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똑같은 저출산 고민..일본과 한국의 극와 극 처방

임태우 기자 2016. 9.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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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기가 두렵습니다.”
“결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죠.”

저출산 문제로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두 이웃 나라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입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를 비교해봤더니 지난해 한국은 1.24명,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높은 1.42명이었습니다.

두 나라는 저출산 원인도 유사합니다. 출산기의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태어나는 아이는 적은데 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돼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 현상까지 점점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문제로 고민 중인 두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확연히 다릅니다.

● "저출산 해결" 팔 걷어붙인 일본

아베 일본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일찌감치 ‘저출산 담당 장관’을 뒀고, 지난해에는 인구 1억 명 유지를 책임질 장관직을 추가로 신설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 방법으로 검토 중인 방안을 살펴보면 고민의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사회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해결된다고 보고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안이 추가 야근시키는 회사를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오랜 시간 일하는 관행이 저출산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입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키울 시간이 없어서 출산을 포기하니까,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OECD 국가 중 한국은 두 번째로 연간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로, 일본보다는 4백 시간이 더 깁니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일본 근로자가 한국보다 50일은 적게 일하는 셈이죠.

그런데도 일본은 긴 근로시간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며 더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고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젊은 부부가 아이 낳기를 피하는 이유를 소득이 적은 현실에서 찾았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의 경우 월급이 정규직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연봉을 정규직만큼 올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월급을 적게 주는 관행을 아예 금지하겠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경련과 같은 일본 게이단렌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시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든 고민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출산하려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 일본 정부 측 ]
“장시간 근로가 저출산을 일으키고, 남녀가 가사 노동을 분담하지 않도록 하는 원인이 되며, 육아 부담을 키워 저출산을 부추긴다고 봤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저출산 및 여성의 활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 정작 한국은? "패러다임 바꿔야"

일본 정부의 고민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상대적으로 근시안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년도 우리 정부의 예산안을 살펴볼까요?

저소득층에 국한했던 난임 시술비 지원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고, 1인당 최대 월 135만 원을 주는 출산 전후 휴가 지원액을 150만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유연 근무제나 재택 근무제 도입 기업에는 1인당 월 40만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단지 보조금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 정창률 /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출산율이 늘지 않은 것에 대한 원인과 평가,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끊임없이 추가 대책만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도 10년 전에는 출산율이 1.26명으로 우리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본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나라의 시스템을 고치고, 기업들도 양보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김미화/ 디자인: 임수연)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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