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방문.."성과無"vs"예비대통령 부각" 엇갈린 평가

"장벽 설치비용 논란만 낳아"-"외교부문 신뢰성 높이는 기회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오른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멕시코를 찾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벽 설치비용 논란만 낳아"-"외교부문 신뢰성 높이는 기회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 문제 등에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멕시코를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주장한 국경 장벽의 설치비용을 놓고 논란만 더 낳았을 뿐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와 외국 정상과의 '무난한' 만남으로 '예비 대통령' 면모를 부각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멕시코를 찾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 "위험 부담만 컸을 뿐 성과는 저조했다"고 비판했다.

WP는 "기껏해야 트럼프가 외국에 가서 별다른 사건 발생 없이 지도자들을 만났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방문 결과 미-멕시코 간 장벽 설치비용을 둘러싼 잡음이 생겼다며 "장벽 비용 부담과 관련한 논쟁이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니에토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장벽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누가 장벽 비용을 댈 것인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니에토 대통령은 트럼프가 멕시코를 떠난 뒤 트위터에서 "회동 초반에 나는 멕시코는 장벽 설치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

AP통신은 "비공개 회담이라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알기는 불가능하지만, 트럼프와 니에토가 회동 내용을 떠올리는데 차이를 나타낸 것은 인기 없는 두 정치인이 떠안아야 할 정치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외국 정상을 만난 게 득이 됐다는 평도 나왔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를 찾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와의 회동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방문에서 양자가 한 기자회견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방문 시사회와 같이 비치길 바란 트럼프의 희망대로 그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니에토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친구"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후보가 아닌 대통령급 존재로 느낄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측근들은 이번 여정이 트럼프를 대통령처럼 보이게 하길 희망했다"며 "트럼프가 신중한 모습으로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장면을 통해 미국의 온건성향의 유권자 표심에 호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도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린 히스패닉 표심을 만회하기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은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분명히 하고 외교 분야에서 트럼프의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백인 유동층을 확신시키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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