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주행의 기적' 한동근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2016. 9. 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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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동근.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 오디션 1위에서 차트 1위까지

“아무 것도 못해 힘들었던 날들
혼자 편곡·노래하며 실력 키워”
가수 한동근(23·사진)에게도, 가요계에도 참 별 일이다. 2014년 9월 나온 노래가 2년이 지난 6월 음원차트에 들어오더니 슬금슬금 순위가 올라 8개 모든 차트에서 최근 1위가 됐다. 8월31일 오후 3시 현재도 멜론, 지니 등에서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해’가 1위다. 오히려 8월24일 발표한 최신곡 ‘그대라는 사치’가 밀려 10∼20위권이다. 2013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3에서 우승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는 순간이다.

8월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한동근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특유의 묵직한 저음으로 “허허허” 웃었다. ‘위대한 탄생’ 우승 이후 가수 인생에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다가 낭패감으로 가득했던 지난 방황이 끝나는 순간을 그는 멍한 웃음으로 맞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할 정도로 부족함 없이 자란 한동근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으로 ‘눈’이 높아져 있었다. 이미 ‘리틀 임재범’이란 수식어까지 얻었다. 데뷔도, 히트도 쉽게만 생각했다. ‘위대한 탄생’ 출연 당시에는 “선곡 잘해 노래만 부르면 다음날 차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은 알지 못했다. 기획사에 들어와서 마주한 현실은 그래서 낯설었고, 불만만 가득했다. 연습부터 다시 해야 했고, 제작 과정도 다단했다.

“내가 생각했던 음악인의 생활과 완전히 달랐다. 회사가 잘 못해주는 것 같아 벽을 쌓고 나름의 음악을 해보겠다는 고집도 부렸다. 소속사에서 주는 노래를 잘 부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스무살 어린 나이에 뭘 알았겠나. 하하.”

마음 속 불만족을 걷어내게 된 계기는 작년 4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 스태프와 함께 한 뒤풀이였다. 모두가 작품을 잘 끝냈다는 홀가분한 마음일 거란 예상과 달리 숙연했다. ‘다음 공연은 잡힌 게 있느냐’며 서로를 걱정하는 연기자들의 술잔이 너무 안쓰러웠다. ‘내가 너무 철없이 살았구나. 난 참 행복한 놈이구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날 이후 자기만의 스타일을 위해 에릭 클랩튼 ‘레일라’, 제이슨 므라즈 ‘아임 유어스’, 이소라 ‘바람이 분다’ 등 기성곡을 나름대로 편곡해 불러 음원을 인터넷에 올렸다.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영상도 유튜브에 게재했다. 자연스럽게 노래 실력도 늘었다. 얼마 후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러브콜이 왔다. 그때부터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 아마추어 가수의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해’ 커버곡이 SNS상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막 음악차트 100위권에 재진입하던 때였다. 한동근은 ‘복면가왕’에서 국카스텐 하현우와 맞붙어 결코 밀리지 않는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MBC ‘듀엣가요제’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조금씩 오르던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해’ 순위도 급등했다.

“마음을 편히 먹는 순간부터 일이 풀린 것 같다. 혼자 노래를 편곡하고 부른 날들이 있었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지금의 영광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들이 돌아보면 참 소중하다.”

가수 한동근의 매력은 ‘호소력’이다. 듣는 이를 심취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가졌다. 새벽에 들으면 매력을 배로 느낄 수 있다고 해서 팬들은 ‘새벽 감성의 음악’이라 평한다.

한동근은 앞으로 “친근한 이미지와 노래로 위로를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 이름으로 노래가 나오면, 한 번은 듣고 보는 가수, 내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한 가수”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지나온 날이 아쉽지 않고, 한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웃었다.

가수 한동근.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 한동근 ▲1993년 5월9일생 ▲경북 구미 ▲충북 음성 글로벌선진학교(GVCS·중학과정 대안학교), 미국 캘리포니아 라하브라 WCHS 고교 ▲2013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시즌3 우승 ▲2014년 9월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해’로 데뷔 ▲2014년 12월 두 번째 싱글 ‘읽지 않음’ ▲2016년 8월 세 번째 싱글 ‘그대라는 사치’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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