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100일 '소라넷' 부활하나, 일각에선 '안 잡는가, 못 잡는가' 논란

김서영 기자 2016. 9.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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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6월 6일. @soranet. 소라넷서비스를 공식적으로 폐쇄합니다. 계정도 탈퇴합니다. 추후 서비스가 복구되거나 새로운 주소로 서비스할 예정이 없으므로 소라넷 서비스를 가장한 유사 사이트의 홍보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6월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의 트위터 계정이 사이트 공식 폐쇄 소식을 알렸다. 지난 3월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해, 4월 “소라넷의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고 밝힌 이후다.

지난 13일로 소라넷 공식 폐쇄 100일째를 맞았다. 1999년 ‘소라의 가이드’라는 사이트로 시작한 소라넷은 2003년 본격적으로 ‘소라넷’이란 이름으로 개편했다. 소라넷은 이후 17년간 규모를 키워나갔으며 회원만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라넷에선 일반 여성들의 몰카, 성행위 동영상 등이 버젓이 공유되고 강간 약물 광고가 게시되는 등 ‘가장 악명 높은’ 음란 사이트였다.

음란사이트 보고 있는 남성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라진 줄 알았던 소라넷…. ‘부활’ 예고?

이달 초 트위터에 과거 소라넷 계정과 동일한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계정 운영자가 “소라넷 오픈은 10월 중순쯤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딜레이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 계정은 지난달 30일에도 “소라넷이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오픈일자에 대해서 9월 5일에 공식 트위터로 전하겠다”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이보다 열흘 전에는 소라넷 오픈 일자를 두고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계정은 기존 소라넷 운영자가 폐쇄 공지를 한지 4일만인 지난 6월 10일 첫 글을 올렸으며, 지난 7월 말에는 “더 이상 소라넷 사칭 사이트에 현혹되지 않으면 좋겠다” “현재 사이트 작업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이후 네이버 밴드 개설 등을 시도하는 등 회원을 다시 모으고 사이트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13일 현재 이 계정의 팔로워는 약 6000명이다.

이 때문에 여성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소라넷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관심 받기 위한 사람이 소라넷 운영자를 사칭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계정은 이달 5일 사이트 오픈을 예고하고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시 10월로 연기했다. 여러 차례 사이트 오픈 시점을 늦추는 것을 보아 다른 사람이 소라넷 운영자인 척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 계정 운영자가 기존 소라넷 운영자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100% 확신할 순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소라넷 계정은 트위터를 탈퇴했다. 다만 탈퇴했던 소라넷 운영자가 다시 가입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실제 소라넷이 아닌 사칭 사이트라 하더라도 현행법에 저촉되는 내용이 올라오거나 여성을 피해자로 삼는 사이트라 하면 적극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나타난 계정이 실제 소라넷 운영자의 계정인지 여부는 소라넷 운영자로 알려진 ㄱ씨(45) 부부를 검거하면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ㄱ씨 부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해외로 도피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영자를 검거하기 위해 계속 추적 중이다. 해외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국제 공조를 받아야만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넘쳐나는 음란 사이트, ‘안 잡느냐, 못 잡느냐’ 논란 이어져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가 문을 닫은 이후에도 온라인 상에선 여성의 신체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포르노)’, 강간 약물 광고가 넘쳐난다.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렵다’던 소라넷도 폐쇄했으면서, 또다른 음란 사이트들은 방치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란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러한 지적은 경찰이 지난 3월 소라넷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불거졌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질의를 받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소라넷에 대한 수사를 약속·시작했다는 자체가 지난 17년 간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안’ 해왔다는 방증으로 여겨졌다. 경찰이 실제로 서버 폐쇄란 성과를 거두자 ‘그 동안은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해왔던 것’이란 의혹이 더욱 힘을 얻었다.

이처럼 ‘수사 의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최근 각종 ‘○○패치’ 검거로 더 커졌다. 불특정 남성을 타겟으로 한 인스타그램 계정 ‘한남패치’ ‘재기패치’ 등을 운영한 여성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잇따라 검거되자, ‘소라넷은 17년 걸렸으면서 한남패치 검거는 두 달만에 되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만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 10일과 11일에는 여성 50여명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경찰의 선택적 수사’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양일 집회를 주최한 ‘경찰공정수사촉구시위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치 계정이나 음란물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반 여성의 사진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계정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해외 사이트라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경찰이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 남성이 피해자일 때에 차별적으로 사건 수사에 임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근 ‘재기패치’ 운영자를 검거한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계정들이 ‘인신공격성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수사자료를 제공했다”며 “이는 성별에 따른 편파 수사가 아닌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 존재 여부에 초점을 두고 수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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