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①] '조이아빠' 양동근 "내가 딸을 업고 예능을 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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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다섯 가지 항목에 모두 "예스"라고 외친다면, 그는 양동근일 가능성이 높다. 맞다. 폭탄머리를 하고 까불던 '양동구리'는 연기 잘 하는 '고복수'였고, 랩 하면서 춤도 추는 'YDG'였다. 그리고 이제는 '조이 아빠'로 더 유명해졌다. 영화배우이자, 래퍼로 잔뼈가 굵지만, 이젠 예능인이란 수식어도 제법 어울리는 그다.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동 중인 양동근과 마주 앉았다. 선그라스를 벗자 정겨운 미소가 반갑다.
1990년 드라마 '회전목마' 속 어린 소년, 연기가 아닌 실제를 보는 듯 독특한 매력을 풍기던 소년 배우 양동근은 '뉴 논스톱' 구리뱅뱅과 '네 멋대로 해라'로 인생작을 남기더니 어느 순간은 래퍼가 되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그야말로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양동근은 이제 못하는 게 없는 '슈퍼맨'이 되어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엠넷 서바이벌 힙합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3'의 녹화를 앞둔 양동근을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났다. 출장토크의 콘셉트는 현장을 급습해 주인공들을 납치하는 것, 이에 제대로 양동근을 납치해보려 했으나 이 남자, 포스가 만만치 않다. 독특한 선글라스와 후리한 티셔츠, 우리가 생각했던 그 양동근이 분명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따뜻한 느낌을 풍긴다. 두려움도 잠시. 그의 목덜미를 냉큼 낚아챘다.(※설정샷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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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동근은 애들 키우랴 MC 보랴 공연도 뛰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3'를 통해 힙합 프로듀서가 아닌 MC로 분했다. 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어둡고 자유분방했던 과거의 그에게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어깨띠를 매고 육아 예능을 펼쳐 보이는 중이다. 이런 양동근의 변화는 낯설기도 또 새롭기도 했다.
"'쇼미더머니3' 때 프로듀서 한 것, 그게 예능이라면 예능인데. 그때가 아마 고정적으로 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근데 그때부터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방송을 보면 저기는 말로 재미있게 해야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는 말도 잘 못하고 하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예능 한 두 번 출연했을 때 그걸 피부로 직접 느끼기도 했고요. 가면 말도 잘 못 하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 오곤 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음악과 관련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또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니 뭐라도 일을 했어야 했어요."
이런 양동근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일단 육아는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해요. 사실 예능을 정말 못했거든요. 말하는 것도 불편하고, 또 웃기고 이런 걸 잘 못 하니까. 그런데 일이 없으니 부딪혀야 했고 또 해내야 했어요. 아빠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절벽 끝에 가서도 먹을 것을 가지고 오죠. 그래서 용감해요. 솔직히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그렇고 '언프리티'도 그렇고 예전에는 제가 그리고 있던 저의 모습과는 다른 길이에요. 가정을 가지고 또 아기가 생기면서 저의 뜻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하는, 그리고 예전에는 제 스스로나 제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작품이나 음원이나 이런 것들을 해왔다면, 지금은 분명 가족을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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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반이든 드라마든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삶을 위해서 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 템포 쉬고 있는 분위기죠. '차라리 요절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했어요(웃음). 왜냐면 센 거를 한번 빵 던지고 나니까 살아가는데 계속 새로운 걸 던져야 하고 더 잘해야 하고 그런 게 있더라고요. '네 멋대로 해라'나 '논스톱'은 제가 연기를 잘 했다기 보단 그런 세팅에 잘 끼게 된 거죠. 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그때를 제가 잘 만난 거라 생각해요."
양동근은 말 그대로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자기 색이 분명한 사람, 이는 연기뿐 아니라 음악으로도 표출됐다. 지난 2001년 1집 '구리뱅뱅'으로 데뷔한 양동근은 이후에도 '골목길' '흔들어' '탄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래퍼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연기와 음악, 어떤 게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음악이 좋은 것 같긴 해요. 연기는 대본, 대사를 외워야 해서 온전한 내 것이 아니고 내 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하는 거죠. 다른 이의 캐릭터로는 충분히 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9살부터 연기를 하면서 진짜 내가 너무 없지 않았나. 그래서 대본이 없으면 말을 못하는 거죠. 근데 음악은 머리를 많이 쓰지 않고도 그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즐기면서.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주어진 감정을 해내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싶으면 느끼는 거고 좋아하는 것만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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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빠랑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누가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계속 고민했던 거예요. 힙합을 통해 치고받으면서 이게 정답인 건가 저게 답인 건가, 그렇게 젊음을 살아냈던 것 같아요. 저도 어쩌면 사회 부적응자일 수 있는데 힙합이라는 장르 때문에 그게 가려진 거죠. 그래서 어떤 '캐릭터'로 탄생했던 것 같아요. 제 안에 그런 에너지가 컸는데 방송이라는 매체 덕분에 확 보여져 버린 거죠. 그래서 지금은 그런 환경이나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려고, 사명감을 찾고 있어요. 방황하는 청춘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길을 보여주는 누군가 필요한데, 그들을 위해 이렇게 살아야겠다 리마인딩 계속하면서 사는 거죠."
그러나 혼란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 현실적인 것들에 부딪히게 된다. 양동근은 "결혼하고 클럽에 갈 순 없지 않느냐"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지만, 깊은 철학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었다.
"사실 결혼 이후 음악을 못하나 정체성 혼란이 오기도 했죠. 근데 옛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음악을 해야 되는 시간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 했던 음악을 계속하려면 진짜 예전에 하던 대로 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지금 클럽을 가야 돼 당장(웃음). 근데 만약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길게 하려면 변화된 가치관으로 새롭게 해야 될 때가 된 거죠. 그런 시도는 계속하고 있어요. EDM이나 아내가 자주 듣는 재즈 등 장르를 바꿔보려고 해요. 왜 현진영 형님도 힙합 댄스 레전드인데 지금 재즈로 바꿔서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런 걸 보고 배우는 거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음악을 길게 하기 위해선 이런 변화나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안목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은 '내가 최고', '내가 이렇게 살아' 이러면 되는 게 아니라 이젠 넓은 걸 보면서 음악을 해야겠구나 싶어요."
양동근은 확실히 예전보다 대중들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하는 중이다. 그런 변화되고 성숙한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지만 과거의 독특하고 어둡고 또 까칠한 그런 매력이 희석된 데 아쉬워하는 팬들 또한 있다. 영원히 구리뱅뱅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이들이다. "제가 그 모습을 지키고자 했다면 오늘 우린 이렇게 편안하게 얘기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어딘가 감금되어 있을지도(웃음) 근데 그런 에너지는 20대 때나 가능한 것 같아요. 계속 그런 모습을 간직하려면 요절을 했었어야지. 그런데 이제 그런 에너지를 가진 젊은 친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대신 저는 이렇게 배나온 아저씨가 되었고요…(웃음)"
hero16@sportschosun.com,gina1004@,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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