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삶이란.. 죽음에 의해서만 깨어나는 꿈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의 신작 ‘Encore un soir’.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들어찬 8000명의 관객과 함께 난 노래의 날개 위에 올라탔다. 육중한 여객선을 끌어내린 검푸른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듯 아찔했다. 171cm의 키에 깡마른 몸매. 불과 1.5cm의 성대를 울리고 나온 소리가 장내 가득 양력(揚力)으로 불어닥치고 있었다. 영화 ‘타이타닉’에 혼을 불어넣었던 노래 ‘My Heart Will Go On’은 더 이상 악보에 그려진 음표 무더기가 아니었다. 옷깃이 날리는 듯했다.
팝가수 셀린 디옹(48)의 내한공연이었다. 절창하는 그의 마른 얼굴 위로 묘하게도 문득 다부진 꼬마 아이의 얼굴이 스쳤다. 찌푸린 미간과 불끈 쥔 주먹에서는 열두 살 때부터 늘 1등이어야 하고 무대 위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완벽해야 했던 슬픈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다.
디옹이 가수의 길을 걸은 것은 12세 때 가족과 함께 만든 첫 곡을 친오빠가 음반 제작자인 르네 앙젤릴에게 보내면서다. 앙젤릴은 디옹의 음성을 듣고 눈물을 흘린 뒤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앨범 제작비를 댔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디옹의 성공 스토리다.
제작자 앙젤릴과 디옹은 적잖은 나이 차를 극복하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1993년 ‘The Power of Love’의 성공이 사랑을 따라왔다. 1995년 앨범 ‘D‘eux’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어 음반이 됐다. 그는 세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어와 영어권 모두를 아우르는 독특한 디바가 됐다.
2000년 남편 앙젤릴의 후두암 발병으로 휴식기에 돌입한 디옹은 그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오보를 낸 매체에 소송을 걸어 보상금을 미국 암협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투병해온 앙젤릴이 1월 14일 끝내 숨졌다. 디옹은 이틀 뒤 오빠마저 암으로 떠나보냈다.
디옹이 최근 새 앨범 ‘Encore Un Soir’(하룻밤 더)를 냈다. 열다섯 번째 프랑스어 앨범이자 통산 스물여섯 번째 정규앨범. 거장 작곡가 장 자크 골드만과 12년 만에 합작했다. 디옹은 이번 앨범을 특별히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디옹은 언제나 프랑스어 곡들이 진리”라는 평에 들어맞는 작품이다.
“삶은 꿈입니다. 죽음에 의해서만 깨어날 수 있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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