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 ♡ 장외주식'..부자는 비상장주식을 산다

강상규 소장 2016. 9.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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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53>황금알을 낳는 장외주식..개미들에겐 그림의 떡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재무학]<153>황금알을 낳는 장외주식…개미들에겐 그림의 떡]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8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불법 주식매매와 불법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의 미스테리한 재산 형성 과정이 하나둘씩 밝혀질 모양이다.

그간 이씨는 SNS와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서울 청담동 200평대의 고급 빌라와 고가 외제 슈퍼카(국내에 한 대뿐이라는 30억원대 부가티 포함) 등을 공개하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했다.

이씨는 고졸 학력에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오로지 주식투자와 사업만으로 젊은 나이에 ‘천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씨가 장외주식에 투자해 거액을 벌었다는 것이다(그러나 구체적인 장외주식 거래내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장외주식 혹은 비상장주식은 상장 가능성과 미래가치로 단기간에 수십배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수단으로 인식되며 그동안 슈퍼개미들의 대박 경로로 자주 이용돼 왔다.

증권가에는 장외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큰돈을 번 몇몇 ‘슈퍼개미’들의 전설 같은 일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1990년대 말 장외시장에서 SK텔레콤의 비상장주식을 1만원대에 사들인 후 나중에 520만원에 팔아 큰돈(수익률 5만2000%)을 번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19살의 나이에 3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년 만에 100억원을 벌었다(수익률 33만3000%)는 ‘주식제왕’ 복재성씨의 일화도 증권가에서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다만 복씨가 장외주식 투자를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천재검사’ 진경준 전 검사장이 8억여원으로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해 126여억원의 시세차익(수익률 1260%)을 거둔 사례도 있다.

이들 ‘슈퍼개미’외에 일반 개미들이 비상장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주식부자’가 된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다.

멀리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 새롬기술은 기업공개한 지 6개월 만에 주가가 공모가 대비 130배 폭등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그 당시 제2의 새롬기술을 찾으러 아예 기업공개 전 비상장주식을 사놓고 기다리겠다는 심산으로 장외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퇴근 후 벤처기업을 찾아나서는 게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돼 버렸고, 100만~200만 원 정도 장외종목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미래가 없는 답답한 친구로 여겨졌다.

그리고 가까이로는 2000년대 초반 장외시장에서 1만원대에 거래된 삼성SDS가 2014년 상장 후 주가가 최고 43만원(수익률 4200%)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상장주식 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대박 경로로 여겨지는 건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IPO주식 연구의 대가인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제이 리터(Jay Ritt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비상장주식은 증시에 상장되는 첫날 주가가 평균 16.8% 올랐다.

특히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과 2000년에는 비상장주식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무려 51.4%에 달했다. 1998년 11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theglobe.com 주식은 상장 첫날 주가가 최고 978%까지 올라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의 비상장주식은 더 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비상장주식의 상장 첫날 주가상승률은 평균 137.4%로 미국보다 8배나 높았다.

이외에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비상장주식은 상장 첫날 평균 2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나타내며 단기간에 대박을 낳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비상장주식이 상장 첫날 평균적으로 20% 오른다면 '주식부자'가 되기는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 아닌가. 한달에 한번 정도 비상장주식이 기업공개된다고 가정하면, 매달 20% 투자수익률을 쉽게 거둘 수 있고 1년이면 240%가 넘는다. 이렇게 비상장주식에 투자한다면 10년 후엔 누구든지 수십배의 차익을 내고 '주식부자'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반 개미들이 수십에서 수천배의 대박을 낳는 비상장주식 투자기회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비상장주식을 명동 사채시장에서 매입했고, '천재검사' 진경준 전 검사장은 넥슨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이는 일반 개미들로서는 도저히 따라하기 어려운 투자이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을 앞둔 IPO주식을 일반 개미들이 배정받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상장 첫날 주가가 수백 퍼센트씩 오르는 핫(hot)한 IPO주식은 더더욱 그렇다. 미국에서는 상장주관사가 핫한 IPO주식을 VIP고객에게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 개미들이 IPO주식을 배정받았을 경우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위험이 크다. 즉 수요가 몰리는 핫한 IPO주식은 VIP고객에게 주로 배정되고 일반 개미들에게는 극히 적은 수량만 배정되거나 아예 배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일반 개미들이 IPO주식을 배정받았을 땐 나쁜 IPO주식일 공산이 크다.

'청담동 주식부자' 사태로 황금알을 낳는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 개미들이 비상장주식 투자로 ‘주식부자’가 되는 건 그림의 떡이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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