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위해 연 마사지 가맹점, 결과는 '전과 3범'

김태연 입력 2016. 9. 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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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모 - 나는 자영업자다] '불법' 프랜차이즈 제재 안 하는 정부

[오마이뉴스 글:김태연, 편집:손지은]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그리고 참여연대가 '나는 자영업자다' 공모를 띄웠습니다. 자영업자의 절절한 속사정,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2011년 10월, 발마사지 가맹점을 오픈했다. 굳이 안 해본 일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몇 번 가서 받아본 서비스가 나름 만족스러웠고, 피로를 달고 사는 직장인의 처지에서 방문횟수가 늘어났고, 늘 예약이 어려워서 아쉬움을 안고 돌아설 때가 많다 보니 괜찮은 업종인가 싶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한 덕에 살고 있던 아파트를 위해 받은 대출을 거의 다 갚아가던 터라 마음이 가뿐하기도 했고, 여유 있을 때 100세 시대를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어설픈 부지런함도 한몫 했다.

컨설팅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몇몇 가맹점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정도 인수 비용이면 새로 창업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며칠 후 가맹본사 창업담당자와 미팅을 가졌다. 관리사도 본사에서 다 알아서 보내주고, 매니저를 채용하여 오토로 운영하는 매장이 꽤 있으니 직장에 다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관리사 임금은 수입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후 5:5로 나누면 된다는 설명에 그간 다녔던 가맹점에서 관리사들에게 물어보았던 월 임금 수준을 떠올렸다. 가맹점 별로 일하고 있던 관리사 수를 곱해 대충 월 예상 매출액과 월 지출액 등을 뽑아 보았는데 상당히 수익성이 있어 보였다.

친구 두 명을 동반해서 찾아갔던 가맹본사에서의 첫 미팅은 아주 화기애애했다. 현재 오픈 준비 중인 가맹점들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적당한 상권을 추천받아 내친 김에 그 자리에서 가계약까지 하고 왔다. 가계약금 200만 원은 계약 철회 시 반환하는 조건이었으므로 전혀 부담될 게 없었다.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공사, 냉난방기 공사, 간판 시공 등으로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는 와중에 오픈 일주일쯤 전, 본사 담당자로부터 본사 교육 일정을 안내 받았다. 홍보마케팅, 세무교육, 법무교육, 매장관리, CS 등의 점주교육은 나흘간에 걸쳐 본사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부가세, 소득세 등에 관한 세무교육처럼 익숙한 내용도 있었고, 닥터피쉬 수조 관리나 순간온수기, 배수구 등의 유지관리, A/S 신청 등에 관한 생소한 내용들도 있었다. 

그 중 하루는 법무교육이었다. 무슨 내용일까 하고 교육을 받는데, 뜻밖에도 국내에서 의료법 상 마사지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어 이 사업이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업소 운영 역시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다. 그래서 본사는 '마사지'나 '안마'라는 용어 대신 '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의료법 위반으로 단속에 걸려도 본사 변호사가 다 처리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게 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다.

단속에 걸려서 벌금이 나오면 본사 변호사를 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며 1심-2심-3심을 진행하면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현직 판사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놓았으므로 곧 의료법이 개정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단속을 받았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지니 모든 것을 본사가 다 알아서 해준다는 이야기였다. 법무교육 말미에는 의료법 단속에 대비하여 시각장애인 단체에 평소에 '기부'를 하면 재판 때 정상 참작이 될 테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친절한 충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앞으로 닥칠 일을 까맣게 몰랐다

 재판을 앞두고 큰 스트레스로 머리가 뭉텅뭉텅 빠지기도 했다.
ⓒ pixabay
어리석게도 나는 그 교육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 당시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단속에 걸린다는 것이 경찰들이 가게에 우르르 몰려와 일하고 있던 관리사들을 조사하고, 며칠 후엔 경찰서에 출석해 몇 시간씩 다시 조사를 받고 지문 날인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그 벌금이란 게 과태료와 달리 전과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무시무시한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되어 '형사'법정에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일이란 것도, 그 '형사'재판이란 것이 어떤 분위기인지도, 본사에서의 그 단순한 '법무교육'이란 것만으로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설사 어렴풋이 '큰 일 났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이미 임대차 계약과 인테리어 공사, 냉 난방기 공사, 간판 시공, 권리금 및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으로 2억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 상태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었다.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튼 당시의 나는 2억이나 들어간 비용을 그대로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문제가 생기면 다 알아서 해준다는 본사의 말을 일단 믿었다. 그렇게 나흘간의 교육을 마치고 가맹점 오픈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어렵게 겨울 비수기를 보내고 이듬해 봄이 오자, 풀린 날씨와 함께 첫 경찰 단속이 들이닥쳤다. 역삼동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나왔다는 경찰들은 이런 단속이 한두 번이 아닌지, 나에게 '차라리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친절한 위로까지 해주었다. 경찰은 며칠 후 역삼동으로 관리사들을 데리고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 했다.

