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대·신촌 지고 성동 뜬다는데

진상현 엄성원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 9.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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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머니투데이 진상현 엄성원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 국회 문턱 넘을까

서울시와 자치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방지책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20대 국회에서 재개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활성화로 다른 지역 임차 사업자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국회에는 자율상권구역 지정시 임차인과 임대인의 합의하에 계약갱신요구 기한을 최대 10년 이내로 늘리는 내용의 여당 법안과 전 상가에 적용되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상의 임대차 보호 기간을 늘리는 야당 법안이 제출돼 있다. 중소기업청도 근본적인 해법으로 임차인들의 상가 가치 상승 기여분을 반영할 수 있는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연구 용역을 낸 상태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8일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대차 계약 갱신요구 기한을 현재의 5년 이내에서 최대 10년 이내로 늘려 임차 상인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상이 되는 상권은 상업지역 50% 이상, 상인 및 상가건물 임대인 3분의 2 이상 동의 등의 요건을 갖춰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된다. 자율상권구역에 지정되면 현행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에 준하는 예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물주 입장에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대신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형태다. 전통시장법이 구역내에 반드시 전통시장을 포함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이 법안은 일반 구 상권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임차인과 임대인이 합의가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고 조합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게 상권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를 막기 위한 시도는 서울시와 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시도가 됐다. 저렴한 임대료 등으로 예술인 및 기술인들이 유입된 홍대 앞, 이태원 경리단길, 성동구 수제화 거리 등이 독특한 특성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급격히 상승시켜 기존 토박이 영세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동구가 지난해 9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채택했고, 서울시도 지난 1월 신촌·이대, 이태원 경리단길 등과 같이 임대료 급등으로 지역 주민과 상인이 내몰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중구, 강남구, 도봉구 등 자치구 차원에서 조례를 채택했다.

이정현 대표 법안은 19대 국회 때도 이 대표가 같은 내용으로 대표발의를 했지만 임기만료 폐기됐다. 법안의 취지에는 여야 의원들이 공감했지만 제정안인 만큼 공청회 등 세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다른 현안에 밀리면서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선 약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보호 기간 동안의 임대료 인상률도 현행 최고 9%에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의 2배의 범위 안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고시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건물주의 동의 없이 일괄적으로 보호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이정현 대표 발의안보다는 강력한 방안이다.

중기청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상가 가치 상승에 기여한 임차인의 기여분을 반영하가 위한 방안을 등을 찾기 위해 지난 5월 용역 발주를 내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중기청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지만 건물주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있어 법제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면서 “우선 '자율상권구역법'을 먼저 도입하고 근본적인 해법은 시간을 갖고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는 신촌과 뜨는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답을 찾다

경의선 숲길공원이 조성된 마포구 연남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꼽힌다. 연남동을 뉴욕 센트럴파크를 빗대 '연트럴파크'라는 애칭도 붙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잔디밭에 앉아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여고생들까지, 잡초가 무성한 폐선부지에서 도심공원으로 변신한 연남동은 그렇게 사람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이 커지면서 연남동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임대료가 급등해 토박이 주민과 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다.

◇신촌·이대의 과거와 연남동의 현재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연남동에서 음식점(요식업)을 운영 중인 건물의 60%는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6년만 해도 연남동 건물주의 62%는 지역 주민이었다. 10년 새 부동산 소유 구조가 정반대 양상으로 변했다. 상권이 발달하고 외지인이 부동산 쇼핑에 나서자 임대료는 뛰고 지역 경제에는 부하가 걸렸다.

연남동은 4~5년 전만 해도 인근 홍대 상권이나 신촌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등 떠밀려난 젊은 자영업자들이 재기를 꿈꾸던 동네였다. 허름한 다세대건물 반지하나 지은 지 20년은 족히 돼 보이는 낡은 상가건물의 2~3평 자투리 공간에 자신을 내걸었던 젊은 요리사와 예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연남동에서 짐을 쌌다. 연남지역 음식점의 평균 영업기간은 2006년 3.91년에서 지난해 2.12년으로 반감했다. 장사를 시작해 2년을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자영업자의 생존 경쟁이 연남동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연남동의 현재는 신촌·이대 상권의 과거와 닮았다. 유명 대학들이 밀집한 신촌과 이대 지역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 상권 중 하나로 꼽혔지만 지금은 대로변 1층 상가 건물마저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는 낡은 상권으로 전락했다. 한때 2억~3억원을 호가하던 상가 권리금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자고 나면 오르는 임대료는 젊은 자영업자들을 신촌·이대 상권에서 몰아냈고 그 자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옷 가게, 화장품 가게들이 대신 채웠다. 그렇게 신촌·이대 상권은 그 시절 트렌드 리더에서 흔하디 흔한 일반 유흥가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심상가, 프랜차이즈입점 제한'…지역상권 지키기 나선 지자체

