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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북한산 비경 간직한 '우이령길'

송고시간2016-09-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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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루트' 2009년 41년 만에 개방…울창한 숲 '장관'

(양주=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등산객의 발길을 부르는 가을. 주말 가족과 함께 북한산 비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북한산 자락의 우이령길은 소나무, 물푸레나무, 상수리나무 등 울창한 숲이 계곡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서울과 가까워 언제나 가볼 수 있지만 북한산국립공원 내 탐방로 중 유일하게 탐방객 수가 제한돼 예약을 해야 한다.

우이령길 걷기대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이령길 걷기대회[연합뉴스 자료사진]

◇ 우마차 다니던 길 → '김신조 침투로' 41년간 통제 → 재개방

우이령길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지름길로 길이 6.8㎞, 폭 6m의 비포장도로다. 양주시 구간이 3.7㎞, 서울시 구간이 3.1㎞다.

6·25 전쟁 당시 미국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한 것으로, 경기북부 주민들은 우마차를 이용해 서울로 농산물을 팔러 가거나 생필품을 사오던 길로 이용했다.

1967년 10월 도로변에 석축을 쌓고 정식 도로로 개통됐지만 개통 3개월 만인 1968년 '1·21 사태' 때 김신조 등 남파간첩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해서 민간인의 출입은 통제됐다. 이 때문에 장흥지역 주민들은 20㎞가량을 우회해야 서울로 갈 수 있었다.

군부대와 전투경찰이 주둔하면서 41년간 미리 허가를 받은 석굴암 신도가 아니면 걸을 수 없는 길이 됐고,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덕에 북한산 비경은 훼손되지 않고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반세기 가까이 일반인의 발길이 끊긴 구불구불한 산길이 다시 열린 때는 2009년 7월. 처음에는 탐방로가 아니라 열악한 경기북부의 교통여건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다시 개통해야 한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이에 서울시와 양주가 도시개발의 일환으로 도로 확포장공사를 추진하기도 했고 1996년 군도 13호선으로 지정한 뒤 양주군의 시(市) 승격 이후인 2006년 시도 16호선으로 재지정했다.

이 때문에 도로 재개통을 원하는 양주시와 개발에 반대하는 강북구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두 지자체는 우여곡절 끝에 생태탐방로 개방에 합의, 걷기대회를 열면서 41년 만인 2009년 우이령길을 열게 됐다.

우이령 탐방로 구간[연합뉴스 자료그래픽]
우이령 탐방로 구간[연합뉴스 자료그래픽]

◇ 생태환경 '우수'·석굴암서 절경 만끽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 덕에 우이령길 주변은 식물, 곤충, 동물이 가장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샛길도 없고 면적도 넓다.

우이령 탐방로의 가장 큰 매력은 여기에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보니 수목이 울창하다. 가을 단풍 명소 중 한 곳이다.

평탄한 길이 쭉 이어져 있어 산책하기도 쉽다. 석굴암을 들르지 않으면 1시간 30분∼2시간이면 큰 어려움 없이 탐방을 끝낼 수 있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다섯 봉우리가 위엄을 자랑하는 오봉의 모습이 탐방객의 시선을 끈다.

오봉 바로 아래에는 석굴암이라는 사찰이 있어 한 번 둘러볼 만하다. 석굴암은 탐방로에서는 700여m 거리에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지만 경사가 심해 들러보려면 족히 1시간은 걸린다.

석굴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 고려 나옹화상이 3년간 수행했다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전의 석굴암은 6·25 때 소실됐고 현재는 그 후 중건한 사찰이다.

옛 고승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듯 석굴암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도봉산, 오봉산의 산세는 뛰어나다.

자연 간직한 우이령길[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연 간직한 우이령길[연합뉴스 자료사진]

◇ 하루 1천 명 만 탐방 허용

민간인의 출입이 허용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루탐방객 수는 1천 명으로 제한된다. 양주 교현리 코스에서 500명, 우이동 코스에서 500명이다.

미리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코투어 누리집(http://ecotour.knps.or.kr)으로 예약을 한 뒤 오전 9시∼오후 2시에만 입산할 수 있고 오후 4시까지는 모두 하산해야 한다. 41년간 잘 보전된 생태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군부대 초소도 그대로 운영돼, 양쪽 탐방로 입구에 주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근무하고 그 외 시간은 초병이 경계근무를 선다. 정상에 있던 경찰 초소도 그대로 있다.

현재 정상에는 쉼터와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갖추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교현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우이령 탐방로는 북한산 중에서도 경치가 좋고 생태가 잘 보전된 곳 중 하나"라며 "어린이나 노인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주말 나들이 삼아 둘러볼 만하다"고 말했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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