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불안·불만·분노, 대한민국 지배했다"
2016년 현재 한국사회는 IMF 외환위기 직후만큼이나 정치·경제적으로 비관적인 태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가량이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현실에 대해 불만스럽다고 답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역시 대폭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관’에 대한 설문조사(2001년vs. 2016년)를 실시한 결과 정치에 대한 불신과 경제적 불안감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정치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75.5%가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현실이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같은 조사에서 74.1%가 정치현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결과로, 지난 15년 동안 한국사회가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정치는 국민들에게 믿음직스러운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와 50대가 정치현실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드러냈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정치 불만이 더욱 커진 세대도 20대(01년 75%→16년 80.4%)와 50대(01년 69.4%→16년 78.2%)였다. 또한 정치성향이 진보적일수록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이 컸으며,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반면 정치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여론을 정책에 잘 반영하는 편이고(01년 6.9%→16년 7%), 정치인들은 특정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01년 8%→16년 9.9%)는 평가 모두 2001년이나 지금이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현재의 정부를 지지한다는 의견도 11.2%에 불과했다. 2001년 조사(10.1%)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이다.
◆국내 정치문화 개선 기대감 ↓
향후 국내 정치문화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기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정치문제가 합리적인 법이나 제도를 통해 해결될 수 있고(01년 27.2%→16년 25.8%),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해결될 수 있다(01년 21.2%→16년 24.5%)는 시각이 2001년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만큼 정치변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적은 것으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응답자들이 정치문제의 해결이 합리적인 법이나 제도, 그리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가능하다는 시각을 좀 더 많이 내비쳤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긍정적인 정치변화는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는 사실이었다. 2001년 10명 중 3명(30%)만이 자신이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4.3%가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것이다.
여전히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고 냉소적인 태도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정치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연령별로 보면 2001년과 비교했을 때 특히 20~3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던 젊은 세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전체 75.3%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도 바라봤다. 역시 2001년(68.8%)에 비해 선거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치적인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가 별 상관이 없다는 시각이 16.2%에 불과하다는 점도 정치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韓 경제적 불평등 심각한 수준
국가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IMF 직후였던 2001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비관적이었다. 먼저 전체 10명 중 8명(77.2%)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2001년 조사(80.4%)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결과로, 지난 15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 불평등 문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는데 대체로 더 많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와 50대가, 정치성향으로는 진보층이 우리사회의 경제 불평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경제현실이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도 전체 63.8%에 이르렀다. 2001년 조사(67%) 보다는 소폭 줄어든 결과이지만, 그 당시가 IMF 여파로 인해 경제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국가 및 가계경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에서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국가경제부터 살펴보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좋아질 것 같다는 시각이 전체 19.2%에 불과했다. IMF를 겪은 직후였던 2001년 조사(45.1%)와 비교해보면 현재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얼마나 비관적인지를 알 수 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특히 20대(16.2%)와 30대(15.2%)와 저소득층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줄어들었다. 2001년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54.9%)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우리 집의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3.8%만이 가계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역시 저소득층의 기대심리가 훨씬 낮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01년 59.6%→16년 41.2%)와 30대(01년 60.4%→16년 46.6%)의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아진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 집의 생활수준이 작년에 비해 더 나아졌다는 평가(01년 32.3%→16년 26.6%)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렇게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다 보니, 소비자의 자금투자의 방향도 2001년과 비슷하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돈을 투자한다면 안전한 곳보다는 수익이 높은 쪽에 투자하겠다는 의견이 2001년 조사(30%)와 같은 29.3%에 머물렀다.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43.2%로 많아,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행에 돈을 투자한다면 안전한 은행보다는 이율이 높은 은행에 투자하겠다는 의견(01년 37.7%→16년 37.5%)과 돈에 여유가 있다면 부동산보다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의견(01년 25.9%→16년 22.7%)이 2001년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통 부재, 인간관계 단절…개인화 성향 뚜렷해져
향후 다가올 미래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0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가 서구사회와 같이 철저하게 개인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74.4%)이 2001년 조사(66.1%)보다 더욱 증가한 것이다. 이미 소통의 부재와 인간관계의 단절 등 한국사회의 개인화 성향이 매우 뚜렷해진 상황이지만, 앞으로 이런 흐름이 보다 공고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연령이 높을수록 많았으며, 특히 2001년에 비해 50대의 인식 변화 폭(01년 64.2%→16년 86.4%)이 가장 큰 모습이었다. 또한 남성(01년 64.5%→16년 71%)보다는 여성(01년 67.7%→16년 77.9%)이 우리사회가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전체 10명 중 8명(80.4%)은 한국사회의 이혼율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2001년보다는 이혼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줄어들었으나(01년 88.8%→16년 80.4%),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이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66.9%), 자녀가 있어도 부부가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이혼할 수 있다(63.7%)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에서 이미 이혼에 관대해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평균 연령이 더 늘어나 노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많고(01년 90.7%→16년 89.4%), 지역감정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은(01년 18.5%→16년 19%) 2001년과 마찬가지였다.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은 큰 폭으로 줄어든 변화를 보였다. 2001년 64.6%가 한국사회가 성적으로 완전히 개방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본 것에 비해 2016년에는 48.2%만이 이에 동의한 것이다. 다만 이런 인식 변화는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이미 한국사회가 상당 부분 개방적인 성문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풀이해볼 수 있다.
◆성문화 상당 부분 개방…이혼 부끄러운 것 아냐
미래사회의 기술발전과 관련해서는 과거보다 긍정적인 기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먼저 공장이 자동화되어 지금보다 편하게 일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52.2%)이 2001년(71.4%)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온라인의 발달로 이동의 필요성이 사라져 교통문제가 해결되고(01년 35.4%→16년 21.6%), 일반인도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며(01년 56.5%→16년 47%), 불치병인 암이 정복될 것(01년 74.3%→16년 59.3%)이라는 전망 역시 감소했다.
2001년에 비해 상당한 기술발전이 이뤄지면서 과거에는 상상에만 머물던 미래사회의 모습이 어느 정도 현실에 반영되었거나, 여전히 잘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기술발전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동시 통역기의 발달로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감(01년 61.6%→16년 63.4%)은 좀 더 커진 모습이었다. 신용카드의 발달로 화폐가 사라지고(01년 40.1%→16년 42.2%), 기술 발달로 종이와 펜 등 필기구를 쓰지 않을 것이며(01년 27.4%→16년 34.2%), PC통신과 홈쇼핑의 발달로 점포가 사라질 것(01년 30.1%→16년 39.5%)이라는 예상도 소폭 증가했다.
정보기술 발전의 폐해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전체 81.1%가 정보화 사회가 되면 사생활 침해가 심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는데, 이는 2001년(82.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공업화와 자원개발로 인해 환경오염이 더 심해지고(01년 84.2%→16년 74.2%), 석유 등 기존 에너지 및 자원의 고갈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01년 83.5%→16년 70.4%) 예상이 2001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많은 편이었다. 달리 말해 그동안의 기술발전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향후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21세기에는 세계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2001년 24.1%에서 2016년 18.8%로, 더욱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가 미국·일본·독일 등과 같은 주요 7개국(이하 G7)수준의 선진국이 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감소(01년 33.8%→16년 27.8%)했다. 다만 50대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중심 국가가 될 것이고, G7수준의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비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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