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다른 인식

김태석 입력 2016. 9. 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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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다른 인식



(베스트 일레븐)

중국 수비수 쟝즈펑은 공한증은 옛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공한증은 중국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전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단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은 거리 두기를 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자세에는 온도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향한 실질적 도전의 첫 발을 내딛는다. 슈틸리케호는 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그룹 1라운드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과거 전적이 말하는 두 팀의 실력 차는 현격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일방적 우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팀의 대결은 양국 국민과 미디어의 폭발적 관심을 끈다.

바로 공한증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서른 번을 상대로 딱 한 번 이겼다. 1승 12무 17패라는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은근히 ‘징크스’와 비슷한 뉘앙스로도 비치는 단어인데, 사실 과거 전적상으로 징크스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징크스는 실력이 엇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 붙이는 단어인데, 중국은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국과 단 한 번도 어깨를 나란히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두 팀의 맞대결을 두고 이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러나 단어의 활용 여부를 떠나 이 단어는 분명 양 팀 선수들의 멘털에 크나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쟝즈펑은 공한증이라는 표현에 대해 미래를 언급했다. 즉, 과거의 일이니, 앞으로 펼쳐질 대결은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애써 이 단어를 회피하지만, 엄연히 극복의 대상이다. 중국이 한 단계 뛰어오르려면, 1990년대 일본이 그랬듯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반면 한국의 분위기는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 전 기자회견은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투영하면 꽤나 재미있는 멘트를 살필 수 있다. 중국이 거의 한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 경기를 준비한 반면 한국이 단 사흘 밖에 준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의 자질과 지난 경험을 말했다. 중국처럼 요란을 떨지 않아도, 능히 좋은 경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공한증이라는 단어에 관한 직접적 질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오로지 중국의 처지에서만 답했다. 중국에 동기 부여가 될 요소라는 말이었는데, 이는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한국의 사정이 아닌 중국의 사정임을 강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슈틸리케 감독은 양 팀의 일방적 A매치 전적과 현격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까지 언급하며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그렇다고 자만하거나 방심하는 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의 전적이 당장 맞이할 경기의 승패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분명 참이다. 상대가 중국이든 브라질이든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다만 이 공한증이라는 굴레에 한국이 얽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요컨대 지금껏 계속 이겨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게 아니라, 지금껏 계속 진 중국에게 이번에는 이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압박을 불어넣는 의도를 보였다. 상대를 깔봐서는 안 되겠지만, 약체를 맞이하는 강호의 자세를 보이려고 한 것이다. 물론 그 자신감은 그라운드에서 오롯이 발휘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슈틸리케호는 잊지 않는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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