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發 물류대란 해법 4대 쟁점

김정환,정석우,김윤진 2016. 9.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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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 후폭풍 ◆

<b>단호한 임종룡 위원장 </b><br>임종룡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물류대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대주주인 한진그룹에 있다"며 조양호 회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금융위원회]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정부가 5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대책을 내놨다. 압류당할 위험이 적은 지역별 허브항만에 해상 유랑 화물을 옮겨놓고,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DIP·Debtor-In-Possession financing) 등을 통해 긴급 자금 수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법원은 당장 해상에 발이 묶인 해상 유랑 화물 문제를 풀기 위한 자금만 추리면 1000억~2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경제가 물류대란을 풀기 위한 4대 핵심 쟁점과 법원·정부 대책 실효성을 분석했다.

① 세계 항구 7곳에 세이프존…화물하역 허브 삼아 급한불 진화

해상 유랑 화물 문제를 조기에 풀기 위해서는 법정관리로 돈 떼일 위험에 처한 선주·화주들이 배와 화물을 압류하는 것을 일단 막아두는 것이 긴요하다. 일단 배를 뺏기면 화물들을 되찾아 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법원은 세계 주요 거점항구에 선박과 화물이 억류되지 않는 '세이프존'을 만들어 지역별로 물량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원이 각국에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Stay Order)을 신청하고, 이를 현지 법원이 받아들이면 배가 억류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이날 법원은 부산, 싱가포르, 미국 뉴욕·롱비치, 독일 함부르크 등 거점항구 7곳을 허브항만으로 선정해 한진해운 배를 임시로 하역시키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2일 스테이오더 신청에 들어가 7일께 발효될 전망이다. 5일에는 영국에 스테이오더를 신청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 거점항구 스테이오더는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신청한다.

5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서 한진해운 회생절차에 대한 승인 결정과 강제집행 금지명령이 나왔다. 일단 한진해운은 강제집행 위험 없이 일본에 접항할 수 있게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단 주력 시장인 미국만 세이프존으로 설정돼도 물류대란 큰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진해운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28%(20곳)에 달한다. 다만 스테이오더가 발동돼도 압류 위기만 넘길 수 있을 뿐 항만 이용대금은 결국 지급해야 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은 "하역 등에 대한 필요자금은 한진해운이 일단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이프존으로 이동하는 동안 납기일을 넘긴 화주들이 클레임을 걸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는 법원과 협의해 부산·광양 등 국내로 들어오는 화물 항만 하역료 등을 우선 변제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려면 법원이 한진해운 외상값 등 제반 비용을 공익채권으로 분류해줘야 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선변제권은 최후의 방안으로 법원과 같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에 앞서 한진해운이 담보를 내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해상 화물 푸는데 1000억~2000억 필요

법원은 물류대란을 풀기 위한 전체 필요자금을 1000억~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세이프존을 통해 물량을 처리할 때 필요한 자금은 1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 지원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대한 직접대출 방식의 DIP금융(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류대란 일차적인 책임은 당사자인 한진해운이나 대주주인 한진그룹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는 "한진 측의 적극적인 자세에 따라 채권단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자회사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보유 자산을 인수해 한진해운 자금 조달을 지원하거나 한진해운이 아닌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담보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주)한진이 보유 자산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주)한진이 한진해운에 '대여'를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한진해운 외상값(상거래채무) 중 당장 급한 자금을 선별적으로 상환했을 때 예상되는 나머지 상거래 채권자들의 줄소송 가능성이다. 한진해운 전체 상거래채무는 6500억원에 달한다.

대형 법무법인 회생전문 변호사는 "회생절차에 따라 임금채권과 조세채권을 제외한 모든 채무는 후순위이자 동일한 순위"라며 "상거래채무를 포함한 이 후순위채권 중 일부를 한진해운이 상환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나머지 채권자의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송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으로는 (주)한진이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해운이 아닌 제3자가 해당 상거래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법이 있다.

③ 계열사 無담보지원해도 배임죄 가능성 낮아

한진 계열사가 한진해운에 담보 없이 돈을 대여해준다고 해도 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지원해주는 자금은 공익채권으로 우선 변제 대상이고, 채권자가 피해를 본다면 법원에서 최대한 보호하고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여금에 대해 이자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자율도 높기 때문에 형법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삿돈을 사용할 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배임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한진그룹 주력인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1082%(2분기 기준)에 달하는 등 재무사정이 악화해 한진해운을 포기한 상태에서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④ 조양호 담보자산 부족해 그룹차원 고민 중

한진해운은 자구안을 짜내는 과정에서 해외 운영권, 터미널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은 대부분 팔아버렸다. 남은 자산은 선박과 미국 당국과 계약에 의해 연내 매각이 불가능한 캘리포니아 롱비치터미널 지분(54%) 정도로 압축된다.

다만 한진그룹 육상운송 계열사인 (주)한진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전에 아시아 8개 항로 운영권을 비롯해 평택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부산해운신항만, 베트남 터미널 법인 지분 등을 2351억원에 사들였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주)한진이 한진해운 문제를 풀기 위해 담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진 관계자는 "긴급 자금 지원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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