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폐광의 부활'..광명동굴에서 공연보고 와인을 마시다

입력 2016. 9. 3. 07:02 수정 2016. 9.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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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현장, 역사·문화·예술·관광 융합 시설로 재탄생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웨타워크숍이 뉴질랜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공수한 용. 이 용의 이름은 '동굴의 제왕'이다.

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현장, 역사·문화·예술·관광 융합 시설로 재탄생

(광명=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40년간 방치됐던 금광이 와인레스토랑과 공연장, 각종 전시관을 갖춘 광명동굴 테마파크로 개발된 뒤 수도권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유료 개장한 지 1년 반 동안 200만 명, 올해에만 120만 명 가까이 이곳을 다녀갔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이 더 늘었고, 올여름 무더위 속에 시원한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았다.

또 주한 프랑스문화원의 요청으로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5개월간 '라스코동굴벽화 국제순회 전시회'(4.16∼9.4)가 열린 데 이어, 양기대 시장이 '문화 민주화'의 기치를 내걸고 전국 도서와벽지 청소년 초청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관람객 유치 목표 150만 명은 너끈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명동굴이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비결은 '폐광의 부활'이라고 불릴 정도의 놀라운 변신 덕분이다.

광명동굴 안에 200여석을 갖춘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1972년 폐광 후 방치돼 새우젓 저장고로 사용되던 것을 시가 2011년 43억에 사들여 4년 동안 공연장을 만들고 화려한 조명을 갖춘 볼거리들을 설치해 동굴테마파크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에 참여한 웨타워크숍이 뉴질랜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공수한 용 조형물과 함께, 웨타워크숍이 참여하는 '국제판타지 공모전'(일명 '상상 설계전') 작품들을 감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또 동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1급수로 각종 물고기와 식물을 기르고 있고, 목이 마르면 이 물을 직접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동굴공연장에서는 시시때때로 영화상영과 뮤지컬 갈라쇼, 합창단 및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펼쳐진다.

방문객들은 천연동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화려한 와인 바와 와이너리에 놀라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 종류가 100여 종에 이른다는 설명을 듣고 또 한 번 놀란다. 국산 와인 100여 종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곳은 광명동굴이 유일하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음미하는 와인은 색다른 풍미를 자아낸다.

지난해 이곳에서 판매된 국산 와인은 3만2천850병으로, 연간 국산 와인 판매량 40만 병의 8%를 차지했고, 올해 들어서도 8월 말까지 1만8천327병의 국산 와인이 팔렸다. 관람객들은 매일 색다른 와인을 시음할 수도 있다.

광명시는 또 17개 지방자치단체들과 와인 생산 협약을 맺어 지방의 과일 농가와 와이너리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대만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올들어 8월 말까지 단체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만 2만 7천명이다.

1일 이곳을 찾은 '요우커'(遊客) 청커얼(成可兒. 23) 씨와 주오마(卓瑪. 24) 씨처럼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집계되지 않는다.

쓰촨성에서 왔다는 두 사람에게 광명동굴을 본 소감을 묻자 "귀엽고 아름답고 춥다"며 "얇은 옷을 한 벌 갖고 오라고 미리 얘기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더 웅장한 동굴들이 많단다. 올여름 무더위에도 동굴 속은 늘 서늘했다.

중국 쓰촨성에서 왔다는 두 '요오커'(遊客)가 어둠 속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쉬운 점은 없느냐는 말에 "영어나 중국어 통역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면서, 동굴 안내판의 중국어 번역에서 담장을 뜻하는 장(墻)자가 잘못됐다며 바로잡을 것을 당부했다.

동료들에게도 관광지로 권할 만 하냐고 묻자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광명동굴을 소개하는 메신저 글을 보여줬다.

광명시가 전국 도서와 벽지 학교 학생들이나 소년원생 등 평소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초청 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기업과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펼치면서 광명동굴은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는 사회교육 장소로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얼마 전 소년원에 머무는 청소년들과 함께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광명동굴 전시회를 관람했던 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놀랐다"고 말했다. 시는 더 많은 문화소외 청소년들이 광명동굴에서 더 넓고 새로운 세상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1일 광명동굴을 찾은 전남의 진도중학교 1학년 임수린 양은 "처음 보는 라스코동굴벽화가 너무 신기했고, 옛날 사람들이 저렇게 자세히 관찰해서 그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면서 "동굴도 볼 것이많았는데, 특히 폭포가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 친구들도 너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1일 프랑스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을 관람한 전남 진도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온 이 학교 진로담당 홍수우 선생님은 "진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재정이 열악해 체험 기회가 많지 않고, 수도권 지역으로 체험 활동을 올 기회는 거의 없는데 광명시에서좋은 기회를 주어 교사인 나도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역시 이날 학생들을 인솔해 동굴을 관람한 강원도 태백의 황지중앙초 장성진 선생님은 "광명동굴을 직접 보게 되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광명동굴은 태백 용현동굴과 비교해 너무나 잘 꾸며져 있어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명시는 올해를 '라스코동굴벽화와 함께하는 광명동굴 방문의 해'로 정한 데 이어, 동굴이 들어선 가학산(駕鶴山) 일대에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인근 지역을 동굴테마파크의 명성에 걸맞은 문화산업지구로 개발하려 한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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