조사를 받으러 간 그 날, 나는 별일 아닌 듯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긴장한 관리사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조서 작성을 마치고 이곳저곳에 내 지문을 날인하면서 별일이 아닌 게 아니라는 직감이 왔다. 왜 이런 예감은 절대로 틀리질 않는지, 그로부터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다른 경찰서에서 또 다시 의료법 단속을 받게 되었다.

딱 한 번 맞는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나을지 모르겠지만, 한번인지 두번인지 세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먼저 맞고 나중에 맞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또 다시 관리사를 대동하여 경찰서에 찾아가 조사를 받고 조서 작성을 마치고 또 지문을 날인하고.

이 모든 경악스러운 상황에 대하여 본사는 벌금 고지서가 나오면 팩스로 보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단속을 한 번 당하면 일하던 관리사들이 주르륵 다 나가버려서 관리사 새로 구하기에 정신이 없었던 나는 앞으로 계속 닥칠 일들에 대해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머리가 뭉텅뭉텅 빠져나갔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몇 주가 지나자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내려졌고, 본사에서는 변호사를 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도록 했다. 검찰과 법원에서 날아오는 우편물 하나에도 깜짝깜짝 놀라던 나는 재판 일자가 정해지자 공포와 스트레스로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몇 주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져 나가고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재판도 하기 전에 스트레스로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재판 기일이 되었다.

이번에도 부지런한 게 죄였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나는 법원 가는 길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봐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런데 너무 일찍 나선 덕에 나는 두어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버렸다. 달리 할 일도 없고, 스트레스로 기력을 잃은 지도 오래라 그냥 법정 밖 복도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시퍼런 죄수복(?)같은 것을 입은 사람이 줄에 묶인 채 교도관(?)과 함께 천천히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을 봤다. 

드라마도 아니고 현실에서, 내 앞을 지나는 그들을 본 순간, 나는 비로소 죄의 경중이 다를 뿐 그 사람이나 나나 곧 형사법정에 서서 처벌을 기다려야 하는 똑같은 처지라는 걸 깨달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안 그래도 법원 오는 내내 지나치게 두근거리던 심장이 목구멍 위로 튀어 오를 듯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당최 진정이 되질 않았다. 재판이고 뭐고 어디론가 멀리 도망쳐버리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고, 팔을 이리 저리 휘저으며 체조에 스트레칭까지 하면서 법정  복도에서 꽤 긴 시간을 부산스럽게 보냈다. 그제서야 부들부들 떨리던 팔다리를 간신히 진정됐다. 그 무렵, 법정에 들어가서 미리 다른 재판들을 좀 봐두면 이 떨리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조심스레 법정으로 들어섰다.

정말 극도로 긴장을 했었던 게 분명하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날 있었던 재판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날카로운 첫 재판의 기억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손님들의 부탁으로 슈퍼마켓에서 술을 사와 되팔아서 벌금을 선고 받은 재판도 있었고, 사무실 일부를 타인에게 임대해서 공동으로 사무실을 쓰다가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그 쪽 집기를 일방적으로 들어내서 벌금을 받는 재판도 있었다.

무심히 듣다가 웃음이 빵 터질만한 재판도 있었다. 어느 술집 주인 할아버지와 젊은 청년 손님 간의 재판이었는데 술집 주인과 손님 사이에 시비가 어떻게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손님이 술 마신 다음날 술값이 100원인가 1000원이 더 청구되었다고 그걸 돌려받겠다고 술집에 찾아가서 시비가 붙은 끝에 쌍방 폭행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폭행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국부를 잡아당겼다, 아니다, 잡아당긴 게 아니라 밀고 당기고 하다가 때렸다 하면서 그 100원인가 1000원인가가 달린 싸움의 실체를 두고 공방이 있었다. 긴장한 채 집중해서 듣던 중이었는데 하마터면 '풉' 하고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 덕에 잔뜩 경직되어 죽을 듯 긴장해 있던 몸 상태가 약간 풀렸다. 그러나 긴장이 풀리면서 조금씩 머리가 사고라는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곧 이 모든 재판과 이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는 자각이 엄습해 왔다. 

아마도 저 노래방 할머니는 다시는 노래방에서 술을 팔지 않을 것이다. 남의 집기를 일방적으로 들어낸 그 사무실 사장님은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술집 할아버지와 젊은 청년도 어지간해서는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시간 맞춰 도착한 본사 변호사와 잠시 법정 밖으로 나가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나의 재판 순서가 되었다. 마이크를 통해 울려 나오는 나의 목소리가 시종일관 떨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해야 할 말들은 다 했다.

세상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으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런 불법 사업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10월 오픈 이후 매월 500~1000만 원 가까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마련해 두었던 여유자금은 물론 적금, 보험까지 해약해 가며 매월 밀려드는 적자를 막고 있는 정신없는 상황이라는 것까지, 떨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다 했던 것 같다.

