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뢰잃은 法·檢> 판사마저..흔들리는 사법정의 '최후 보루'

2016. 9. 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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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보장 속 부패..사법불신·법관 비리로 재판 신뢰 위기 법관들, 김수천 사태에 '참담'..비리 대책 실효성엔 '물음표'

독립성 보장 속 부패…사법불신·법관 비리로 재판 신뢰 위기

법관들, 김수천 사태에 '참담'…비리 대책 실효성엔 '물음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직무 관련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보장해줬지만, 그 안에서 부패의 싹이 자라났다는 데에 국민은 큰 실망과 함께 충격을 받았다.

헌법이 사법부를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선거에 의하지 않고 구성하도록 한 것은 사법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다. 이런 독립성을 토대로 사법부는 민주주의 수호, 법치주의 확립, 다양성 속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 보호라는 사명을 수행해왔다.

이처럼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사법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판사가 다른 비리도 아닌 본인 재판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사태는 치명적이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사법부 신뢰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있을 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까지 사태 수습에 나선 것도 그만큼 현재 사법부에 닥친 위기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법원은 국민 속으로, 국민은 법원 속으로'라는 '좌표'를 내걸고 취임한 양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는 재판과 법관에 대한 신뢰,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양대 가치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명동 사채왕'에게서 뒷돈을 받은 최민호 전 판사 사건이 벌어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법관 비리가 터지자 내부 구성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재판 들어가면 난처"…"역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김수천 부장판사의 구속과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본 현직 법관들은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8일 "사실관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재판과 관련해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설마 우리 동료가 저렇게까지 했을까'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 판사는 "국민이 그동안 법원을 '최후의 보루'로 여겼는데, 앞으로 국민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법원 내부에선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 판사는 "사안 자체는 개인의 일탈이라 해도 이로 인한 여파는 우리가 모두 감내해야 할 상황"이라며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또 다른 간부급 판사는 법정에서 체감하는 위기의식을 털어놓았다.

이 판사는 "재판 당사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재판에 들어가면 굉장히 난처하다"고 고백했다. 당사자들이 판·검사 비리 얘기를 준비서면에 잔뜩 써내며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예전 같으면 '양심을 걸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겠지만, 지금은 뜨끔뜨끔하다"라며 "재판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로 재판의 독립성까지 위축될까 우려했다.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양승태 대법원장

이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며 "재판 독립성이 위축되면 그야말로 큰일 날 일"이라고 걱정했다.

◇ 반복되는 비리 대책…실효성 '글쎄'

대법원은 후속 조치로 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법관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

비위 의혹이 드러나면 금품·향응액의 5배에 달하는 징계금을 부과하고,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안이다.

윤리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받는 경우 공무원연금을 감액하는 등 재산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법관 비리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법원은 과거에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러 차례 개선책을 마련했다. 비위 법관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한다거나 감사 기능·윤리 교육을 강화한다는 대책들은 과거에도 발표됐다. 대책이 없어서 비리를 못 막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는 "법원이 내놓은 대책은 원론적인 말들이고 실효성도 없다"며 "근본적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외부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비리 법관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을 내놔도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법원 조직이 너무 귀족화돼 있고 서로 견제가 없어서 이런 비리도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법관들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법관 숫자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무슨 문제만 생기면 대책을 발표하는데, 자칫하면 열심히 하는 판사들도 문제 있는 것처럼 비쳐 사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다수 청렴하고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법관을 잠재적 비위자로 볼 게 아니라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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