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가족의 추석.."등산 가자던 아빠 그립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2016. 9.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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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딸 도라지 씨와 부인 박경숙 씨. (사진=윤창원 기자)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산뜻한 바람이 부는 한가위.

백도라지(35) 씨가 남편과 함께 향한 곳은 전라남도 보성군에 있는 고향 집이 아닌 병원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격리실에 300일 넘게 누워있는 백남기(70) 농민.

2평 남짓한 갑갑한 공간에서 온전히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는 아버지를 보며 백 씨는 "원래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셨던 분인데, 왜 이렇게 누워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 씨는 추석 때면 등산을 가자고 보채던 아버지와 알콩달콩한 승강이를 벌였던 일들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등산을 좋아했어요. 추석 때 가족이 모이면, 저와 남동생에게 뒷산에 올라가자면서 저희를 살살 달랬어요. 그러면 우리는 칭얼대면서도 곧잘 따라갔었죠. 아버지는 그렇게 산을 다녀오시면, 친척들과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어요."

현재 백남기 농민은 무의식 상태다. 스스로 신진대사를 거의 할 수 없어 호흡활동부터 배변 활동까지 모두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 생성에도 어려움이 있어 매일 수혈을 받고 있고, 혈액에서 균이 검출돼 격리실로 옮겨졌다.

백 씨는 올해가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추석이 될 것 같은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의사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12개월 정도 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은 아빠에게 달렸겠죠. 하지만 마지막 추석이 될 것 같은 느낌은 드네요."

◇ 경고살수는 없었다…"7차례 직사 살수"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경찰이 경고 살수와 곡사 살수 등 직사살수 전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의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제4기동단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 농도로 약 4천톤을 살수'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직접 살수차 CCTV를 분석한 결과,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와 달리 총 7번 살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남기 농민은 4차 살수에 맞아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국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는데, 사과 한 번 안하고 버젓이 거짓말을 하는 공권력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겠느냐"고 따지며 강 전 청장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시위 현장에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객관적 조사와 법원 판결에 따라 나오는 책임에 대해 사과 방문을 포함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답했다.

◇ 폭력집회는 기소, 경찰폭력은 수사중…"검찰, 의지 없다"

남기 농민 부상 사건에 대한 수사더 지지부진한 상태다.

백남기 농민 가족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살수사 운용과 지휘에 책임이 있는 경찰관 7명을 고발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사건발생 7개월 만인 지난 6월에서야 처음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서 제공한 '백남기 농민 부상 관련 경찰관 검찰 조사 현황'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살수차를 직접 운용한 충남청 제1기동대 한모 경장 등 2명과 제4기동단 기동장비계장, 제4기동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 전 청장과 구 전 서울지방청장 등은 소환하지 않고 있다.

소환 조사 시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야 3당이 백남기 사건 청문회 실시를 언급한 직후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했다. 이 시점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이기도 하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날 일어난 사건을 두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는데, 백남기 농민 사건은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일부 관련자들만 불러 조사한 것만 봐도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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