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세대] "결혼 언제하냐고 묻지 마세요, 충분히 행복하니까"

김유진|박다해 기자|기자 2016. 9. 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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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싫어요" <상> '가정' 대신 '나' 택했다..이제는 '대세' 된 1인 가구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박다해 기자] [편집자주] 최근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으로 1인 가족이 가장 흔한 형태의 가족이 됐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페미니즘 열풍과 '혼밥' '혼술' 등 싱글 라이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혼’에 대한 20, 30대 세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결혼을 거부하는 세대의 출현과 이들이 꾸리는 삶의 양식을 조명했다.

["결혼이 싫어요" <상>'가정' 대신 '나' 택했다…이제는 '대세' 된 1인 가구]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싱글페어를 찾은 한 시민이 쉐어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4)씨는 이번 추석 연휴, 이틀 연차를 내고 태국 방콕으로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결혼은 왜 안 하느냐"며 그를 괴롭혔기 때문. 그러나 그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비혼주의자'다. 결혼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훈계가 불편해 도피성 출국을 계획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성적 욕구 때문에 결혼해야 하는 시대가 지났잖아요. 연애나 잠깐의 만남도 충분히 가능하죠. 결혼한다면 오로지 2세 때문이라고 보는데.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듭니까. 제가 아이에게 금수저를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결혼해야 할 이유를 못 찾고 있어요."

그는 결혼이 '망한' 제도라고 굳게 믿고 있다. 농업 사회에서 자녀는 곧 일손이어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필요했고, 산업화 사회에는 대부분이 도시 빈민이었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보다 핵가족을 꾸리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결혼이 노후 파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결혼하기 위해 집을 사겠다고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갈취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나 하나만 책임지며 누릴 것을 다 누리다 죽고 싶다"며 "다행히 나와 생각이 비슷한 여자친구를 만났고, 우리 둘 다 결혼제도로 묶지 않은 관계 속에서 오히려 진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과 맞바꾼 자유 만끽하는 '혼족'들

최근 tvN '혼술남녀', SBS '미운오리새끼' 등 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조명되기 시작한 '혼족'(나홀로족)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가족이 됐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으로 1인 가족이 가장 흔한 형태의 가족이 된 것. 외로울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혼족'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1인 가구'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1년 전 떠난 유럽 여행에서 "이제 유럽은 아무도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제도는 망했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관련 공부 끝에 비혼주의자가 됐다는 김모(여·29·대학원생)씨는 현재 서울 용산구의 한 셰어하우스(하나의 주거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거주형태)에 살고 있다. 오래된 빌라를 개조해 만든 이곳에는 동거 중인 커플, 김씨 같은 싱글을 포함해 총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유럽처럼 싱글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는 셰어하우스가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며 "지인 위주로 입주자를 받고, 입주 전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을 확인하기 때문에 큰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싱글페어'에도 이제는 비혼세대가 '대세'임을 깨달은 업체들이 몰렸다. 시행 첫 회라는 점과 홍보 미숙 때문인지 기대보다 혼족의 참여가 많지 않았으나, 참가 업체들은 대체로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며 "앞으로는 싱글을 겨냥한 마케팅이 대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혼=독신' 아냐…자유롭게 사랑할 것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세대'는 독신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편입되는 것이 싫을 뿐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형성하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이들 비혼세대는 '비혼'이 '독신'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연애와 동거, 미혼부·미혼모, 공동체 생활 등 결혼 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놓고 살고 있다는 것. 이들은 이미 두텁게 형성된 혼족 사회 안에서 각종 동호회나 모임에 활발히 참석하며 외로움을 잊고 사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동호회나 취미, 친목 등을 위한 소모임을 개설하고 모집해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해 주는 스마트폰 앱 '소모임', 누적 방문객 수 4400만 명에 달하는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낯선 사람들과 모여서 식사하기)' 사이트 '집밥'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을 통해 모임을 만들고, 1회 혹은 장기적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1인 고독'을 치유하는 셈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직접 경험과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 '행복한 결혼 이데올로기'가 깨지면서 더 이상 결혼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며 "대가족, 핵가족 등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찾아야 했던 성적·정서적·경제적 기능을 혼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비혼 증가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yoojin@,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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