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결혼한 걸 후회하나요?" 명절 이혼 급증 이유

천금주 기자 입력 2016. 9. 12. 03:49 수정 2016. 9.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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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결혼과 동시에 사랑은 눈 녹듯 사라지고 생활만 앙상하게 남았다.”

우리는 왜 결혼을 했을까요? 명절을 앞두고 맘 카페에는 결혼한 게 후회된다는 하소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명절 증후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혼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외롭지 않기 위해, 평생 내편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을 결심했지만 현실은 결혼 후 외로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겁니다. 명절처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선 자신의 이 같은 처지가 도드라져 외로움이 사무친다는 겁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이미 결혼을 선택한 당신은 그 선택을 후회하는지 말입니다. 통계자료부터 살펴보면 명절을 전후로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명절 증후군이 이혼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통계로 나왔으니까요.

구체적인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설 명절이 낀 2월의 이혼 신고 건수는 7800건이었는데 3월엔 9200건으로 무려 18% 가량 증가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있는 9월의 이혼 신고 건수는 8800건, 10월은 전달에 비해 11% 증가한 9800건으로 집계됐죠. 이 때문에 ‘추석 이혼률 10% 증가’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건수도 ‘명절 이혼’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하루 평균 20.6건이던 여성의 상담 건수는 설 연휴 직후인 2월 3일 21건에서 4일 24건, 5일 22건 등으로 급증합니다. 하루 평균 5.8건이던 남성의 상담 건수도 3일 5건, 4일 6건, 5일 10건 등으로 늘어났죠. 이는 명절로 인해 기혼자들이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족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는 통계가 더해지면 우리 사회엔 결혼 기피 현상이 만연됐다고 우길 수 있습니다. 1990면부터 2005년까지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4인 가족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반면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었다는 건데요.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입니다.

4인 가구의 비중이 18.8%에 불과했으며 1인 가구의 비중은 27.2%로 크게 늘었습니다. 2인가구도 26.1%, 3인 가구는 21.5% 순으로 나타났죠. 그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결혼적령기가 되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뤄 혼인 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결혼을 한 기혼자들은 언제 결혼을 후회하는 지 궁금해집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50대 기혼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인식 설문 모바일 조사’ 결과 성격 차이(남성 46.1%, 여성 63%)를 느꼈을 때 결혼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혼자 10명 중 4명은 배우자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30분도 채 되지 않았고 대화 주제도 아이의 근황과 미래, 직장생활 등이 대부분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죠. 부부 이야기는 1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통계들을 쭉 나열해 보면 외롭지 않기 위해, 내편을 만들기 위해 결혼을 했지만 하루에 대화를 30분도 채 하지 않아 서로의 성격을 맞출 틈 없이 바쁜 일상을 각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명절을 계기로 가족들과 만나면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삼스러게 드러나 성격차이를 느께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추억을 나누다보면 이해관계가 드러나고, 분쟁이 촉발되기 일쑤죠. 문제가 불거지면 배우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때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조건 ‘내편’을 들어줄 거라 믿었던 상대가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며 다른 사람의 편을 들게 되면 서운함까지 밀려오죠. 결국 귀갓길에 차 안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진=pixabay

이런 상황이 올해도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애 할 때처럼 무조건 내 반려의 편을 들어줘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까요. 둘다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하루 30분 이상 서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은 물론 시시콜콜한 고민까지 말이죠. 그럼 서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와 분노로 변질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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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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