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가슴이.." 교사 성희롱 4년 새 2배
경기 지역 중학교에 근무하는 A(36) 교사는 3~4년 주기로 학교를 옮길 때마다 겁이 난다. 남학생들이 새로 부임한 여교사들에게는 도를 넘는 성적 농담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교단에 서면 '우와, 선생님 가슴 진짜 빵빵' '다리는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같은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한다"며 "그런 일들이 하도 많으니까 아이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자기들끼리 숙덕거릴 때는 화도 나지만 부끄러워서 아이들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A씨같이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교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성희롱만 유독 증가 추세인 것이다. 7일 국회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11년 4754건에서 지난해 3346건으로 줄었다. 교권 침해 유형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업 진행 방해나 폭행·폭언 등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유독 성희롱만 2011년 52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2배 늘어났다.
성희롱 중에서도 교사에게 성적인 농담을 한 학생들이 많았다. 2014년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잡담을 해 수업을 방해하자 교사가 "이야기 그만하고 수업 듣자"라고 지적했다. 그랬더니 이 학생은 "쭉쭉빵빵 섹시한 언니가 수업을 하면 들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학생은 10일간 출석이 정지됐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여교사에게 "퇴근 후 뭐하느냐" "애인과 모텔 가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며 성희롱했다. 부산의 한 중학교 학생은 여교사의 아이 사진을 보면서 "성관계를 했겠네요"라고 물어 교내 봉사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교사에게 "처녀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둘이면 성관계를 해봤겠네"(경북·중학생), "자고 싶다"(충남·고등학생), "○○(학생 이름)와 잤느냐?"(충남·고등학생), "남대문을 보여줄 테니 사탕을 달라"(경남·고등학생)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을 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 교사를 성희롱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의 한 중학교 학생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휴대전화로 여교사 2명의 치마 속을 10여 차례 동영상으로 몰래 찍은 것이 적발돼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또 지난해 서울 지역 중학교 1학년 학생은 교사의 사진과 음란 사진을 합성해 SNS에 올렸고, 전북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이를 단체 카톡방에 올려 다른 친구들과 사진을 돌려 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교권 침해 사건 중에서도 성희롱은 특히 피해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고 본다. 한국교총 하석진 교권국장은 "성희롱은 심리적인 충격에다 성적 수치심까지 안겨줘 회복이 매우 더디다"고 밝혔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개정된 '교권보호법'이 지난달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교사 성희롱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교권보호법은 학교장이 교권 침해 사건을 반드시 교육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겪은 교원들에게 전문 상담을 지원하는 '교원 치유 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석진 국장은 "교권보호법은 사후 대책에 치중하고 있고, 가해자 교육에 대한 강제성도 없다"며 "특히 교사 성희롱 문제는 우리 청소년들의 성(性) 문화와 높은 청소년 스마트폰 보급률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과 함께 섞여 있어 법만으로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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