이 가맹점과 난 무슨 악연일까

재판은 약식명령으로 나왔던 벌금보다 다소 감액된 것으로 끝났다. 본사 말대로 항소, 상고해 가면서 첫 단속에 대해 3심을 모두 진행했으나 본사가 법무교육 때 이야기한 것처럼 1년 이상 걸리지도 않았고 그 사이에 의료법이 개정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세 번의 재판 사이에 들이닥친 두 번째 단속으로 또 다시 정식재판이 청구되어 이중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처음 형사법정에 찾아가던 날에 비하면 그 이후 재판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사안으로 문제될 일은 거의 없었다는 본사의 설명과는 달리 시간이 감에 따라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단속은 계속되었다. 결국 나는 네 건의 벌금 전과자가 될 날을(세 건은 이미 벌금형을 받았고 마지막 한 건은 경찰 조사 후 검찰 처분을 기다리는 중임) 앞둔 상태로, 팔리지도 않고, 팔 수도 없으며, 때려치울 수도 없는 이 가맹점을 끌어안고 한 숨을 쉬고 있는 지경이다. 

맹세코,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이게 어떤 사업인지 제대로 알았다면, 나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관리사 구인난에, 누적된 적자로 인해 피를 말리는 재정 상황에서 서비스처럼 부가해서 일어난 사건들이라면 말을 다했다고 할까. 

물론 세상 일이 모두 그렇듯이, 몇 차례 형사재판의 경험이 꼭 나빴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법원이 사람 잡아먹는 곳이 아니니 살면서 절대 다녀서는 안 되는 곳인 양 유난스럽게 두려워할 것 없음을 자연히 체득하게 되었고, 그 후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극심한 분쟁으로 인해 겪게 된 여러 소송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헤쳐갈 수 있었던 것도 그 경험 덕이었던 것 같다. 

세번째 단속부터는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시간을 끌라는 본사의 방침을 무시하게 되었다. 3심까지의 재판에 1년 이상 시간이 걸리지도 않거니와(6개월여 만에 휙 지나가더라) 재판 날짜가 잡히면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고역이었다. 세번째 벌금 통지서를 받은 날은 받은 즉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납부해 버렸고, 그렇게 쉽게 나는 벌금 전과 3범이 되었다.

종교는 없는데 가끔 나는 이 가맹사업과 내가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내가 이번 생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쁜 일을 하면서 산 것 같지 않은데 어쩌다 내가 이 일에 얽히게 된 것일까.

나는 그저 적자만 나지 않고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고, 그저 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피곤할 때 내 덕을 좀 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이미 직업으로 갖고 있었으니 달리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도 없었고, 혹시라도 이 일로 수익이 생긴다면 아프리카 어딘가에 500만 원만 있으면 팔 수 있다는 우물을 하나씩 파서 그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물을 쓰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뿐이다.

언젠가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가족들과 그 우물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는 게 내 노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런 과한 욕심을 부린 탓에 우물을 파긴커녕, 우물에 뛰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어 버렸다.

멀어진 내 노년의 버킷리스트

 아프리카에 내 이름으로 된 우물을 파고 싶다는 내 노년의 버킷리스트는 희미해져갔다.
ⓒ pixabay
점주들 중에는 의료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시작한 사람들, 의료법에 대해 알긴 하지만 본사에서 알아서 해준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믿은 사람들, 곧 의료법이 개정될 테니 괜찮을 거라는 말을 믿은 사람들, 지난 몇 년 동안 단속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믿은 사람들, 문제된 적이 전혀 없었다는 말을 믿은 사람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적법한 가맹사업이라는 말을 믿은 사람들 등등 많은 부류들이 있다. 

물론 200여 개의 가맹점 중에 이 가맹사업이 의료법 상 불법이고 단속을 당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형제자매, 친인척, 지인으로부터 충분히 사전정보를 얻고도 이 가맹사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

알면서도 한 사람들에 대해 나는 해줄 말이 없다. 그러나 피곤해 하는 친구, 동료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어서, 아프리카에 내 이름 딴 우물 몇 개를 파고 싶어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가 졸지에 벌금 전과 3범이 되고 곧 전과 4범이 될 날을 눈앞에 둔 나로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또한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가맹사업이 가능하도록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에서 방치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버젓이 해당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여 공개하고 있고 매년 그 내용을 업데이트 하며 관리하는 프랜차이즈사업이 불법이어서 그 사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게 되는 상황을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천신만고 끝에 가맹점주협의회를 통해 당사자로서는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가 등록한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신청을 했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법상 시각장애인만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준을 제시해 가맹 희망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오류를 일으켰다'며 이 가맹사업의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본사는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곳에 의뢰하여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엄연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취소 처분이 취소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여전히 가맹점을 출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와 정부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급히 보완·개정하여 더 이상 이런 불법 가맹사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긴 글에서는 그 고민들 속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다.

국가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는, 그래서 어쩌면 등대 불빛일지도 모른다 여겼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누군가를 암초로 이끌어 가는 존재였다면, 혹은 세이렌의 노래로 누군가를 침몰하게 현혹하는 사업이었다면, 스스로 알아서 잘 피해보라고 하기 전에 국가 기관이 나서서, 입법부가 나서서 이런 가짜 등대를 폐쇄하고 그 노래를  막아야 하지 않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당국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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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모 '나는 자영업자다'에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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