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단독] 국내 출장비 50만 원 못 주는 평창조직위

권종오 기자 2016. 9. 1. 0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주일 전인 지난 8월 25일,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저력과 아름다운 문화를 전 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라면서 “정부는 그동안의 많은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대회가 되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씁쓸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출장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평창 조직위원회 직원들이었습니다. 지난 2월 강원도 정선과 평창에서는 알파인스키 월드컵과 스노보드 월드컵이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습니다. ‘테스트 이벤트’는 평창올림픽 시설과 준비상황을 미리 점검하는 일종의 ‘모의고사’였습니다.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평창 조직위 직원들은 대회가 열리는 현장으로 대거 달려가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공정이 늦어 ‘24시간 초치기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국제 스포츠계가 크게 걱정했지만 테스트 이벤트는 그런대로 무난히 치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습니다. 평창 조직위가 당연히 지급해야 할 직원들의 출장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50만 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100만 원 가량 자기 돈을 썼는데 평창 조직위가 6개월 지난 현재까지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데 들어가는 돈은 약 14조 원입니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순수 예산만 약 2조3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공무를 수행한 직원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국내 출장비 50~100만 원은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제 귀를 의심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럼 평창 조직위원회는 왜 국내 출장비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주는 게 아니고 못 주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워낙 현금이 없기 때문에 한 달에 지급해야 할 액수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이 한도를 넘으면 10원이라도 더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예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나 받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평창 조직위원회가 ‘돈 가뭄’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아닙니다. 가장 큰 원인은 평창 조직위의 무능입니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현금을 확실히 거머쥘 수 있는 ‘은행’을 아직까지 후원업체로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단 1개의 은행도 스폰서로 잡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위가 그만큼 무능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4년 이른바 '어젠다 2020‘을 통해 일부 종목의 ’분산 개최‘를 제의했습니다. 분산 개최를 할 경우 막대한 개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는데 우리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평창 조직위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분산 개최’가 되지 않은 이상 모든 비용은 대한민국 정부, 강원도, 평창 조직위가 부담해야 합니다. 국내외적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평창 조직위의 예산은 2조 3천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준으로 대회를 치르려면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구촌 축제’ 평창 올림픽이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평창 조직위 고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6천억 원이 모자랄 것 같다. 하지만 조직위가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 2천억 원은 메울 수 있다. 문제는 4천억 원이다. 이 돈은 염치없지만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산자부 장관을 역임한 이희범 조직위원장(67세)이 지난 5월 부임하자마자 한참 어린 공무원들에게 사정사정하면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다.”

평창 조직위 실무 직원들은 “이러다가는 B급 대회가 아니라 C급 대회로 전락한다”는 경고를 이미 몇 달 전부터 이구동성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50만 원밖에 안 되는 국내 출장비를 6개월 째 못 준 평창 조직위가 "최고의 대회가 되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지 못하겠다며 반납할 시기도 이미 놓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을 먹느냐, 아니면 국제적 망신만은 면하느냐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창 조직위가 자체적으로 단시일 내에 부족한 4천억 원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