신촌·이대 상권과 대비되는 곳이 성동구 성수동1·2가 서울숲 주변 상권이다. 성수동 상권 역시 한때 서울숲 조성으로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지역 상인이 터전을 옮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해당 지자체인 성동구가 지역상인-건물주간의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르게 지역상권 보호에 나섰고 지금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의 모범 사례가 됐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채택했다. 자생 상권을 파괴할 우려가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휴흥업소의 입점을 제한하고 임대료 인상율 제한에 동의하는 건물주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형 건축물 건립시 공공기여로 주어지는 공간을 공공이 임대주가 되는 안심상가로 활용하는 방안과 쫓겨난 상인들을 위한 대안상가 건립안도 성동구의 작품이다.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노력은 서울시의 관련 조례 제정과 중구, 강남구, 도봉구 등 자치구의 조례 채택으로 연결됐다.

시는 지난 1월 신촌·이대, 이태원 경리단길 등과 같이 임대료 급등으로 지역 주민과 상인이 내몰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임차인 보호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는 장기안심상가 조성, 지자체와 지역 상인회간 자율협약 체결 등을 통해 소규모 임차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시는 또 지난 3월 인사동, 대학로, 홍대·연남, 서촌·북촌 등 6개 지역 맞춤형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31일 임차상인들이 자기 상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에도 착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소규모 자영업자와 젊은 예술인들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도시의 생산 활력도 앗아간다"며 "지역 상권과 문화를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보호, 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통과되면…10만 소상공인 '숨통'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이하 자율상권법)이 시행되면 전국에서 줄잡아 100곳에 달하는 상권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상점가, 부산 중구 자갈치 국제상권, 광주 동구 충장로상권 등 수도권과 광역시를 빼고도 60여곳이 수혜 예상지다. 사실상 전국의 구도심 상권 대부분에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난해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에서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수혜 예상 상권에 들어선 전통시장의 점포수만 6만6000여개다. 분석에서 제외된 상점가의 점포까지 고려하면 총 10만개에 달하는 점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전통시장을 반드시 포함해 개발하도록 한 것과 달리 상권만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적용범위가 넓어졌다.

법안의 효과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낙후된 구도심 상권 활성화다. 상권 내 상인의 3분의 2 이상, 상가건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신청으로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소득세·법인세·취득세·재산세·등록면허세 등의 조세 감면 혜택이 따른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상권활성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중심시가지 쇠퇴에 대응하고 소상공인의 영업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율상권운영제도(BID)를 도입했다. 1970년대부터 제도를 시행한 미국의 경우 49개주에 1200여개 자율상권이 조직돼 활동 중이다. 영국은 1986년 도심관리(TCM) 제도를 도입해 시가지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다 2004년부터 BID로 전환,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을 제정해 정부 주도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상권법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상권 활성화 이후 임대료 급등으로 기존 주민과 임차상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초점을 맞춘 방지책이다. 자율상권구역의 임대차계약 갱신 기한을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보증금 증액을 제한하는 특례조항을 둬 상인과 건물주 모두가 상권 활성화의 결실을 누리도록 했다.

2000년대 들어 개발정체로 쇠락한 구도심이 싼 임대료로 몰린 예술가나 젊은 상인 주도로 두번째 전성기를 맞았다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다시 주저앉은 사례가 적잖다.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점포 지가가 최대 5배까지 오르자 임대료를 2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수제화 거리가 유명세를 탄 뒤 건물주가 계약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임대료를 올리면서 임차상인이 내쫓기는 일이 빗발쳤다.

자율상권법의 적용대상이 자율상권구역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임차상인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율상권뿐 아니라 나머지 상가에 대해서도 임대차계약 갱신기한을 확장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상현 엄성원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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