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자 스케일링할때 의자에 비닐 덮으면 인격침해?

2016. 9.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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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인권보호관 '시정권고' 논란
[동아일보]
비닐로 감싼 진료의자 지난해 10월 HIV 감염자가 스케일링 치료를 받던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진료실 환자용 의자가 비닐로 감싸져 있다. 서울시 제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감염자의 치과 치료 때 병원이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용 의자 등을 대형 비닐로 덮는 행위는 환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의 판단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난해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이 HIV 감염자인 A 씨(43)의 치과 치료를 하면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감염 예방 조치로 환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인권보호관은 보라매병원에 치과 직원 전원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병원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와 보라매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일 HIV 감염자인 A 씨가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수술실에서 쓰는 대형 비닐을 이용해 환자용 의자와 주변 기기를 감쌌다. 이를 본 A 씨는 심한 굴욕감을 느꼈고 이를 전해 들은 인권단체 3곳은 같은 달 22일 병원 조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조사에 착수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장기간 조사 끝에 최근 병원 측의 조치가 과도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소한의 표면만 덮거나 표면 소독으로 충분한데 환자용 의자뿐 아니라 1m 떨어진 칸막이까지 비닐로 덮은 것은 지나친 감염 관리라는 것이다. 전성휘 시민인권보호관은 “의료인조차 HIV 감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감염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일종의 인권 옴부즈맨 제도다. 서울시가 2013년 1월 도입했다. 서울시 및 소속 행정기관, 출연기관, 자치구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가 접수되면 조사관 3명이 실태조사 뒤 시정권고 사항을 시장에게 통지한다.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권고가 나오자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는 “전체 시립병원을 대상으로 인권센터에서 추천한 강사가 진행하는 인권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료인과 다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하게 감염 관리 조치를 하는 게 과연 잘못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한치과감염관리협회의 ‘임상 적용을 위한 치과 감염 관리’에 따르면 간염이나 결핵, HIV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 기기와 진료용 의자의 표면을 덮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식품 포장용 랩이나 비닐봉지 같은 대용품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에는 없지만 환자용 의자에서 1m 떨어진 칸막이까지 비닐을 덮은 데 대해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일반 비닐이 아니라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표면 덮개용 비닐”이라며 “환자의 침과 같은 체액이 많이 튀는 스케일링의 경우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협회 지침보다) 조치를 강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조치가 지나쳤다는 반론도 있다. 보통 병원들은 다른 환자에게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HIV 감염자 치료의 경우 하루 일과 중 가장 마지막 시간에 배치해 치료 후 바로 소독작업을 한다. 감염자가 쓰는 의자와 수술대, 주변 칸막이 등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으로 제작된 커버 제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무조건 사용하는 건 아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반드시 커버 제품을 사용하란 규정은 없으며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한다”며 “시술 자체가 피가 많이 튀고 다른 환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으면 씌운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없으면 커버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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