지지자 4명 납치·살해 등을 제시했다.

이중 데 리마 인권위원장은 현재 상원의원으로 마약 용의자 초법적 처형에 대한 상원 조사를 주도하며 두테르테 대통령과 맞서고 있다.

마토바토는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 직원과의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당시 두테르테 시장이 현장에 와서 이 직원을 직접 죽였다고 주장했다.

마토바토는 "두테르테 시장이 도착했을 때 NBI 직원이 살아있었다"며 "두테르테 시장이 이 직원을 향해 기관총 탄창 2개를 모두 썼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시장 재임 기간에 1천700명을 죽였다고 말했다가 부인하기도 했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장 시절 그런 지시를 했을리가 없다"며 "당시 인권위가 조사했고 아무런 혐의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마토바토의 증언에 반박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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