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소주, 화려한 부활
국내 전체 소주 시장에서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증류식 소주 시장(업계 순매출 기준)은 2014년 40억원에 이어 지난해 7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남다르다. 지난해 전체 매출 109억원을 올려 증류식 소주업계 1위를 차지한 화요는 이 가운데 절반가량 세금을 제외한 순매출 5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 규모가 7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44만병이 팔려 세금을 제외하고 20억원가량 순매출을 올린 일품진로도 올해는 60만병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와 국순당 등 기존 주류 대기업과 전통주 업체까지 가세한 올해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규모는 확실히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가을 지방 소주업체 금복주가 '제왕'을 출시한 후 올해 초 리뉴얼 제품을 내놨고 지난 5월 대기업 롯데주류는 25도짜리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는 조만간 21도짜리 대장부 신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배혜정도가와 국순당 등 전통주 생산업체들도 증류식 소주 신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순당은 지난달 고구마 증류 소주 '려(驪)'를 통해 기존 쌀 중심 증류 소주에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2000년대 중반 등장했다가 한동안 소강 상태를 겪었던 증류식 소주가 올해 들어 다시금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건 국내 증류식 소주의 부침 깊은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소주는 대부분 전통 증류식으로 제조됐지만 1919년 일제가 현대식 주정 공장을 도입하면서 희석식이 크게 늘었다. 광복 이후 전통 소주 부활이 예상됐지만 전쟁과 빈곤으로 곡물이 부족해지자 쉽게 되살아나지 못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희석식 소주와 달리 증류식 소주는 곡물이나 감자, 고구마를 찐 뒤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고 다시 증류해야 하는 복잡한 제조 방법 탓에 값이 비싼 편이다. 25도짜리 화요 375㎖ 한 병은 할인점 소매가격 기준으로 1만1000원, 같은 용량의 일품진로는 9400원이다. 이토록 비싼 소주에 소비자들이 다시 몰리는 까닭은 일단 증류식 소주가 지닌 탁월한 맛에 있다. 희석식에 비해 곡물 발효 원액을 맛볼 수 있어 뒷맛이 깔끔하고, 높은 알코올 도수에도 숙취는 오히려 덜한 편이다. 희석식 소주가 알코올 도수를 계속 낮춰가는 저도 경쟁에만 주력하는 데다 과일맛을 더한 리큐어까지 가세하면서 되레 정통 소주 맛을 찾는 소비자가 다시 늘고 있는 점도 증류식 소주 인기를 잘 설명한다.
술자리 문화가 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순당 관계자는 "예전엔 희석식 소주를 활용한 폭탄주 등 폭음 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집에서나 소규모 모임에서 고급 전통 소주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소비자층도 증류 소주에 몰리면서 이 분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증류식 소주 : 주정에 물을 타는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쌀, 보리, 옥수수 등 곡류나 감자, 고구마 등을 쪄 발효시킨 뒤 이를 증류해 받아낸 소주다. 1960년대 이전 국내 전통 소주가 증류식에 해당한다.
[서진우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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