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大法, 제몸 겨눈 大檢..서초동 大굴욕의 날

이현정 2016. 9.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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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부장판사 뇌물구속 국민께 사과..엄정 조치"'스폰서 검사비리' 은폐 의혹까지..대검 "감찰조사 철저히 진행"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과 관련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68·사법연수원 2기)이 최근 재판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57·17기) 사건과 관련해 6일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10년 만으로 역대 세 번째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모든 법관이 실의에 빠져 있지만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은 국민들이므로 이러한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최근 연달아 벌어진 법조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인식한 듯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법원의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법관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느 때보다 예리한 눈으로 우리 내부를 꼼꼼히 되돌아보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하는 재판의 정당성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낸다 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며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이 헌법에 따라 신분 보장을 받는 것은 자기 통제를 충실히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며 "이제 우리가 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체 대법관과 전국 법원장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법원은 윤리감사관실을 확대 개편하고 행동강령책임관 등의 활동을 실질화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법관 징계 절차의 한계를 벗어나 충분한 자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

향후 법관 연임 심사 때 재산 변동 사항을 집중 검토해 문제가 있는 경우 연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비위 법관은 공무원연금을 깎고 최대 5배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비위 법관에 대해선 임시로 재판업무 배제를 명령할 근거 법을 개정하고,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 절차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57·16기)은 6일 중·고등학교 동창인 사업가 김씨와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하고 그의 검찰 수사 무마를 청탁한 의혹이 제기된 김 모 부장검사(46·25기)에 대해 "모든 비위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이날 "서울서부지검은 5월 18일 김 부장검사 관련 의혹을 보고한 뒤 지난 2일 중간보고를 했다"며 "대검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금전 거래 등 비위 의혹이 있어 즉시 감찰에 착수해 현재까지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공공기관에 파견 상태이던 김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치됐다. 법무부(장관 김현웅)는 "감찰이 착수된 상태에서 외부기관 파견으로 계속 두는 것은 적절치 않아 즉시 인사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올해 2월과 3월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타인의 계좌를 통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4월 김씨가 회삿돈 15억원을 횡령하고 거래처를 상대로 50억원대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 검사들과 접촉해 수사 무마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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