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정부 압박에 실탄 내놨지만..물류대란 완전해결 먼 길

김정환,정석우,이승윤 2016. 9.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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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私財 400억·해외터미널 담보대출 600억 출연정부도 1천억 저금리지원..해외선사에 대체선박 요청일각선 대한항공 재무부담 우려.."지원 신중" 주장도

◆ 한숨 돌린 한진해운 ◆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 장기저리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왼쪽)이 당정 회의에 참석해 착석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 등 1000억원을 마련해 투입하기로 하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따른 물류 대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정부와 해운업계는 당장 억류 위기에 처한 화물을 처리하는 데는 긴급자금이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주요 거점 지역에서 스테이 오더(Stay Order·압류금지명령)가 발효돼 외국에서 배가 압류당하지 않고 화물 하역 등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1000억원 정도면 급한 불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선적돼 해상에서 유랑하고 있는 화물까지 소화하는 데는 1000억원 정도 자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 긴급자금 1000억원 투입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일단 한진그룹 긴급자금 대책을 현실성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자금 내역을 쪼개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재(400억원)와 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해외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지원(600억원)으로 구분된다.

조 회장은 일가 보유 사재(약 4200억원)를 헐어 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출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600억원은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터미널 지분(54%)과 시애틀 터미널 주주대출 채권을 담보로 잡고 대한항공이 자금을 대는 구조로 자금을 구한다.

외부 금융사나 해운사를 통하지 않고 한진그룹 내부에서 담보를 받아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라 긴급자금을 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물류 대란을 풀기 위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최대한 빨리 긴급자금을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부채비율이 1082%(2분기 기준)에 달하는 등 재무사정이 악화된 대한항공의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한진의 핵심인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무분별하게 높일 수 없었다는 점 때문에 대한항공 지원 역할론에 대해 신중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기업 회생 목적이 아닌 상거래 채무 해소를 위해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 구조조정 관행에 부적절한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해상 화물 처리 추가비용 필요

한진해운이 못 내고 있는 용선료, 하역·운반비, 장비 임차료 등 밀린 외상값(상거래 채무)은 총 6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회생채권으로 분류돼 법정관리 회생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갚아 나가야 하는 돈이다.

이 중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억류 위기를 피해 해상에 떠 있는 짐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 운용 컨테이너 12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 중 이미 선적된 화물은 40만TEU이다.

정부와 해운업계에서는 이 짐을 항구에 내려놓는 데 필요한 돈을 1000억~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개별 하역업체 등과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들어가는 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중에서 미국, 아시아 등 주요 거점 지역에서 압류위기를 피해 항구 인근에 정박해 있는 긴급 화물을 하역하기 위한 돈은 700억~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진 자금에 한진해운 내부 보유자금 등이 투입되면 현재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항지 인근에 떠 있는 긴급한 화물은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500억원 안팎의 여유자금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화물은 법원 스테이 오더를 통해 억류를 막으면서 타 선사를 이용하거나 추가 자금을 구해 순차적으로 소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납기 지연 사태를 맞은 화주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다만 아직 실리지 않은 화물은 현대상선 등 다른 국적사를 통하거나 신규 항로 개설을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수부, 글로벌 선사에 SOS

정부는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날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 장기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한진 측이 추가 담보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한진 관계자는 "1000억원 긴급자금 투입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6일 머스크, MSC, COSCO 등 글로벌 선사 관계자와 면담하며 대체선박 투입 등 협조를 부탁하고 101억원 규모 국내 환적화물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밝혔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CKYHE 등 해운동맹 선사들이 그동안 한진해운이 유치해 온 환적화물을 흡수하거나 한진해운이 중단한 서비스를 재개하는 경우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수부는 주요 선사가 부산항, 광양항을 계속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환적운송비 전액보조 등 인센티브를 시행했다. 확대 인센티브 규모는 부산항 80억원, 광양항 21억원 등 총 101억원이다.

부산항은 터미널을 이용하는 환적 컨테이너 운송비용을 전액 지원하기 위해 올해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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