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피해자 母 "살아도 사는 것 아냐..사형 처해달라"

한정수 기자 2016. 9.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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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눈물 속 증언, "고생만 한 딸 이렇게 보낼줄 몰라..절대 용서 못해"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법정서 눈물 속 증언, "고생만 한 딸 이렇게 보낼줄 몰라…절대 용서 못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 /사진=뉴스1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가 없어요.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고 두세알을 먹어도 새벽이면 잠에서 깹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몸에 마비가 와서 하루에 약을 30알 이상 먹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A씨(63)는 9일 오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이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검사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사고 이후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도 무섭고 집에서 칼을 만지는 일도 잘 안하고 음식을 할 때는 남편이 대신 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 있어도 떨림이 계속되고, 떨림이 너무 많아 약을 처방받고 있다"며 "무엇을 하려고 하면 몸이 떨려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흐느꼈다. 또 "밤에 잠도 못 자고, 사람이 산다고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아들인 피해자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아들이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여동생이 옆에 있다'면서 라면이나 밥을 차려 먹다가 바닥에 음식을 둔다"며 "아들이 자꾸 '동생이 옆에 있다고, 배가 고프다고 한다'며 헛것을 본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어린 시절을 돌이킬 때는 A씨의 목소리가 더욱 떨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서 자기 앞가림을 하던 아이였다"며 "특별히 나무랄 일도 없었고 소리를 지를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부모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고생만 했는데 이렇게 보낼 줄은 몰랐다"고 오열했다.

A씨는 사고가 난 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도 있는 그대로 밝혔다. 그는 "사고 다음 날 경찰에서 딸의 소지품을 받았는데 핸드폰이 피범벅이 돼 있었다"며 "딸이 입고 있던 옷도 피가 얼마나 묻었는지 모양도 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바늘에 한번만 찔려도 아파하는데 딸은 그 아픔을 혼자서 견디고, 그 무서움에 얼마나 치를 떨면서 외로웠을지 그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아무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딸을 무자비하게 저 세상으로 보낸 가해자를 절대 용서해줄 수 없고 용서해 줘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 김모씨(34)에 대해서는 "정신병이 있다고 해서 사람을 다 죽이느냐"고 반문하며 "약한 여자를 고르는 등 계획을 세워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아는데 그걸 어떻게 병자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형을 바란다"면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A씨는 "억울하게 간 우리 딸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며 "최고의 엄벌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가 법정에서 증언하는 동안 피고인 김씨는 안경테와 입술, 목덜미 등을 만지면서 다른 곳을 응시했다. 종종 손을 부산히 움직이면서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피해자의 오빠가 소리를 치면서 법정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탓에 재판은 잠시 휴정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건 장소 인근의 CCTV(폐쇄회로TV)에 대한 증거 조사도 이뤄졌다. 녹화된 영상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직후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사건 장소를 빠져나갔다.

김씨는 지난 5월17일 오전 1시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상가 남녀공용화장실에서 피해자 B씨(23·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당시 김씨는 흉기를 소지하고 화장실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남자 6~7명이 화장실을 다녀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불안 증세를 보여 병원진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오는 30일 다음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은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한 감정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씨에 대한 선고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중 나올 전망이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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