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미성년자 성매매 응하기만 해도 아청법상 '성매수 권유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 9. 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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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속바지 벗고 와"는 적극적으로 성매매 권유한 것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the L] "속바지 벗고 와"는 적극적으로 성매매 권유한 것]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의 성(性)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법으로, 청소년에게 성을 판매하라며 '권유'만 해도 처벌되도록 하는 상당히 강력한 규제를 두고 있다.

가만히 있는 미성년자에게 먼저 다가가 성매매를 하라고 먼저 부추긴 사람은 당연히 이에 저촉되겠지만, 문제는 이미 성매매를 하려던 청소년에게 다가가 돈을 줄테니 자신과 관계를 갖자고 하는 사람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매매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던 청소년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관계에 합의하고, 만나기로 한 사람도 ‘권유’를 한 것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2011도393)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미성년자인 A양(16)과 B양(16)은 2010년 3월, 한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2:1 ○○만남'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개설하고 성매매 조건을 제시하며 성매수를 할 남성을 구했다. 이들은 채팅방에 입장해 대화를 시도하는 남성들에게 미리 작성해 둔 자신들의 신체 사이즈와 성매수 금액이 20만원이라는 내용의 문구를 보냈다.

성인 남성 C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A양 등의 채팅방에 들어가 이들이 제시하는 성매매 조건을 받아들인다고 하며 성관계 방법, 금품 전달 방법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 A양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았다.

A양이 만나자고 한 노래방 근처에 도착한 C씨는 근처 공중전화에서 A양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속바지를 벗고 와라"는 등의 말을 했다.

검찰은 C씨가 청소년에게 성(性)을 팔도록 권유했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C씨는 채팅방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성매수 남성을 구한 것도 A양 등이고, 자신은 노래방을 성관계 장소로 제시한 A양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곳으로 간 것이지 적극적으로 A양을 오게 한 것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위 법률조항의 문언 및 체계,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아동·청소년이 이미 성매매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라도 그런 아동·청소년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직무·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를 하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C씨가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이미 성매매 의사를 가지고 채팅방을 개설해 성매수 행위를 할 남성을 물색하던 A양과 성매매 장소, 대가, 연락방법 등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를 한 뒤 A양이 정한 약속장소 인근으로 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우려하여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공중전화를 이용해 속바지를 벗고 오라고 지시한 것은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수를 하려는 적극적인 행위이며, 이런 지시가 A양의 성매매 의사 형성과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결국 C씨는 A양에게 성매수를 권유했다는 점이 인정돼 아청법 위반 유죄를 선고 받았다.

◇ 판결 팁 = 아청법 제13조 제2항의 ‘권유’의 의미에 이미 성매매를 할 의사가 있는 청소년에게 접근하여 성매매의 합의에 이른 경우도 포함되는지에 대해 법원은 "교사범의 경우 피교사자가 이미 범죄의 결의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교사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청법에서는 ‘권유하는 행위’도 처벌하기 위해 교사범과는 별도로 규정둔 것"이라고 봐 교사와 권유의 의미가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고 봤다.

또 "'권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 따위를 하도록 권하는 것'으로, 이에 의하더라도 어떤 일을 하도록 마음을 먹고 있는 자에게 그 일을 하도록 권하는 것이 권유의 의미에서 당연히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권유로 인해 그 의사가 더욱 굳건해지거나 그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용이하게 되는 경우도 '권유'의 의미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즉, 우리 법원은 아청법이 '교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권유’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교사보다 더 넓게 의지를 굳건히 하게 한 행위까지도 처벌하려는 취지로 규정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 관련 조항-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1조(목적) 이 법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아동ㆍ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며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ㆍ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해석상ㆍ적용상의 주의) 이 법을 해석ㆍ적용할 때에는 아동ㆍ청소년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이해관계인과 그 가족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제13조(아동ㆍ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① 아동ㆍ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아동ㆍ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ㆍ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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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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